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칼럼] '간장 종지' 속의 언론



칼럼

    [칼럼] '간장 종지' 속의 언론

    (사진=조선일보 제공)

     

    칼럼을 읽다가 폭소를 터뜨려보긴 처음이다.

    지난 주말 어떤 신문에 실린 '간장 두 종지'라는 칼럼을 읽던 중이었다.

    글에는 '감정의 격랑'이 일렁였다.

    중국집에 간 필자가 고작 간장 두 종지 때문에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는 섭섭함이 그대로 글에 녹아 들어있었다.

    간장을 제공받지 못한 필자는 중국집을 아우슈비츠에 비유하며 사형수의 심정이 되어, 마치 독재시절 대학가에 나붙은 '격문'을 써내려 간 듯 했다.

    헌데 개인적으로 섭섭했다는 생각만 토로한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이름만 적시하지 않았을 뿐 그 중국집이 어디인지 누구라도 알기 쉽도록 배려(?)하는 친절까지 베풀었다.

    자신의 회사 동료나 후배들은 물론 수많은 독자들에게 이 집은 제발 발걸음을 하지 말아 달라는 절박한 요청 같았다.

    그리고 그 뿐이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친절한 식당문화를 일갈하지도 않았고, 잘 나가는 식당의 '갑질 문화'를 준엄하게 비판한 것도 아니었다.

    '그 중국집은 넷이 가면 간장을 두 종지 밖에 안주니까 가지 말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

    이 칼럼은 주말 SNS를 통해 회자되면서,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수많은 댓글이 달렸고, 급기야 '미디어 오늘'은 그 중국집의 '간장 두 종지'가 사실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검증하는 기사까지 실었다.

    하지만 이 칼럼에 얽힌 이런저런 현상들을 그저 '간장'에 얽힌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우리 언론의 슬픈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이 칼럼을 읽으며 떠오르는 장면은 박근혜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 당시 대통령을 포옹하고 싶다며 품에 안긴 어떤 기자의 모습이었다.

    모든 국민들이 바라 본 그 장면은 포옹이 아니라 '복종'의 코드로 읽혀졌다.

    그 한 장면으로 언론과 정권의 관계는 사실상 규정지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언론은 그렇게 순치돼 왔다.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런 거창한 명제를 생각하기 앞서,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는 무엇인지 되짚어 보고 싶다.

    서울 한 구석의 작은 중국집에서 느낀 섭섭한 감정을 격정적으로 토해 냈다면, 적어도 이 부조리한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의 질문을 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사고가 있었을 때 7시간 동안 뭘 했는지.

    정윤회라는 인물이 정말 국정에 간섭한 사실이 없는지.

    문고리를 잡고 있다는 그 비서들의 실체는 무엇인지.

    집필진도 제대로 구성되지 않는 국정교과서를 그토록 밀어붙이는 이유는 뭔지.

    물어야 하고, 알아야 할 것은 '중국집의 간장종지'보다 훨씬 많다.

    그리고 그 '간장종지'에 나 자신도 갇혀있는 것 아닌지 되돌아본다.

    중국집의 간장종지를 보면 우리의 현실이 떠오를 것 같아, 이제 탕수육을 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