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인혁당 사건 관련 발언에 대한 사과 번복 사태를 통해 당과 박 후보가 엇박자를 내면서 양측 모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홍일표 대변인과 박 후보 측의 소통과정의 문제로 잠정 결론나는 모양새지만 이같은 혼선이 결국 ''박근혜 역사관'' 논란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홍 대변인은 13일 오후 현안브리핑을 통해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박 후보의 표현에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과가 박 후보의 공식 입장이냐''는 질문에 "박 후보의 직접 발언은 아니지만 당에서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을 박 후보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의 인혁당 발언에 대해 당 차원에서 공식 사과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홍 대변인의 브리핑 당시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던 박근혜 후보는 홍 대변인의 사과 소식이 전해지자 "홍 대변인과 그런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이상일 공동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이 대변인은 "홍 대변인의 개인 견해인지는 몰라도 박 후보와 전혀 얘기가 안 된 상태에서 나온 브리핑"이라면서 "후보는 전혀 모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의 공식 사과가 나온지 한시간도 안돼 대선 후보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는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홍 대변인은 "인혁당 피해자 유족들이 당사에 와서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 항의하는 등 역사관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발전하고 있어 사과할 타이밍을 놓치면 안될 것 같아 박 후보 측과 상의하고 발표한 것"이라며 "그런데 중간에 착오가 생겨 박 후보에게 이같은 의견이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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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변인이 사과 내용을 논의한 ''박근혜 후보 측''은 최경환 후보비서실장 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식적인 논의를 거친 것이 아니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정도였고 최 실장이 경황이 없어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박 후보에게도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 박 후보 측의 설명이다.

박 후보의 한 핵심측근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홍 대변인으로부터 브리핑을 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왔고 최 실장이 바쁜 와중에 통상적인 현안브리핑인줄 알고 ''알았다''는 내용의 답신을 보냈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또 당 지도부와는 내용을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최고위원은 "브리핑 당시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회는 지방에 있었다"며 "언론에 내용이 보도된 뒤에야 관련 사실을 보고 받고 사태파악에 나섰고 그 전에는 어느 누구도 일절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 대변인이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박 후보 측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관련 내용을 논의했고 이마저도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집권여당 대선후보의 사과라는 중차대한 일을 이같이 허술하게 진행했다는 것이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그 과정이야 어찌됐든 인혁당 사건은 물론, 5.16과 유신 평가 등 박 후보의 역사관에 대한 당내 우려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이같은 혼선의 근원적인 이유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이주영 대선기획단장은 이번 혼선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와 통화해 ''법원 판결은 나중에 나온게 최종 판결이니까 그걸 존중해야 한다. 아버지와 딸로서가 아니라 다르게 바라보자''고 말했다"면서 "박 후보가 ''내 생각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사태가 확산되자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밤 9시30분쯤 현안브리핑을 통해 "박 후보는 과거 수사기관 등 국가 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침해된 사례가 있었고 이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이라고 생각한다.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BestNocut_R]

다만 ''사과''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으며 "오늘 홍일표 대변인이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후보와 상의한 적이 있는 가 확인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상의한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

하지만 대선 레이스 내내 박 후보의 역사관을 둘러싼 논란과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조만간 박 후보가 직접 나서 ''사과''를 포함해 좀 더 전향적인 입장변화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주영 단장의 입장변화 요구에 대한 박 후보의 답변이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