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노벨상 줘야한다며 샀던 가습기 살균제가 준호를…"

사건/사고

    "노벨상 줘야한다며 샀던 가습기 살균제가 준호를…"

    - 2011년 이전에도 사망자 줄이어
    - 아이들 줄줄이 죽어가는데 나라는 조용
    - 검찰 수사 촉구했지만 작년 8월에야 시작
    - 업체, 정부 모두 사과한 적 없어
    - 과실치사 시효 7년 뿐…살인죄 적용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부은정(피해 어머니)

    뉴스의 그 이후를 쫓아가봅니다. AS뉴스. 오늘은 지난 2011년 3월로 돌아가보죠. 당시 건강하던 임산부와 영유아들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중증 폐질환으로 줄줄이 숨지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들의 병명은 바로 폐섬유화. 원인은 가습기에 넣어 쓰는 살균제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싸움은 벌써 5년이 지났는데요. 당시 워낙 떠들썩한 사건이었고 그 후로도 언론에서 자주 다뤘기 때문에 사건이 수사가 잘 진행되고 마무리가 된 걸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았죠. 그런데 알고 보니 검찰의 정식 수사는 시작된 지 이제 겨우 7개월째이고요. 가습기 업체에 대한 소환조사는 아직 시작도 안 된 상태랍니다. 대체 5년의 시간은 뭐였던 건지, 왜 이렇게 된 건지 직접 들어보죠. 가습기 살균제를 쓰다 숨진 고 양준호 군의 어머니입니다. 부은정 씨 연결해 보죠. 어머니, 나와 계세요?

    ◆ 부은정>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저는 5년 전에 워낙 크게 이슈가 되고 그후로도 보도가 종종 나오길래 이게 해결이 잘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건가요?

    ◆ 부은정> 네, 아무것도 이뤄진 게 하나도 없어요.

    ◇ 김현정> 그럼 당시로 한번 돌아가 보죠. 처음으로 이 문제가 이슈화가 됐던 게 2011년 3월에 입원환자들에게 무더기로 알 수 없는 폐섬유화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죠?

    ◆ 부은정> 네.

    ◇ 김현정> 피해자가 몇 명이나 되는 겁니까?

    ◆ 부은정> 1, 2차 정부 조사에서 사망자는 140여명이 나왔고요. (민간신고센터에서 집계한) 최종 사망자는 232명인데 (민간신고센터인)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개별적으로 받고 있어요, 계속. 그래서 전체 피해자는 1500명이 넘는 걸로.

    ◇ 김현정> 지금도 신고접수는 계속 들어오는 거고요?

    ◆ 부은정> 환경부에서는 작년 12월 31일로 신고 접수를 끝냈고요. 신고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감사원에 항의를 하는 집회가 있었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게 피해 조사는 됐는데 정부에서는 계속 지금 민사소송으로 가라,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 건가요?

    ◆ 부은정> 너희 피해자들이 알아서 개별적으로 민사소송을 해라, 이런 식으로 대기업을 상대로 개인이 소송한다는 것 자체가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에요.

    ◇ 김현정> 개인이 하기는 힘들고 게다가 민사소송은 피해배상만 있는 거지 처벌은 없는 거니까 그 부분도 피해자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런 거죠?

    ◆ 부은정> 네.

    ◇ 김현정> 계속해서 검찰 수사는 촉구하셨어요?

    ◆ 부은정> 촉구했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고 이제야 조사가 들어가게 된 거예요.

    ◇ 김현정> 이제야. 제가 정확하게 조사를 해 보니까 2015년 8월이 돼서야 검찰 수사가 시작이 됐고.

    ◆ 부은정> 전담반이 생겼다는 것 말고는 없고, 이제서야 피해자들을 한 명씩 불러서 조사를 해요. 이것만으로도 날짜랑 시간이 많이 가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이제야 피해자들 하나하나 불러서 조사하기 시작했고, 가해업체는 어떻습니까?

    ◆ 부은정> 이제껏 아무런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다가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이제 할 예정이라고, 그런 상황이군요.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아이의 어머니, 부은정 씨를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부은정 씨 아들은 이름이 준호네요, 준호.

    ◆ 부은정> 네.

