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밀양집단성폭행사건 그후 1년....아물지 않은 상처



울산

    밀양집단성폭행사건 그후 1년....아물지 않은 상처

    아버지는 합의금 챙기고 피해학생 구타, 학교 외면 때문에 전학도 못해

    밀양지역 고교생들의 여중생 집단성폭행사건이 세상에 알려진지 꼬박 1년이 지났다.

    1년 전인 2004년 12월 7일 울산지방경찰청의 보도자료 배포로 촉발된 "울산에 사는 여중생이 밀양에서 수 개월 동안 고교생 44명으로부터 집단성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 호주 러시아 등 해외에서까지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이후 사건은 경찰의 비인권적인 수사로 더 큰 파장을 몰고 왔고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네티즌들까지 성폭력특별법 개정에 동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사건 초기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밀양사건''''은 피해 여중생과 가족들에게 지울 수 없는 악몽을 남긴 채 국민들에게 이미 잊혀져간 사건으로 기억될 뿐이다.

    이에 CBS울산방송은 당시 피해 여중생 가족과 강지원 변호사,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등 관계자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밀양사건''이 남긴 아픔과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를 짚어 보았다.


    ▲더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

    취재진이 사건 종결 직후 울산을 떠난 피해자 여학생과 어머니(34)를 수소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건으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치료를 받았지만 아직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변인들의 전언을 듣고 10여분 동안 전화인터뷰를 가졌지만 인터뷰라는 형식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경찰수사 과정에서부터 피해자(이후 A양)를 도왔던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과 강지원 변호사 등으로부터 간신히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3월 고등학교에 진학한 A양은 상처를 채 추스르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아버지(36)로부터 구타와 괴롭힘을 당했다.

    친권을 행사하며 가해자 가족들과 합의에 나선 아버지는 4500만원을 받아냈고 이 돈으로 전셋집을 구하고 나머지는 고모 가족들과 나눠 가지는 바람에 A양 치료비와 어머니의 생활비는 기대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강지원 변호사와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폭행과 2차 피해 후유증을 앓고 있던 A양이 지난 1월에는 수없는 자살 충동을 느낄 만큼 심각한 후유증과 충격에 빠졌고 서울 모 병원에 마련된 폐쇄병동에 한 달 동안 입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알콜중독 증세를 앓고 있는 아버지로부터 폭력에 시달리던 A양은 친권변경 신청을 한 뒤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 여학생을 대하는 학교의 높은 벽 때문에 A양은 또다시 좌절을 겪어야 했다.

    전학상담을 하는 학교마다 밀양사건 피해자라는 것을 알아 차리고는 ''''출석일수가 부족하다''''는 등 온갖 이유를 대며 A양의 전학을 받아주지 않았다.

    급기야 강지원 변호사가 교육당국에 요청하고 나서야 A양은 지난 5월 모 고등학교에 전학했고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지만 이런 노력 역시 오래 가지 못했다.

    전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원에 있던 가해자 남학생의 어머니가 학교로 불쑥 찾아와 A양에게 탄원서를 써달라는 부탁을 했고 이 때문에 A양은 또다시 ''''성폭행 피해자''''라는 꼬리표가 붙고 말았다.

    결국 A양은 지난 7월 휴학한 뒤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처지에 놓였다.
    울산

     

    ▲대부분 풀려난 가해자들

    밀양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를 받은 청소년은 모두 44명.

    사건 발생 초기 네티즌들이 조직적으로 가해 청소년들의 신상과 사진을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뜨리면서 범행으로 인한 죄의식과 신상공개로 인한 이중 삼중 압박감에 시달렸다.

    또한 시민들의 분노가 끓어오르면서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고향인 밀양에서도 도시 이미지를 흐렸다는 이유로 일반 성폭행사범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큰 죄인 취급을 당해야만 했다.

    가해 남학생들이 경찰에 붙잡힌 지 꼬박 한 달 만에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됐다.

    울산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 1월 8일 경찰이 송치한 피의자 44명 가운데 10명(구속 7명, 불구속 3명)을 기소하고 20명을 소년부에 송치했다.

    또 13명에게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피해자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고 한 명은 다른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타청에 이송했다.

    이에 대해 밀양성폭력사건 대책위원회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반발하며 구속자 수가 줄어든 이유와 13명의 가해자에 대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린 이유를 구체적으로 해명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광화문 일대에서 촛불집회를 벌여오던 네티즌 모임도 인터넷 카페를 통해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 대한 비난 글을 올리며 촛불집회를 확산시켰다.

