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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은 왜 가능할까?



IT/과학

    시간여행은 왜 가능할까?

    [과학 지평]시간지연 이용하면 미래여행 가능

    웜홀 개념도 (사진 출처=엘지 아티스트)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킨 '인터스텔라'나 과거 '백 투 더 퓨처'처럼 공상과학영화에는 시간여행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미래와 과거를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시간여행은 오직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시간에 얽매여 살아야 하는 인간에겐 영원한 희망사항이다.

    시간여행은 정말 가능한 것이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언젠간 현실에서도 영화처럼 실현될 수 있을까?

    ◈ 시간 지연

    철수가 시속 100km로 달리는 기차 안에서 사과를 떨어트린다고 생각해 보자. 기차 안은 진공상태로 공기저항이 없고, 중력은 있지만 가속도 효과는 없다고 가정한다.

    철수가 보기에 사과는 바닥을 향해 일직선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럼 기차 밖에 서서 이 광경을 보는 순이에게 사과는 어떤 모양으로 떨어질까? 철수의 손에서 벗어난 사과는 사선의 궤도를 그리며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사과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철수 입장에서 사과는 일직선으로 떨어진 반면 기차 밖에서 정지해 있는 순이의 눈에는 사선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사선은 직선보다 길이가 길다. 즉 순이가 본 사과의 궤적은 철수가 본 궤적보다 더 길다는 의미다.

    여기서 편의상 '사과'의 속도를 '빛'과 같이 어디서나 일정한 것이라고 가정해 보자. 빛의 속도는 시간도 공간도 모두 상대적인 우주에서 유일하게 바뀌지 않는 절대적인 것이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기차에서 시속 10km의 속도로 공을 던지면 공의 속도는 시속 110km가 된다. 그러나 빛은 다르다. 시속 100km의 기차에서 불빛을 비춰도 빛의 속도는 여전히 초속 30만km이다. 우주 어디서도 진공상태에서 빛 속도는 초속 30만km이고, 이를 광속도불변의 법칙이라고 한다.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빛은 우주의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사과 이야기로 돌아와서 길이는 속도에 시간을 곱한 것(거리 = 속도 * 시간)이다.

    사과의 속도는 빛과 같이 일정하므로 100km로 달리는 기차 안이나 밖에서의 속도는 동일하다. 따라서 거리식에서 순이의 사선 궤적이 철수의 직선궤적보다 더 길어지려면 순이의 시간 값이 더 많아져야 한다. 즉 정지한 순이는 기차와 함께 움직인 철수보다 시간이 더 많이 흘렀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움직이는 물체는 정지한 물체보다 시간이 느리게 간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서 등속운동에 의한 시간 지연 현상을 간단한 예로 설명한 것이다.

    ◈ 중력에 의한 시간지연

    '중력'이나 중력과 동일한 물리법칙이 적용되는 '가속도'에서도 시간지연이 발생한다.

    빛도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이는 빛이 질량을 가져서가 아니라 중력에 의해 공간이 왜곡되기 때문이다. 즉 빛은 원래 대로 직진을 하지만 중력에 의해 왜곡된 공간을 따라 빛이 휘어져 흐르고, 속도도 느려지는 것이다. 빛은 태양과 지구를 지날 때도 중력의 영향을 받아 당연히 휘어지지만 그 영향이 미미해서 눈으로 느끼지 못할 뿐이다.

    만약 밀도가 높아 빛조차도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 주변을 빛이 지난다고 생각해보자. 강한 중력의 영향으로 빛은 휘어지고 속도도 떨어지게 될 것이다. 블랙홀에 가까워질수록 중력이 강하기 때문에 빛의 속도는 점점 늦어지고, 휘어짐도 심해진다.

    빛의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은 곧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체가 블랙홀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은 느려지고, 빛이 더 이상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의 경계에 접근하면 시간은 멈춘다. 이 지점에서는 빛도 탈출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의미로 '사건의 지평(event horizon)'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것이 중력을 다룬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설명하는 시간 지연 현상이다.

    다만 빠른 속도로 움직이거나 강한 중력으로 시간이 느려진다고 해도 체감하는 시간은 모두 똑 같다. 시간 지연은 상대적인 것이고 시공간의 왜곡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그 속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또는 빠르게 간다고 느끼지 못하는 결과다.

    만약 어떤 물체가 다른 물체로부터 빛에 가까운 속도로 멀어진다면 양측은 서로 상대의 시간이 더 느리게 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정지하고 상대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내가 움직이고 상대가 정지한 것과 물리 현상의 결과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물론 특정 지점에서 빛에 가까운 속도로 여행을 하고 다시 그 지점으로 돌아온 경우는 여행을 한 사람의 시간이 더 느리게 간다. 출발할 때와 목적지를 돌 때, 도착할 때 발생하는 가속과 감속(가속과 감속은 중력과 동일한 물리 법칙이 적용돼 시간 지연 효과가 발생한다)의 영향에 의해 정지한 사람보다 시간이 늦게 흐르기 때문이다.

