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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제주 오름 35봉을 느끼다 Ⅰ전주 편애



책/학술

    [새책]제주 오름 35봉을 느끼다 Ⅰ전주 편애

     

    '제주 오름 여행'은 여행 전문 기자 출신인 저자가 1개월 동안 제주도에 머무르면서 올랐던 오름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오름 35개를 엄선해 소개한다. 오름은 제주의 촌락이 형성된 토대였으며, 바다 건너 세력들의 위협을 늘 주시하고 있어야 하는 요충지이기도 했다. 또한 신화와 설화가 깃들어 있으며, 제주 민속신앙의 지반이 되는 곳이다. 근현대의 여러 아픔과 슬픔이 맞물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단언한다. 삶에서, 여행에서 당당히 ‘단언’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제주도 여행은 ‘오름을 오르기 전’과 ‘오름을 내려온 후’로 나뉠 것이라고. 오름 사진 150여 장을 통해 오롯이 오름의 아름다운 풍경과 만나면서 제주도의 역사와 문화와 설화와 전설을 만날 수 있다.

    수월봉은 수많은 오름 중에서 가장 가까이 바다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수월봉을 ‘바다를 품은 오름’이라고 불린다. 수월봉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길게 늘어선 캐러멜 빛깔의 절벽이다. 해식작용으로 깎인 절벽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낯설고 이국적이다. 이 해안절벽은 세계적으로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수의 학술 서적에 자주 소개되고 있으며, 유네스코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해 2010년 10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했다. 차귀도 포구와 포구 뒤편 멀리 풍력발전기들이 이루는 풍경도 꽤나 멋스럽다.

    다랑쉬오름은 분화구 위로 솟아오르는 달의 모습이 쟁반 위의 달처럼 밝고 아름답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분화구는 깊이는 약 115미터에 달할 정도로 웅장하고, 정상에서 바라본 시야는 거의 모든 방향으로 시원하게 트여 아름다우면서 멋지다. 주변에는 돗오름, 당오름, 아끈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손지오름 등 개성 있는 생김새를 가진 오름들이 모여 있어 그 조화가 더욱 멋지다. 다랑쉬오름은 혼자만의 아름다움으로 ‘오름의 여왕’이 된 것이 아니라, 여왕으로 즉위하기까지 멋들어진 이웃 오름들이 나름의 힘을 실어준 것이다.

    제주 서부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오름은 단연 새별오름이지만, 금오름이 몇 배는 더 멋진 오름이다. 금오름은 그림엽서로 만들어 쓸 만한 사진을 수십 장 건져 올릴 수 있는 풍경의 양식장이다. 정상에는 나무가 많지 않아 가슴이 뻥 뚫리고 눈이 번쩍 뜨이는 전망이 펼쳐진다. 이국적이며 목가적인 자취, 환상적이며 낭만적인 경관, 가지각색의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오름 정상에서 동쪽으로는 아일랜드 출신의 신부가 세운 성이시돌목장이 들어오며, 그 뒤로는 층층이 자리한 오름과 한라산이 보인다. 서쪽으로는 한림시가지와 협재 앞바다, 비양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법정이오름은 휴양림 내부에 있어 탐방로가 매우 잘 정비되어 있다. 휴양림 정문에서부터 오름 정상까지는 거리가 꽤 되지만, 오름 입구부터 정상까지는 620미터 정도로 매우 짧은 편이다. 비고도 낮아 등반하며 특별히 숨이 가쁠 일도 없다. 제주 현지인들 특히 서귀포 시민들이 가족 나들이 장소로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조금은 심심하다고 할 만큼 한가로운 곳이어서 한적하고 조용한 산길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천천히 걷고 싶은 여행자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새별오름은 ‘초저녁에 외로이 홀로 뜬 샛별’이라는 뜻이다. 제주 서부의 오름들 중에서는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싶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사실 새별오름은 전망이 특별히 아름답기보다는 억새가 군락을 이루어 오름 전체를 예쁘게 둘러싼 모습이 훨씬 인상적이다. 또한 새별오름과 주변 곳곳에서는 많은 무덤가가 보이는데, ‘제주 사람은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밭담과 산담으로 튼튼히 에워싸인 제주인들의 묘는 왠지 모르게 평온한 기분이 들게 한다. 세상을 떠난 슬픔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편안한 ‘쉼’의 정서가 느껴지는 듯하다.

