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칼럼]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칼럼

    [칼럼]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사진=자료사진)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25일 ‘창작과비평’ 편집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반세기라는 오랜 세월 동안 창비를 이끌어온 ‘대부’(大父)의 퇴진을 바라보는 지식인들의 마음은 착잡했을 것 같다.

    백낙청 선생의 나이는 올해 77세 희수(喜壽)다, ‘오래 살아 기쁘다’는 나이다. 하지만 오래 살았다고 다 기쁜 것은 아닐 것이다. 희수는 오래 살았으되 인격과 품위를 잃지 않고, 명예를 잘 지킨 이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닐까. 이름이 알려졌든 아니든, 지식인들은 ‘창작과비평’ 편집인 자리를 퇴진한 백 선생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참 많은 것 같다. 지식인 말석에도 못 낄 나 역시 궁금한 것이 많으니… 궁금한 것 네 가지를 골라보았다.

    백 선생 같은 지식인이 현실정치에 참여해 정치권력을 자신이 신봉하는 이념에 맞는 쪽으로 바꾸려 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백 선생은 2012년 좌파인사 21명과 함께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를 만들고 이 원탁회의의 좌장이 되어 대통령 선거에 직접 개입했다. 지식인의 사회참여는 이념과 신념에 따라 스스로 결정할 문제지만, 의사표시와 행동을 떠나 정치적 변수 내지는 정치지형의 변형을 이끌어내는 역할까지 하려 든 것은 지킬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있다. 지식인의 양심은 그 무엇으로도 살 수도, 팔 수도 없는 존귀한 것이므로.

    신경숙 표절에 대한 변치 않는 옹호도 궁금하다. 백 선생은 퇴임하는 자리에서도 “한 소설가의 인격과 문학적 성과에 대한 옹호를 넘어 한국문학의 품위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마치 신경숙 작가에게만 인격과 문학적 성과가 있다는 듯. 신경숙과 같은 처지에 있던 다른 작가들을 고려할 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끝까지 지킨다는 의리 있는 ‘대부’로 비쳐지기에는 그의 행동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표절정국’을 정치적 탄압이나 경제적 위기와는 또 다른 시련의 기간이라고 자평했지만, 정치탄압보다 무서운 대중들의 ‘문학권력’에 대한 무언의 항의와 비판에 대해서는 정치탄압과 경제위기 때와는 달리 백 선생은 자신의 프레임으로 방어하고 훈계하려고만 했던 점도 형평성에 맞지 않아 의문으로 남는다.

    부친 백붕제(白鵬濟)의 친일행적에 대해 공개적인 사과를 하지 않는 이유도 궁금하다. <친일인명사전>에 따르면 백 선생의 부친 백붕제는 도쿄제국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뒤 귀국해 경북 군위군수를 지냈다. 군수 시절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군수품 공출과 국방헌금 모금 등으로 ‘공적조서’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해방 직전에는 전남도청 내무부 이사관을 지내다가 해방 후 미군정에 들어가 경기도 재무부장을 지냈다. 그런데도 백 선생은 2012년 모 언론사초청 특강 자리에서 “일제 때 친일하면서 혹은 분단시대 독재정권에서 얻은 부당한 기득권은 돈이든, 지휘든, 어느 정도 청산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