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양자 "제주 4·3 기념물 전시 말라" 소송 패소

재판부 "전시내용 왜곡했다고 볼 수 없어" 명예훼손, 인격권 침해도 불인정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 박사 등 6명이 제주 4·3사건 관련 기념물을 전시하지 말라며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지영난 부장판사)는 이 박사 등이 제주특별자치도와 4·3평화재단을 상대로 낸 '제주 4.3사건 관련 기념물 전시 금지' 청구 소송에서 기각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시물들은 수 년에 걸친 진상조사와 심의 의결 등 제주 4.3사건 조사 결과에 의거해 만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전시물에 기재된 구체적인 내용이나 전시 방식 등은 전시내용을 왜곡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의도적으로 묵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 박사 등이 주장한 명예훼손이나 인격권 침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이들은 지난해 3월 "제주 4·3 평화기념관 전시가 공정전시의무를 위반하고 사건에 대한 평가를 왜곡시켜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제주특별자치도 등을 상대로 전시금지와 위자료 2억 4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특히 "전시관에는 불의에 맞선 제주도민의 정당한 저항을 이승만 정부가 무참한 살육으로 진압했다고 돼 있다"며 "무장투쟁의 주체인 남로당의 공산주의 정치노선, 유엔총회 결의 등 남한 단독선거, 단독정부 수립 경위에 대해 밝히지 않아 편향되고 불공정한 전시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선고에는 노인 방청객 20여명이 참석해 일찍부터 자리를 지켰다. 선고가 끝난 뒤 이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한 방청객은 "재판부가 편향된 생각을 가지고 판결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