    ◇ 김현정> 준호가 세상을 떠난 게 언제죠?

    ◆ 부은정> 2006년 6월 2일.

    ◇ 김현정> 2006년 6월.

    ◆ 부은정> 예. 저녁 7시 55분에.

    ◇ 김현정> 그때 나이가 어떻게 됐습니까?

    ◆ 부은정> 23개월 됐어요.

    ◇ 김현정> 23개월이요?

    ◆ 부은정> 네.

    ◇ 김현정> 그러면 3살?

    ◆ 부은정> 네. 이제 말 시작하고 엄마, 아빠, 버스, 빵빵 이런 얘기 시작할 때였어요.

    ◇ 김현정> 그러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게 별로 얼마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어떻게 틀어주셨어요?

    ◆ 부은정> 2005년 10월쯤에 마트에 갔다가 그 가습기 살균제를봤어요. 신랑한테 어머, 이 물건을 만든 사람 정말 노벨상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어떻게 이렇게 좋은 물건을 만드냐고 했고 제가 그걸 샀어요. 그리고 거의 매일매일 틀어주고 4월에는 아기가 감기가 자꾸 안 나아서 빨리 나으라고 첫 애니까 더 매일매일 청소하고 매일 틀어줬거든요.

    어머니 부은정 씨는 아들 준호의 투병 모습을 그렸다. (사진=부은정 씨 제공)

     

    ◇ 김현정> 그런데 언제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까?

    ◆ 부은정> 그렇게 했는데 밤에 갑자기 목이 옆에가 붓는 거예요. 그러더니 입술이 파래지고 그래서 폐 사진을 찍었는데 폐가 이미 벌써 다 하얗게 두쪽 폐가 그렇게 된 거예요.

    ◇ 김현정> 굳어 있는, 섬유화가 돼 있는 상태?

    ◆ 부은정> 네. 그래가지고 아산병원 중환자실에 갔죠. 갔더니 이런 아이가 계속 들어오는데 10명 중에 6명은 죽는데 원인은 모르겠다고 (얘기해서) 제가 주저앉았어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하는데 이유를 모른다니까 더 무섭고 그렇게 입원을 했죠.

    ◇ 김현정> 그게 2006년. 이게 상황이 드러난 게 2011년인데 그로부터 5년 전이네요. 5년 전인데도 아산병원 갔더니 이런 아이가 많다, 10명 중에 6명은 죽는데 이유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가 이미 2006년부터 나왔던 거예요?

    ◆ 부은정> 네. 그런데 나라에서는 얘기 안 해서 제가 아이 아빠랑 왜 나라에서 이런 얘기 안 하지? 아이들이 만날 계속 들어오는 거예요, 지방 아이들이. 그리고 저희 애보다 늦게 들어왔는데 빨리 하늘나라 간 아이도 있었어요. 그 아이를 보면서 ‘왜 나라에서 얘기 안 해, 질병관리본부에서 왜 얘기를 안 해, 아기들이 이렇게 죽어나가는데 왜 나라가 아무런 일도 없듯이 이렇게 조용한 걸까? 왜 우리만 이렇게 울고 있지’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 김현정> 그랬군요. 그때만 해도 이게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셨죠?

    ◆ 부은정> 네. 저는 비둘기, 아이들 데리고 한강시민공원에 많이 갔으니까 비둘기 때문인가? 별의별 상상을 다 했죠. 원인이 뭘까. 죄책감. 엄마로서 아이를 지키지 못하고... 아이를... 그 미안함은, 엄마로서의 미안함은 지금까지도 그렇게... 죽을 때까지도 그 미안함은 씻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 김현정> 그건 어머니 잘못은 전혀 아닙니다. 그건 세상의 잘못이지 어머니 잘못은 전혀 아니고 아이를 위해서 해 줬던 일이니까 그런 죄책감은 절대 갖지 마시고요. 준호가 참 원인도 모를 병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을 때 보면서 얼마나 힘드셨어요?

    ◆ 부은정> 저는 그때 임신 중이었어요, 6개월.

    ◇ 김현정> 둘째아이를.

    ◆ 부은정> 네. 아침 저녁에 매일 면회하고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 로비에서. 일기를 쓰면 아이가 빨리 낫는 기도의 글처럼 아이와 함께 느끼고 싶어서 일기를 썼어요.