    ◈ 일상에서 경험하는 시간지연

    워낙 그 차이가 미미해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속도와 중력에 의한 시간지연은 누구나 경험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위성항법장치(GPS)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수상대성 이론에 의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는 시간이 느려진다. GPS위성의 경우 시속 1만4천km의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고, 이 영향으로 지상의 시계보다 매일 7마이크로초씩 느려진다.

    두 번째는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한 것으로 지구와 같은 중력물체는 중앙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중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상 2만100km 상공의 위성에 장착된 원자시계는 중력의 영향을 적게 받는 결과 지상의 시계보다 매일 45마이크로초가 빨리 흐른다.

    상대성 이론에 따른 이 두 효과를 서로 상쇄하면 GPS의 시계는 지상의 시계보다 매일 38마이크로초 빠르게 흐르고, GPS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이 시간차를 자동으로 보정하는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만약 시간을 보정해 주지 않으면 GPS에서 수신한 정보를 지상에서 실제 사용할 경우 거리에서 그만큼 오차가 발생하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일층과 이층에 사는 사람 사이에, 자동차를 자주 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손목시계 간에도 시간 차가 발생한다.

    고리 모양의 워프 항법장치가 미식축구공 모양의 우주선(중앙)을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 멕시코 물리학자 미구엘 알쿠비레가 제안한 개념도 (사진 출처= 헤롤드 화이트)

     

    ◈ 미래로 가는 시간여행

    이 두 가지 형태의 시간지연은 미래로 가는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만든다.

    물리학 측면에서 보면 미래로 가는 시간여행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GPS 경우처럼 실제 일반 생활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만약 빛에 근접한 속도의 우주선을 타고 다른 먼 별을 여행하고 지구로 돌아온다면 우주인의 나이는 몇 살 더 많아지는 반면 시간지연에 의해 지구는 수백년이 지난 미래의 모습으로 변해있게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주선과 로켓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 언젠가 실제 가능할 수 있는 일이다.

    굳이 먼 별을 여행하지 않아도 미래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원심분리기처럼 물체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운동만으로도 미래로 가는 시간여행은 가능하다. 물론 실제로 빠른 속도의 원심분리기를 사람이 견뎌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래로 가는 또 다른 방법은 블랙홀처럼 강력한 중력을 갖는 천체 주변에서 몇 년을 보내는 것이다.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장면으로 지구에 돌아오면 중력에 의한 시간 지연효과로 수십년이 지난 미래가 된다.

    물론 이 경우도 블랙홀 근처에 사람이 서있게 되면 엄청난 중력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거의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다.

    ◈ 과거로의 시간 여행

    미래와 달리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은 훨씬 복잡하고, 논란의 여지도 많다.

    이론적으로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회전하는 블랙홀은 시공간을 휘게 만들어 이전의 사건으로 돌아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든다.

    또, 양자역학은 생소한 형태의 과거 시간 여행 방법을 제시한다. 마지막 측정치가 일단 발생하면 처음과 마지막 단계의 입자 특성을 측정해 그것의 중간값을 수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검증되고 있다. 이처럼 인과관계가 반대방향으로 흐르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한 연구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로 가는 여행의 최대 장애물은 이른바 '할아버지의 역설(grandfather paradox)'이다. 시간 여행자가 과거로 가서 그의 할아버지를 살해하면 시간여행자는 태어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양자역학공학과의 시스 로이드 교수는 지난 수년간 실시한 양자역학 실험에서 시간대별로 일어난 사건은 일관성을 갖는 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실험은 양자를 시간적으로 수십억분의 1초 뒤로 보내 직전의 자기 자신을 파괴하도록 하는 실험이었다. 실험에서 광자들은 자기 자신을 해치는 순간에 근접하면 할수록 실험의 성공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졌다.

    로이드 교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아무리 과거의 일을 바꿔 놓으려 해도 결코 바꿀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즉 이론적으로 할아버지는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 시간 여행의 다른 방법

    이론적으로 시간여행 방법에는 몇가지가 더 있다.

    우선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경우에도 시간여행은 가능하다. 현재 우주망원경으로 백억년 이전의 은하를 관찰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러나 세상에는 빛보다 빠른 물질이 존재할 수 없고, 만들 수도 없다. 빛의 속도가 되려면 질량이 무한대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때 유럽에서 빛보다 빠른 속도의 '초광속 중성미자'가 발견됐다는 발표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거의 오류로 판명되고 있다. 현대 물리학은 빛보다 빠른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웜홀'을 이용한 것으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시간 여행의 수단으로 사용돼 관심을 모았다. 웜홀은 우주의 다른 두 지역을 연결해 과거와 미래로 가는 지름길 통로이다.

    이들 두 방법은 모두 실현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

    안타깝지만 시간을 거슬러 가서 과거를 바꾸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리학적으로 과거를 방문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설령 과거를 방문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분명하지 않다.

    미래로 가는 시간 여행은 기술과 예산만 확보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지만, 과거로의 여행은 안타깝게도 불가능에 더 가깝다.

    그러나 혁명적인 전환들을 경험해 온 과학 역사에 비춰 보면 아무도 생각지 못한 전혀 새로운 시간 여행 방법이 나오지 못하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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