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는 2015년 법조계에 일어났던 주요 사건과 쟁점들을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되돌아 본다. 두번째 순서로 검찰 특별수사의 위기와 그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검찰에게 2015년은 대형 비리 의혹 수사가 번번이 용두사미로 막을 내리면서 특별수사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한 해였다.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채 이달 초 닻을 올린 김수남 검찰총장호는 '총장 직할대' 신설 검토 등 순항을 위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를 뚫고 나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요란한 빈 수레'…포스코·자원외교 수사
(사진=자료사진)
대표적으로 올해 3월부터 시작된 포스코 비리 의혹 수사는 여러 차례의 구속영장 기각 끝에 8개월이 지나 주요 피의자의 불구속 기소라는 '맥 빠진' 마무리를 했다.
서울중앙지검의 1개 특수부에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검찰 안팎의 여론 속에 "화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혹평도 들려왔다.
특히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검찰총장과 중앙지검장의 갈등설마저 불거졌다.
대검 중수부 폐지로 검찰총장의 힘은 빠진 반면, 유력한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됐던 중앙지검장과 청와대 사이 이른바 '직거래'를 의심하는 눈총을 산 것이다.
자원외교 비리에 대한 수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정관계 로비리스트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방향타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공언했던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 '사람을 살리는 수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잉크도 안 마른 중수부 폐지…검찰총장 직할대로 부활?
김수남 신임 검찰총장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정부 후반기 사정수사를 책임질 김수남 검찰총장의 취임사는 "특별수사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거였다.
김 총장은 "새가 알을 부화시키듯이 정성스럽게, 영명한 고양이가 먹이를 취하듯이 적시에 신속하게"라는 비유로 '특단의 처방'을 예고했다.
이 때문에 '중수부 부활론'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지만, 폐지된 지 3년도 되지 않은데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불식됐다고 볼 수도 없다.
더구나 중수부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특수수사를 이끌었던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중수부 부활이 가능하겠느냐"며 "묘수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금의 서울중앙지검 특수 1~4부 운영시스템을 손질하는 방법과 함께 총장 직할 반부패TF팀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대검에서 나온다.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수사의 보안성을 높이되 TF를 대검이 아닌 서울고검에 둬 시비를 최대한 비껴가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특수부→중앙지검 3차장→중앙지검장/대검 반부패부→검찰총장’로 이원화됐던 보고라인을 ‘반부패TF→대검 반부패부→검찰총장'으로 일원화하는 모습이다.
방산비리합동수사단장인 김기동 검사장이 최근 검찰 인사에서 유임되면서 이같은 ‘별동대’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기도 한다.
다만, 대검은 대검대로, 중앙지검은 중앙지검대로 수사가 아닌 청와대를 향한 충성 경쟁부터 벌이는 구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도 벌써 나온다.
◇ 로펌의 '돈'에 맞서 검찰은 '소총'뿐인가
달라진 수사 환경에 맞설 검찰의 화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의 매머드급 변호인단, 회계분석전문가 등 검찰수사관들을 스카우트해가는 대형로펌에 맞설 '특수부의 칼'이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단순한 차원의 역량 강화가 아닌 플리바기닝(유죄를 인정하거나 수사에 협조하는 증언을 하는 대가로 형량을 낮춰주거나 기소하지 않는 협상제도)에 대한 요구도 다시 고개를 든다.
과거 대검 중수부에 근무했던 한 특수통 검사는 "부패범죄의 가장 중요한 증거는 내부 가담자의 증언인데, 검찰은 ‘소총’뿐이다 보니 피의자들이 소환조사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다"며 "이제는 ‘플리바기닝’을 허용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