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소라넷 화면 캡처.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과 수사관들이 지난 4월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 공항을 급히 찾았다.
도피처를 수시로 바꾸며 경찰과 숨바꼭질을 해온 '소라넷' 창립멤버가 입국한다는 첩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관들은 입국장으로 버젓이 들어오는 A(45) 씨 부부를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현지 기관들이 수사 협조에 이견을 보이면서 영주권자인 A 씨 부부를 체포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경찰이 사법권 한계 탓에 소라넷 핵심 운영진을 검거할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해 쓰린 속을 부여잡고 있다.
그러나 소라넷 운영진의 신상과 도피처도 특정한 만큼 국제 공조 수사가 이뤄지면 검거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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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백억 부당이익으로 각국 영주권 사들여 12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소라넷을 창립자는 A 씨 부부와 B(40대 추정) 씨 부부 등 4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대를 졸업한 A 씨를 비롯해 이들은 명문대를 나온 수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이들을 도와 소라넷 운영에 깊이 관여한 인물 2~3명도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소라넷은 1999년 '소라의 가이드'라는 사이트로 시작해 2003년 현재 사이트로 확대 개편한 이후 100만 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한 국내 최대 음란 포털로 규모가 커진 사이트다.
소라넷을 조직적으로 관리한 운영진들은 수백억 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게 경찰의 설명.
특히, 소라넷을 통해 번 돈으로 인도네시아와 호주, 미국, 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의 영주권을 취득해 경찰의 영향권 밖에서 도피 생활을 해왔고 이것이 그동안 검거가 늦어진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다.
경찰 관계자는 "운영진들이 막대한 부당 이익을 바탕으로 우리가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국가에 영주권을 취득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도피생활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이트 서버는 미국과 네덜란드 등 해외에 두고 테리 박(Terry Park), 케이 송(Kay Song) 등 가명을 내세워 운영진을 노출하지 않는 방법으로 17년간 경찰의 추적을 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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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손 두발 다든 운영진들 '독 안에 든 쥐'하지만 최근 워터파크 몰카 등 소라넷의 음란물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박차를 가하자 전세가 역전되는 형국이다.
소라넷은 운영을 위한 근간인 핵심 서버를 지난 4월 폐쇄당했다. 경찰이 소라넷 서버가 있는 미국과 네덜란드 경찰과 공조수사를 벌인 결과다.
운영진들을 체포되는 것도 '초읽기' 수순이다. 경찰이 운영진들의 도피처를 모두 찾아내 숨통을 조여가고 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소라넷 운영진은 '독 안에 든 쥐' 신세와 다를바 없다"면서 "검거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운영진들도 경찰이 턱밑까지 추격하자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일 '소라넷'이 공식 계정 격으로 사용하던 트위터를 통해 사이트 폐쇄와 트위터 탈퇴를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사실상 운영진이 소라넷을 포기한다고 경찰에 '백기'를 든 것이다.
관건은 운영진이 도피한 국가의 수사기관과 경찰이 얼마나 호흡이 잘 맞느냐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국외는 사법권 밖의 영역이라 영장을 갖고 있어도 범죄자를 체포할 수는 없다"면서도 "현지 수사기관과 공조가 관건인데 호흡이 잘 맞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