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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살다 환율 걱정을 다할 줄이야[베이징노트]

살다살다 환율 걱정을 다할 줄이야[베이징노트]

"월세에 아이들 학비를 위안화(중국 화폐 단위)로 내야 하는데 환율이 너무 올라 걱정입니다. 미리 환전을 해놓을걸 후회막급입니다" 최근 만난 한 중국 베이징 주재원의 한탄이다. 22일 현재 중국 위안화 대비 원화 환율은 191원(이하 매매기준율 기준)으로 지난해 연말 종가 대비 5% 넘게 올랐다. '5% 정도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국인이 주로 거주하는 베이징 왕징의 30평대 아파트 월세가 한화로 3백만원 이상, 베이징 소재 국제학교의 1년 학비가 5~6천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적은 돈이 아니다. 회사로부터 주재비를 위안화로 받거나 자녀 학비 지원이 어느정도 되는 경우는 큰 걱정이 없지만, 주재비를 원화로 받거나 자녀 학비 지원이 적거나 없는 주재원들은 매일 환율 시세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물론 중국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환율이 오르긴 했지만 식재료나 외식비 등 생활물가는 그나마 안정적이다. 아니 오히려 돼지고기 등 필수 식재료 가격은 내려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질 정도다. 환율도 오르고 물가까지 같이 오르고 있는 미국의 경우 밥한끼 사먹기가 겁난다고 한다. 마침 22일 뉴욕 한복판에 한국식 '기사식당'이 오픈한 것이 외신면을 장식했는데 무려 1인분 가격이 4만 4천원이란다. 원·달러 환율 상승폭 역대 최대 수준…한은 "진정될 것" 환율이 치솟고 있다. 22일 장마감 기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85원으로 전년 말 대비 대비 7% 가량 올랐다.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뒤 중동 정세가 최근 며칠간 그나마 안정되며 좀 내린게 이정도다. 연초 3~4개월간 7%를 뛰어넘는 상승폭은 지난 1990년 3월 시장평균환율제(1997년 12월 자유변동환율제)가 도입된 후로 처음 관찰되는 수치다.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과 2009년에도 같은 기간 6.9%, 5.8%씩 상승했고, 외환위기가 불거진 1997년 1~4월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봐도 6% 안팎 상승했다.   하지만 통화 당국은 오히려 느긋한 모양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이스라엘-이란) 확전이 안 되면 유가가 더 올라가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환율도 다시 안정 쪽으로 갈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이 총재의 설명처럼 환율 급등이 다소 진정된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적으로 환율이 안정을 되찾더라도 고환율 기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서민경제의 어려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데 있다. 1100원대 움직이던 환율, 이제 1300원이 '뉴노멀' 돌아보면 언제 그랬냐 싶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에서 움직였다. 또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에는 1천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부터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던 환율은 2022년 초 1200원대에 진입한 뒤 그해 9월에는 1400원을 돌파했다. 이후 위드코로나에 접어들어 환율이 조금씩 떨어지기는 했지만 이후 다시 올라 이제 1300원대 환율은 뉴노멀이 됐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주로 국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기축통화로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가 계속 이어지는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동 지역에서 잇따르는 무력충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만, 이같은 외적 요인만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는지는 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잠시 살펴본 대로 위안화 등 다른 통화에 비해 원화 가치는 더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타 통화에 비해 원화 가치가 유독 크게 떨어진 원인 가운데 하나로 "한국은행의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파적 입장"을 지목한 바 있다. '환율 상승 압력' 한·미 기준금리차…물가안정은? 미국보다 낮은 기준금리는 원화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지난 2022년 7월 처음 역전된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는 현재까지도 2%까지 벌어진 채 유지되고 있다. 역대 가장 큰 폭인 한미 금리차가 상당기간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자본의 이탈 등 자본시장에 큰 문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하지만 한미 금리차는 언제든 해외 자본 이탈의 빌미가 될수 있고, 이는 수시로 환율 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블룸버그의 지적처럼 최근 원화가치 하락이 그런 경우다. 한국은행이 역대 최대 한미 금리차를 용인한 것은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가계부채 폭증 문제, 내수 부진에 따른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 글로벌 경기회복 부진에 따른 기업경기 악화 등을 고려했을때 더이상 금리를 올리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행 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자원통상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경제부처가 더 신경써야 할 사안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한국은행의 가장 중요한 설립 목적인 '물가 안정'에는 실패한 것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죽하면 자영업자가…물가 폭등에 서민경제 '시름' 최근 자영업자들의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고 한다. 자영업자 이자 부담에 금리인상을 주저한 한국은행이 들으면 배신감을 느낄 이야기지만 금리인하를 가장 바라는 직업군인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은행 이자보다 더 무서운 장바구니 물가 때문이라고 한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은 자영업자들이 판매하는 음식 등 제품의 가격을 끌어 올릴 수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아 매출이 감소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파 한단에 850원이 "합리적 가격"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지난 총선에서 여당 참패의 주요한 원인이 됐을 정도로 날로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는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생계에 가장 큰 적이다. 그렇다고 일부의 주장처럼 지금와서 금리를 더 인상하기도 힘들다. 다만, 정책 결정의 실기(失期)로 서민경제의 신음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외부 요인 탓이나 장미빛 전망만 되풀이하며 또 한번 실기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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