    이후 대책위와 네티즌 모임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또다시 반발했다.

    울산지법은 지난 3월 10일까지 밀양사건으로 구속된 7명 가운데 5명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고 4월 12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기소된 10명 모두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렸다.

    한편 사건을 넘겨받은 부산가정법원은 지난 4월 15일 소년부 송치 결정이 내려진 가해자 20명 가운데 4명은 소년원으로 송치해 수감명령을 내렸고 16명은 보호관찰과 80시간 봉사활동, 40시간의 교화프로그램 수강명령을 내렸다.

    봉사활동과 교화프로그램 수강명령을 마친 가해자 남학생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울산

     

    ▲사건 맡았던 수사라인 어디로?

    밀양사건과 관련해 징계 또는 인사조치 대상이 된 경찰은 모두 8명.

    당시 수사 지휘 책임을 맡은 남모 울산남부경찰서장에게는 지난해 12월 13일 대기발령이 내려졌다. 이후 남 총경은 지난 2월 울산경찰청 정보과장 자리를 맡았고 지난 7월부터 울산중부경찰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실무 책임자인 울산남부경찰서 하모 형사과장은 같은 날 울산서부경찰서 경비교통과장으로 좌천성 인사조치된 뒤 지난 2월 울산지방경찰청 보안1계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밖에도 수사팀을 이끈 송모 강력 6팀장은 남부경찰서 삼산지구대를 거쳐 역시 남부경찰서 보안계로 자리를 옮겼다.

    또 사건 담당자였던 전모 경장과 ''''밀양물 흐렸다''''고 폭언한 김모 경장, 노래방 폭언 경찰 3명은 현재 지구대에서 근무 중이다.

    한편 밀양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한정갑 전 울산경찰청장은 최근 충북지방경찰청 재직 당시 인사비리 의혹으로 지난 10월 27일 사표가 수리됐고 현재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밀양 사건으로 인사조치된 경찰관들 가운데 수사실무팀은 이후에도 다시 수사라인에 투입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히고 ''''이후 경찰의 강도 높은 개혁노력과 관련법 개정으로 시민들과 성폭행 피해자 인권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와 네티즌 모임 주목받아

    밀양사건 직후 피해자와 가족 보호에 나선 여성단체와 성폭력상담소 등은 ''''밀양성폭력사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경찰과 검찰에 대한 항의방문과 언론사 보도물을 수집했다.

    대책위는 이후 피해자 가족 이주와 치료를 도왔고 성폭력특별법 개정 운동을 벌여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치료에 비해 가해자에 대한 상담과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대책위 해산을 앞두고 지난 5월 26일 ''''밀양성폭력사건을 통해서 본 성폭력과 여성인권''''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대책위원장인 이미영 울산 여성의 전화 회장은 대책위의 활동 성과와 한계를 지적했고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폭력특별법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발표했고 이는 국회 입법과정에 상당 부분 반영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밀양사건을 전 국민적인 이슈로 부각시킨 일등공신은 네티즌들의 움직임이었다.

    사건 초기 온라인 공간에서 의견을 주고받던 네티즌들은 급기야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모여 들었고 경찰의 비인권적인 수사관행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촉구했다.

    이후 네티즌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밀양사건 소식을 전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성폭력피해여성에 대한 보호대책을 토론하는 장으로 발전해 갔다.

    네티즌 모임을 이끌고 있는 최재호(20, 밀양연합사건이 던진 과제와 해법 운영자)씨는 ''''최근 들어 밀양사건 피해 여학생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으로 매주 피해자소녀 위로편지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가 배상해야 vs 경찰은 ''''언론 책임이다''''

    밀양사건 피해자 소송을 맡은 강지원 변호사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측은 ''''사건 담당 경찰관들이 피해자들의 신원을 누설 또는 유출하고 주점에서의 피해자 신원노출과 비하발언, 여성경찰관 조사요청 묵살, 그리고 범인식별실과 진술녹화실을 사용하지 않고, 가해자들로부터 피해자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점, 밤샘조사와 식사, 휴식시간을 제공하지 않은 점, 피해소녀 비하 발언'''' 등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피고인 대한민국은 원고측에 지난 9월 23일 답변서를 보냈다.

