긴급조치 1호가 위헌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이어 긴급조치 4호도 위헌이라는 고법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1부(강형주 부장판사)는 11일 대통령 긴급조치와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추영현씨(81)의 재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4호는 유신체제에 대한 저항을 탄압하려는 목적이 분명해 긴급조치권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이어 "발령 당시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유신헌법 53조가 규정하는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1974년 선포된 긴급조치 4호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금지하고 어길 경우 영장없이 체포·구속·압수수색해 비상군법회의에서 엄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판부는 또 대법원 판례와 마찬가지로 긴급조치 1호도 위헌이라고 판단했으며 이에 따라 추씨에게 적용된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BestNocut_R]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긴급조치 1호는 국회의 의결을 거친 법률이 아니어서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아닌 대법원이 심사해야 한다"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 위헌"이라고 처음으로 판결했다.
추씨는 "세금이 없는 나라는 북한 뿐이다"고 말하는 등 북한의 활동을 찬양ㆍ고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1975년 3월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2년이 확정됐다.
추씨는 그 뒤 약 4년 3개월을 복역하고 풀려났으며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재심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