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사건 발생 5년만에 첫 기자회견을 연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장 아타 샤프달 대표는 연신 사과했지만, 피해자들은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고 취재진과 뒤엉킨 기자회견장은 아비규환이 됐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은 옥시레킷벤키저가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5년 만이다. 하지만 너무 늦은 사과에 기자회견 도중 피해자와 가족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회견이 중단되는 등 마찰을 빚었다.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장 아타 샤프달 대표는 2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아타 샤프달 대표는 "저는 오늘 옥시레킷벤키저를 대표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손상을 입으신 분과 가족분들께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전적으로 책임을 받아들인다. 저희 회사를 믿어주신 소비자 분들, 고객사, 전현직 임직원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망을 끼쳐드린 점에 사과드린다. 당사는 피해를 보상해드리고 모든 분들의 믿음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고개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도중 피해자와 가족들이 단상에 올라 소리를 지르고 항의하면서 기자회견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아타 샤프달 대표는 "I'm so sorry"라며 연신 사과했지만 피해자들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고, 수백여명의 취재진과 뒤엉키면서 기자회견장은 아비규환이 됐다.
피해자들은 "기자들에게 연락해 메일보내고 피해자들에게 메일 한 통, 전화 한 통을 해서 사과했느냐. 뉴스 보고 왔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한편, 옥시 측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패널을 오는 7월까지 구성해 피해 보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피해 보상액을 늘리는 등의 파격적인 보상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옥시 측은 "1등급과 2등급 판정을 받으신 분들 중 자사 제품을 사용한 분들께 보상 계획과 지원 내용, 신청 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2014년 출연한 50억 원의 인도적 기금 외에 2016년 4월 20일에 발표한 바와 같이 추가로 출연한 계획인 50억원 등 모두 100억원의 기금이 잘 쓰여지도록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옥시레킷벤키져는 PHGM 인산염 성분이 든 살균제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제'로 2001년부터 2011년 11월 수거 명령이 내릴때까지 10년간 판매율 1위를 기록해 가장 많은 피해자·사망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 회사다.
현재 검찰이 파악한 피해자수는 사망자 94명 등 총 221명이며, 이 중 옥시 제품의 피해자는 사망자 70명을 포함해 177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5년 동안 철저하게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최근 검찰 소환조사가 본격화되고, 전국적인 불매운동이 번지며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자 기자회견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