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힘을 보여드릴게요." 이대호가 일본을 상대로 설욕을 노리고 있다. (박종민 기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민타자 이승엽(39, 삼성)은 예선 7경기에서 타율 1할3푼6리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이승엽을 믿었다.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승엽은 4강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8회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2-2로 맞선 상황에서 터진 역전 결승 투런 홈런이었다. 이승엽은 경기 후 눈물을 뚝뚝 흘를 정도로 마음 고생이 심했지만, 베테랑답게 결정적인 순간 제 몫을 했다.
이승엽은 이외에도 중요한 순간마다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이승엽하면 8회가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큰 경기에서는 베테랑의 힘이 필요하다.
이번 대표팀에서 붙박이 베테랑들이 꽤 있다. 이대호(33)를 비롯해 정근우(33, 한화), 이용규(30, 한화)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정근우는 타율 3할2푼, 이용규는 3할6리를 기록했다. 이대호는 타율 3할6푼8리에 홈런도 6개를 쳤다.
김현수(27, 두산)도 있다. 김현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시작으로 국제대회마다 빠지지 않았다. 타율은 무려 4할4리다. 강민호(30, 롯데)도 타율은 별로지만,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뛴 베테랑이다.
투수 쪽에서는 정대현(37, 롯데)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활약했고, 김광현(27, SK)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도 많다. 몇몇은 대표팀 자체가 처음이다.
일본과 4강이 열리는 장소는 도쿄돔이다. 삿포로돔에서 처음 치른 일본과 개막전에서 완패를 당했던 만큼 구장에 대한 적응도 승패를 가르는 요소 중 하나다. 도쿄돔에서 국제대회를 많이 치러본 베테랑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김인식 감독은 "베테랑들의 활약이 중요하다"면서 "타율과 상관 없다. 이승엽처럼 내내 부진하다가도 결정적일 때 한 방을 쳐주는 것이 베테랑이다. 이대호도, 박병호도 해줄 것이다. 다만 일본의 마크가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테랑들도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