    우진제비오름 안에는 우진샘이 있다. 동화 속 배경 같은 샘터는 아니고, 좀 우중충하고 어두운 느낌이랄까? 우진샘이 있는 곳까지는 돌계단으로 되어 있는데, 주로 나무 계단만 밟다가 오랜만에 밟아보는 돌계단의 묵직한 느낌이 싫지 않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이라 한낮의 고요함이 좋다. 험하거나 경사가 심하지 않고, 비고도 낮은 편이라 20분 정도면 충분히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심플하게 만들어진 전망대의 고동색 나무 벤치가 꽤 예쁘다. 커피 한잔 생각나는 쉼터다. 억새와 풀, 나무, 하얀 구름과 푸른 하늘, 이웃한 오름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도 보기 좋다. 정상에서 맞는 시원한 산바람과 더불어 잠시 마음의 피로를 덜어준다.

    우도봉은 완벽에 가까운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고, 곳곳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이 땀을 날려주니 여유 있게 걷기에 참 좋은 코스다. 특히 따사로운 봄날 우도봉을 찾는다면, 샛노란 유채꽃이 아름다운 배경을 만들어주어 산행의 재미가 배가된다. 우도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과 짙고 푸르른 바다는 삶의 시름을 잊게 하는 묘약이다. 제주도 토박이들조차 우도봉에 오르면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이 뻥 뚫린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정물오름에는 예쁜 것이 참 많다. 오름 정상에서 보이는 풍경은 물론이고, 등산로 계단 옆 길게 늘어선 억새도, 나무 계단 틈새로 피어난 꽃도, 꽃들을 찾아 날갯짓하는 나비도 예쁘다. 정상에는 나무의자가 제법 많으니 잠시 쉬어갈 여건은 충분하다. 벤치에 몸을 뉘여도, 반쯤 걸터앉아도, 그냥 그 옆에 선 채로 시간을 보내도 좋다. 정물오름 정상에서 보내는 짧은 시간은 몸도, 마음도, 머리도 깨끗하게 할 것이다.

    붉은오름은 나무 계단으로 이루어진 길이 잘 관리되고 있으며, 무성한 수풀이 시원한 공기를 적절히 공급해주니 30여 분의 산행이 크게 버겁지 않다. 불쑥불쑥 나타나는 노루도 볼 수 있다. 근처에 자리한 사려니숲길과 더불어 제주 에코여행을 대표하는 곳으로 꼽힌다. 특히 여러 탐방로와 산책로가 예쁘고 운치 있다. 붉은오름은 붉은오름자연휴양림 내에 있어 온대·난대·한대 수종 등 다양한 나무를 볼 수 있다.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삼나무와 편백나무인데, 항균과 살균 효과가 있는 피톤치드를 다량으로 내뿜어 삼림욕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김 다니엘 글· 사진/ 북카라반/312쪽/15,000원

     

    신간 '전주편애'는 전주부성 옛길의 기억을 따라 걷고 해찰하다 먹고 쉬는 이야기다.

    전동성당과 전주국제영화제의 모던함, 박봉우 시인과 막걸리집의 널널함, 비틀즈가 풍선 들고 풍년제과 교차로를 건너는 듯한 즐거움, 창극배우 임춘앵의 애수는 주관을 넘어 편애하게 만든다. 게다가 콩나물국밥집의 할매가 욕을 한 이유를 ‘나는 지난밤에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고 표현한 것은 재미지다. 전주의 다방학개론, 비빔밥삼국지를 겉절이처럼 늘어놓아 한상 그득하게 차려진다.

