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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유족 "대통령에 미련 버렸다" 청와대앞 농성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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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유족 "대통령에 미련 버렸다" 청와대앞 농성 마무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농성장 76일 만에 자진 철거 "국민 위로 안고 진상규명"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며 농성에 들어간지 76일만에 청운동 농성장에서 철수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에서 유가족들이 농성장 철수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와준 청운동, 효자동 주민들과 눈물을흘리며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성호 기자

     

    세월호 유가족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기다리던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농성장이 철거됐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6일에 걸친 농성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오늘, 이곳에서의 기다림을 스스로 마치도록 결정했습니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그동안의 농성을 '기다림'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렸던 박 대통령은 만날 수 없었다.

    기자회견문을 읽던 단원고 희생 학생 서동진 군 어머니 김경녀 씨는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몇 번이나 말을 멈췄다. 뒤이어 읽던 권순범 군 어머니 최지영 씨의 떨리는 목소리도 계속 목이 멨다.

    가족대책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언제든 찾아오라는 대통령의 말을 믿었다"며 "동네 개가 집 앞에서 짖으면 생선 대가리라도 하나 던져주는데 이토록 외면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대통령에게 눈물 닦아달라고 애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위로보다 더 크고 위대한 주민들과 국민들의 위로를 안고 경기도 안산과 광화문, 전국 곳곳으로 더 많은 국민을 만나러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그동안 물품을 제공하거나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시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감사를 표했다.

    "함께 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40여 명의 유가족은 농성장을 함께 꾸렸던 시민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일부 유가족은 시민들과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단원고 2학년 1반 김수진 양 아버지 김종기 씨는 "박 대통령의 생각을 알았기 때문에 시원하고, 국민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외면하는 대통령이 섭섭하다"며 착잡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어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만들기에는 유가족의 힘이 너무 미약하다"며 "특별법이 곧 제정될 텐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국민 여러분이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천막은 곧바로 철거됐다. 천막에 있던 대형 걸개그림 등 자료 대부분은 안산에 마련된 '4·16 기억저장소'로 옮겨진다.

    또 상주하던 유가족 6명 등 청운동 농성장에 있던 사람들은 광화문 농성장이나 안산으로 자리를 옮길 계획이다.{RELNEWS:right}

    이날 유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국회 앞에서 박 대통령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는데 외면당했다"며 "이제 박 대통령을 기다리는 일에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농성장은 세월호 특별법이 오는 7일 통과될 법 내용을 확인한 뒤 결정하겠다"며 "광화문 농성장은 가족이 결정할 수 있는 곳이 아닌, 시민과 국민이 함께할 곳이기 때문에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가족대책위는 지난 7월 12일부터 국회에서 117일째, 광화문에서 지난 7월 14일부터 115일째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청운동에서는 지난 8월 22일부터 76일째 농성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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