    ◇ 김현정> 병상 일기를 쓰셨어요.

    ◆ 부은정> 아기가 나으면 네가 이렇게 힘들었지만 네가 이렇게 멋지게 잘 이겨내서 이렇게 건강한 아이가 됐다고 얘기해 주고 싶어서 기록을 했어요.

    부은정 씨가 쓴 준호의 병상일기 일부. (사진=부은정 씨 제공)

     

    ◇ 김현정> 피해자들이 참 얼마나 고통 받았는지를 우리가 함께 좀 느껴보기 위해서라도 그 병상일기 한 페이지를 함께 나눌 수 있을까요, 어머님?

    ◆ 부은정> 네. 2006년 5월 28일 일요일.

    ◇ 김현정> 5월 28일, 네.

    ◆ 부은정> 준호가 상태가 많이 나빠졌다. 그러나 준호야, 일어날 테니 걱정 말아라. (눈물) 내일이면 다시 정상이 될 거야. 사랑하는 아들아, 사랑하는 아들아 굳세어라. 세포에 출혈이 생기고 폐가 좀 힘들어하는 거야.

    아가야, 내 아기야. 이겨내자. 사랑한다. 널 지켜줄게. 엄마는 너를 잃을 수 없어. 사랑해. 튼튼하고 우리 아들 잘 이겨낼 거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이렇게 썼어요. 많이 안 좋아지기 시작해서 힘을 내라고 쓴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일기를 쓰고 나서 불과 며칠 후에 준호가 하늘나라에 간 거네요.

    ◆ 부은정> 네.

    ◇ 김현정> 그후로 가습기 살균제 업체에 사과 받으셨어요?

    ◆ 부은정> 아닙니다. 사과요? 아니요. 전화 한 번 못 받았고요.

    ◇ 김현정> 전화 한 번 못 받았고.

    ◆ 부은정> 거기 앞에서 1인 시위를 해도 한 명도 나오지 않더라고요.

    ◇ 김현정> 정부의 사과 받으셨습니까?

    ◆ 부은정> 아니요. 정부도 너희끼리 알아서 하라는 식이지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습니다.

    ◇ 김현정> 피해자들은 지금 왜 반드시 형사처벌이 돼야 한다라고 꾸준히 주장하고 계시는 건가요?

    ◆ 부은정> 형사처벌로 살인죄를 적용해야지 과실치사로 넘어가면 공소시효가 7년이래요. 그럼 저희 같은 사람들은 조사대상도 안 될 뿐더러 평생 가슴에 못을 박고 살아야 되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억울하잖아요.

    ◇ 김현정> 과실치사는 시효가 7년밖에 안 되는군요?

    ◆ 부은정> 네. 7년이라는 거예요. 이렇게 많은 피해자가 있는데 억울한 사람이 너무 많고.

    ◇ 김현정> 너무 많다. 그런데 이게 가습기살균제를 사람을 죽일 목적으로 만든 건 아니기 때문에 과연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이 부분은 참 법률적으로 어려운 문제네요.

    ◆ 부은정> 그래서 시효 폐지를 해야 돼요. 저희가 조사를 받아야 되잖아요.

    ◇ 김현정>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서 뭔가 시효에 상관없이 조사를 끝까지 할 수 있도록,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끝까지 벌어질 수 있도록 이 부분을 촉구하시는 거예요?

    ◆ 부은정> 네.

    ◇ 김현정> 오늘 어렵게 방송 연결되셨는데요. 우리 국민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 있으셨다면 가슴 속에 맺힌 이야기 한 말씀 하실 기회 드리죠.

    ◆ 부은정> 봄이라서 여기저기 풀들이 많이 났더라고요, 지나가는 개미도 있고. 다 살아 있어요. 하물며 인간의 생명은 존엄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른으로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고 책임을 지는 게 어른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RELNEWS:right}

    정말 살인죄를 적용해서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조사기간을 확보할 수 있게 나라에서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어머니, 오늘 어려운 상황에서 인터뷰 고맙습니다.

    ◆ 부은정>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힘내시고요. 가습기 살균제로 23개월 된 아들을 잃은 어머니, 부은정 씨 만났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