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의 파장 때문에 이미 합의된 선거구 획정안의 본회의 처리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지난 23일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의 획정 방침에 합의했고, 최종 획정안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국회로 넘어오면 법안에 담아 처리하는 일만 남은 상태다.
그러나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딜레마적인 상황이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야가 선거법을 처리하려면 본회의에 상정해야 하지만, 그러려면 필리버스터가 중단돼야 한다. 그런데 필리버스터가 중단되면 이미 본회의에 상정된 테러방지법의 표결절차가 시작된다.
더민주 입장에선 선거법 처리가 곧 테러방지법 처리로 이어지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여당 뿐 아니라 야당의 추천 인사들이 포진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획정안을 보내기 힘든 배경이다.
◇ 선거구획정위, 25일 획정안 제출시한 넘겨…26일 처리 불투명당초 정의화 국회의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 선거구 획정안을 25일 낮 12시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시한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도 무기한 연기됐다.
설령 26일 선거구획정안이 마련된다고 해도 야당이 진행하고 있는 필리버스터 때문에 표결 가능성은 낮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가 종료될 경우, 곧바로 정 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이 표결에 부쳐진다. 더민주는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시작한 필리버스터를 아무 성과 없이 끝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야당이 고의적으로 시간을 벌고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더민주가 필리버스터와 현역의원 컷오프(공천배제)로 이목을 끌고 있는 상황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테러방지법 '치킨게임', 29일 이후 해소?테러방지법 합의안이 나오면 선거구 획정도 동시에 풀릴 수 있지만, 협상 상황은 복잡하게 꼬여 있다.
더민주는 여야 협상을 통해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을 수정해야 필리버스터를 종료하고 법안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정원의 숙원사업인 무차별적 감청 확대 방안은 죽어도 수용할 수 없다"며 "국정원이 일탈을 남용하지 않도록 내부 견제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테러 인물에 대한 추적·조사권을 국정원에 부여한 것을 독소조항으로 규정됐다.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발해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가 '테러방지법도 못 만드는 국회'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하지만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이 전 국민의 휴대폰과 계좌를 살펴볼 수 있다는 괴담은 잘못된 것"이라며 협상을 거부했다. 원 원내대표는 "통신감청과 금융거래정보 확인, 현장 조사·추적은 테러 예방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사항"이라며 '독소조항' 주장을 일축했다.
여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중재안으로 제안한 재(再)수정안도 거부하고 있다. 국정원에 부여된 테러 인물에 대한 추적·조사의 경우 국무총리에게 사전과 사후 모두 보고하게끔 한 중재안이지만, 여당은 이미 정 의장이 직권 상정한 수정안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필리버스터 정국을 풀기 위해 회동을 하지만 뚜렷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당초 26일 본회의 처리가 예정됐던 선거법은 29일 전후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까지 선거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4·13 총선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야당도 더는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