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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미완성인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미국/중남미

    아직도 미완성인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 2015-01-20 14:22

    [미국은 지금]

    미국의 흑인 민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나의 네 자식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꿈입니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앨라배마 주에서도 흑인 어린이들이 백인 어린이들과 손잡고 형제 자매 처럼 함께 걸어 다닐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란 꿈입니다.”

    지난 1963년 8월 28일 미국의 흑인 민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노예 해방 100주년을 기념한 워싱턴 행진에서 토해낸 명연설이다. 킹 목사의 꿈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었고 결국 세상은 민권법과 차별금지법 등이 통과되면서 바뀌었다. 적어도 법적으로는 말이다.

    오늘(1월 셋째주 월요일)은 킹 목사를 추모하는 미국의 공휴일 ‘마틴 루터 킹 데이’이다. 킹 목사는 암살로 39세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인종차별 철폐와 평등을 위한 비폭력 투쟁을 이끌 온 미국 현대사의 거대한 인물이다. 그가 200년 넘게 계속된 인종차별을 제도적으로 종식시켰다는 점에서 이날은 미국인에게 특별한 공휴일일 수 밖에 없다.

    이날 하루 미국 전역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다. 킹 목사가 생전에 설교했던 고향 애틀랜타의 에벤에셀 침례 교회에서는 기념 예배가 거행됐고 다른 수많은 도시에서도 크고 작은 추모 행사가 잇따랐다. 하지만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추모 보다는 인종 차별을 규탄하는 시위와 집회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에벤에셀 침례 교회에서도 킹 목사가 생전에 했던 “나는 사람입니다(I am a man)”와 “손 들었으니 쏘지 마(Hands up, don't shoot”,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 등의 피켓이 등장했다. 지난해 여름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백인 경찰의 총격에 숨진 10대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과 뉴욕 백인 경찰에 의해 목졸려 숨진 에릭 가너의 마지막 외침이 구호가 돼 시위 현장 마다 메아리쳤다.

    뉴욕 맨하탄 한복판 쇼핑가와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는 "흑인의 삶도 중요하다"고 구호를 외치며 길에 드러눕는 '다이 인(die-in)' 시위가 펼쳐졌다. 킹 목사가 50여년전 외쳤던 그 꿈은 어떻게 된 것인가?

    실제 월스트리트저널과 NBC의 여론 조사 결과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날이 올 것이라는 킹 목사의 꿈이 실현됐다고 대답한 사람은 전체의 54%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가운데 흑인은 29%만이 동의했다. 흑인의 70%는 여전히 킹 목사의 꿈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미국 땅 어디서나 흑인 어린이와 백인 어린이가 함께 어울려 놀지만 의식 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뿌리깊은 흑백 갈등의 골은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지난해 마이클 브라운과 에릭 가너의 사례 처럼 공권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의 인종 차별은 여전히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이다. 심지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경찰에서는 사격 연습을 하면서 흑인 범죄자의 얼굴 사진을 과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한동안의 대내외적으로 풍랑에 시달리다 새해들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홀로 잘나가는 경제와 이를 바탕으로 한 대외적인 파워를 본격적으로 과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독 내부의 흑백 갈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흑백 갈등의 기저에는 부의 불평등 문제까지 자리잡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곪을대로 곪아터진 흑백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대외적으로 강한 미국도 안에서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0여년전 킹 목사가 부르짖었던 그 꿈이 언제쯤 미국 사회에서 완결될지, 아직은 확답을 내놓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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