    답변서를 요약하면 ''''원고측이 주장하는 수사담당 경찰관의 잘못은 어느 것 하나라도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할 수 없고 위법성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여성 참여와 범인식별실을 배제한 것은 피해자측의 요청에 의한 것이며 사건 담당자들은 ''''경찰 공무원으로서 국가공무원법을 준수해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 집에도 못 들어가는 날이 있을 정도로 수사를 했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고 답변했다.

    이밖에도 경찰은 같은해 12월 16일 피해 여중생이 담당 경찰관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아저씨 정말 감사했습니다. 끝이란게 너무 아쉽고 허탄하네요. 정말 죄송했습니다. 수고하세요'''')를 언급하며 비 인권적인 수사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경찰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된 답변서는 곳곳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우선 ''''여경이 사건을 조사한다는 것은 수사능력상 무리가 있어''''라는 표현은 자칫 여경 비하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또 피해자들의 신상이 알려진 것과 관련해 경찰은 ''''피해 원고들의 신상을 알 수 없도록 한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이 언론에 피해자들의 신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보도한 것은 경찰의 잘못이 아니라 언론사들의 잘못이라 할 것''''이라고 밝혀 이후 원고측이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할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경찰과 언론사 간의 책임공방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사건 발생 당시 수사상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관련자들을 인사조치를 한 경찰의 태도와 막상 소송이 진행되자 경찰수사에는 어떠한 고의나 과실, 위법이 없다고 항변하는 것은 이중잣대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해자 어머니 등이 제기한 국가상대 손배소송은 아직 첫 공판 일정조차 잡혀 있지 않아 지루한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성폭력특별법 개정 움직임

    12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간담회가 열렸다.

    여야 국회의원들과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간담회에서 최근 1년 동안 입법 추진되고 있는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을 연내 통과하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열린우리당 박명광 의원이 지난 3월 29일 진술녹화실 사용대상을 모든 성폭력피해자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여야 의원 100여명은 9건의 개정안을 발의하는데 동참했고 9건 모두 최근까지 법사위 심의를 거친 뒤 연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는 신뢰관계인 동석제도를 과거 미성년자 또는 장애인에서 전체 성폭행피해자로 확대하고 여성수사관 동석 의무화, 그리고 성폭행 사실 비밀유지 의무를 관련 공무원에서 보도기관 종사자까지 확대하는 내용 등 여성단체들이 주장해온 요구들이 대부분 반영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와 관련자 수사의뢰

    국가인권위원회(최영도)는 사건 발생 직후 직권조사를 실시해 성폭력 피해자의 신원과 피해사실을 누설한 울산남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에 대해 검찰수사를 의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직권조사를 통해 1.피해자의 구체적인 인적사항과 피해사실이 적시된 상세한 자료가 언론에 제공됐고 2.피해자 조사과정에 여성경찰관을 배치하지 않은 점 3.범인식별실을 사용하지 않은 점 4.가해자 가족들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점 ''5.밀양 물 흐렸다''''는 경찰관의 비하 발언 등을 확인했다.

    하지만 수사에 나선 울산지검은 피해사실 누설 혐의를 밝혀내지 못해 관련 경찰관에 대해 무혐의 처리한 뒤 이를 국가인권위원회에 통보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청장에게 울산지방경찰청장과 울산남부경찰서장에 대해 관리책임을 물어 경고 및 징계조치할 것을 권고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제도보완과 사회적 관심 필요

    지난 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우리사회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밀양사건이 발생한 지난해는 특별법 제정 이후 가장 많은 1만4154건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하루 평균 39명이 성폭력을 당한 셈이다. 성폭력 사건 특성상 신고가 제대로 이루지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사정은 훨씬 심각하다.

    하지만 성폭력 발생 건수에 비해 전국 247개 경찰서의 성폭력 전담 조사관은 1008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일선경찰서에는 성폭력 전담 수사관이 없고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형사계나 여성청소년계 소속 조사관들이 관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연내 통과될 개정 성폭력특별법안에 여성단체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각 경찰서별로 전담 수사관이 전문교육을 거치고 제 역할을 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충격에서 벗어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안만큼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한편 CBS울산방송은 오는 13일 정오부터 1시간 30분 동안 특집방송 ''''밀양사건 피해자 가족 돕기''''을 마련해 모금에 나설 계획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