    본문 중에서

    객사는 이제 왕을 모신 곳이 아니라 젊은이를 위한 전주의 중정이다. 전주 사람들은 마땅한 장소가 생각나지 않으면 “객사 앞에서 보자, 잉”할 정도로 친근한 만남의 공간이다. 좌우 날개를 거느린 웅장한 객사 건물 마루에도 담 밖에도 젊은 데이트족들이 빼곡하다. 누가 전주 사람이고 외지 사람일까? 마루에 걸터앉아 셀카봉을 든 이는 외지인이고, 손전화를 들고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전주 사람이다.
    P. 77 ‘전주의 위엄, 객사’

    전주에서 이리까지 철도가 놓이고 전통도시는 강제로 새로운 근대를 경험하게 된다. 감영 자리에 도청이, 부영 자리에는 시청사가, 북문에 가까운 곳 옛날 전매청 자리에 전주역사驛舍가 들어선다. 남에서 북으로는 전통과 정치의 공간이었기에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고 식민지배자들은 서세동진의 모양을 취하고 상권을 넓혀나간다. 시청 옆에는 식산은행이 자리잡고 우체국과 박다옥 등 고전주의적 서양건축물들이 들어선다. 그들에겐 ‘화양연화’시절이었지만 백성들에게는 ‘비정성시’의 화려한 불빛이었다.
    P. 113 ‘그들만의 화양연화’

    수북이 쌓인 비빔밥용 놋쇠 그릇과 요리사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가히 공장이다. 물대신 기본으로 온육수가 나온 후, 밑반찬 12가지가 올라온다. 버섯과 마늘쫑으로 볶은 반찬, 무말랭이, 고추장아찌, 생채는 만든 지 얼마 안 되어 결이 살아있다. 당연히 그 곁에는 콩나물 맑은 국이 있다. 하이라이트는 작은 오모가리에 올라져오는 계란찜이다. 상위에 배달되면서 빵처럼 부푸는데 고소하기가 일품이어 ‘진격의 계란찜’이란 말도 있는데 비빔밥의 매운 맛을 덜게 해주려 올리는 것이란다.
    P. 150 ‘비빔밥 삼국지’

    내는 사람은 한 턱 쏘는 느낌이 팍 드니 불역낙호아? 그렇다고 얻어먹는 사람도 부담을 덜 느끼는 착한 가격 때문에 전주에서 술 마시기를 엿보던 ‘엄벙한’ 전주 밖 술꾼들이 가끔 모험을 저지른다. 자기 사는 지역에 전주식 가맥집을 여는 것. 일단 적은 자본으로 시설비 많이 들지 않으니 쉽게 뛰어든다. 그러나 쉽게 실패한다. 왜? 장맛은 나름 창조할 수 있겠지만 그 전주 사람들이 술을 즐기는 마인드, 술 앞의 평등한 문화는 쉽게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PP. 240~243 ‘유네스코 맥주 창의거리’

    몇 차를 마신지 모르는 술꾼, 좋은 끗발 오르기를 기다린 도박꾼, 핼쓱한 오입쟁이들이 새벽에 들르면 할머니는 ‘오살할 놈들’ 하고 욕을 퍼부었다. 나는 네가 지난 밤에 한 일을 모두 알고 있다는 말씀이렷다. 밤거리의 뒷골목을 누비고 다닌 맨발의 청춘들에 거리의 자식이라 욕을 해대는 것이다. 건달들은 할머니가 욕을 섞어 끓여주는 콩나물국밥에 모주 한잔을 곁들여서 전날 마신 술로 거북한 속을 풀면서 반성했을까? 욕쟁이 할머니에게 까인들 뭐 대수랴? 이것이 자잘한 일상이 되는데.
    P. 246~247 ‘해 뜰 때 장에서 먹는 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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