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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의 나라''로 알고 있던 덴마크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자전거였다.
말끔한 정장이나 하이힐 차림으로 바쁘게 자전거를 모는 직장인 행렬과 지하철역 주변 도로마다 즐비하게 늘어선 자전거 더미는 가히 장관이었다.
시내는 물론 코펜하겐 외곽 30km까지 체계적으로 구축된 자전거 전용 도로와 전용 신호등,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씨티 바이크(city bike), 무엇보다 자전거가 우선시 되는 교통 정책 등은 모두 신기할 뿐이었다.
워낙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잘 짜여져 있다보니 코펜하겐에서는 어디를 가든 자전거를 타는 것이 자동차나 버스를 이용할 때보다 더 빠르다고 한다.
시민들은 대기 오염과 교통 체증을 막고 운동까지 할 수 있는 자전거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했다.
덴마크가 이처럼 ''자전거 천국''이 된 것은 평평한 지형적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에너지에 대한 남다른 국민적 공감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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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일 쇼크 후 재생에너지 구축에 박차지난 1970년대 덴마크는 3차례에 걸쳐 오일 쇼크의 타격을 크게 받았다.
이를 계기로 덴마크 정부는 에너지 절약은 물론 석유와 원자력을 대체한 재생 에너지 구축으로 정책의 방향을 전환했다.
1979년 당시 덴마크 농기구 제조업체였던 베스타스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현대적 의미의 풍력발전기를 시판했다.
정부는 풍력발전기를 구매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등 지원책을 내놓았고 그 결과 풍력 산업은 발전을 거듭했다.
풍력발전기는 크기와 발전량 측면에서 대형화가 이뤄졌고 베스타스는 세계 풍력 발전기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베스타스의 페터 벤즐 크루제 홍보담당 부사장은 "바람은 양을 예측할 수 있고 공짜인 만큼경쟁력이 있다"며 "아직은 화석 연료가 풍력보다 싸지만 화석 연료가 고갈됨에 따라 조만간 비용이 비슷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라스 크리스챤 크리스챤스 발전소 입지 및 예측 담당 부사장은 "지난 10년간 전 세계 3만3천곳에서 6시간 마다 바람을 체크한 자료를 축적해놓고 있다"면서 "풍력은 기후를 ''돈''으로 바꿔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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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전력 20% 담당, ''바람''이 돈으로현재 덴마크에는 6천여기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따라서 시내를 벗어나면 풍력발전기 2~3개가 돌아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제는 육상에서 벗어나 대규모 해상 풍력단지가 4곳이나 건설됐고 올해 안에 1곳이 추가 완공될 예정이다.
풍력은 현재 덴마크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20%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덴마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오는 2020년까지 풍력과 바이오매스의 비중을 42%와 20%로 각각 끌어올리고 38%만 화석 연료에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또 2050년까지 아예 ''화석 연료 제로(0)''를 선언했다.
야심 만만한 목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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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공기업 에너지넷의 한스 모겐센 부사장은 "앞으로 40년은 큰 도전"이라며 "바람이 없을 때에는 바이오매스 등을 통해 전력을 얻고 저장할 수 있는 유연한, 지능형 전력시스템(Intelligent Power System)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겐센 부사장은 "견고한 전력망과 정보통신 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가 핵심"이라고 덧붙였다.[BestNocut_R]
한편, 덴마크의 작은 섬 본홀름에서는 ''스마트 그리드''가 시행중이다. 본홀름에는 덴마크 인구의 1%에 해당하는 5만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에너지의 50%를 풍력에서 공급받고 있다.
따라서 본홀름은 ''2020년 덴마크''이면서 동시에 40~50년 뒤 유럽연합(EU)의 모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