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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금지국' 칠레에 퍼진 '셀프 낙태 강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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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태 금지국' 칠레에 퍼진 '셀프 낙태 강좌' 영상

    낙태금지국 칠레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셀프 낙태' 영상 (사진=유튜브영상 캡처)

     

    칠레에서 만들어진 '낙태 강좌(Abortion Tutorial)' 유튜브 영상이 화제다.

    한달 만에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올린 이 유튜브 강좌가 물론 진짜로 '셀프 낙태'를 권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강좌'를 가장해, 낙태를 엄격히 금지하는 칠레 제도의 불합리함을 비판하는 캠페인이다.

    한달 전쯤 유튜브에 '낙태 강좌'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영상물은 '계단', '신발', '신호등' 등의 시리즈로 이뤄져 있다.

    이 중 '계단' 시리즈는 한 여성이 계단 위에 서서 찍은 셀프 동영상이다. 동영상에서 여성은 '높은 계단을 찾아라', 'CCTV가 없는지 확인하라' 등의 팁을 알려준다. 마지막에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뒤 계단에서 떨어져라"고 말한 뒤, 카메라를 든 채 스스로 계단에서 구른다.

    갑작스러운 장면이 끝나고 잠시 뒤 배경화면에는 "칠레에서는 우연한 유산만이 범죄로 간주되지 않는 유일한 방식의 낙태"라는 글귀가 뜬다. 즉, 영상의 내용은 아무리 낙태를 원해도 할 수가 없는 현실에 대한 '극단적인 비유'였던 셈이다.

    현재 칠레는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또는 산모의 생명을 위험케 하는 임신 등, 어떤 임신에 대해서도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 캠페인을 만든 칠레의 한 비정부기구(NGO)는 "전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낙태금지법을 고수 중인 칠레 정부가 부끄러워하길 바라며 제작한 영상물"이라고 전했다.

    이 단체 소속 심리학자인 레슬리 니콜스는 미국 데일리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때 얼마나 큰 절망에 빠질 수 있는지, 또 그 임신을 종결하기 위해 얼마나 끔찍한 방법까지 생각해야만 하는지를 절실하게 보여주는 영상"이라고 말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칠레에서는 매년 전체 임신 여성 중 35%가 낙태를 한다. 건수로는 16만 건에 달한다.

    하지만 병원에서 이뤄지는 수술 등 공식적으로 집계되는 건수는 한해 3만 3000건 수준이다. 나머지는 모두 음성적으로 행해진다는 뜻이다.

    그나마도 돈과 인맥이 있어야 병원에서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여성들은 심각한 위험이 뒤따르는 불법 낙태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꼬집고 있는 해당 영상물 시리즈가 한달 만에 유튜브 조회수 50여만 건을 기록한 배경이다.

    니콜스는 자신의 환자였던 한 여성의 예를 들면서, "실제로 의사는 그녀에게 낙태를 원한다면 매일 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리라는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유산이 안된다면 신에게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니콜스는 "이런 방법들이 칠레에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면서 "이 캠페인이 다소 정신 나간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칠레에서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낙태 문제로 논란을 거듭해 온 칠레는 1989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정권 때 낙태 환자 및 시술자 모두 최고 징역 5년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십대 소녀들이 성폭행으로 임신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제한적 낙태 허용 논의가 불거졌다.

    이런 가운데 칠레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지난 1월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나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때,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낮을 때 등 일부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모든 형태의 낙태를 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생명과 보건을 위험에 빠뜨리고 여성의 존엄을 짓밟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결과 칠레 국민 70% 이상이 이 법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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