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비자금 의혹에 휩싸인 롯데그룹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검찰 수사팀이 거세게 비판하면서 겉과 속이 다른 롯데 측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영업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일본에 있는 롯데물산 관련 자료는 "일본 주주들이 반대한다"며 제출을 거부하면서다.
◇ 신동빈 "검찰 조사 협조하겠다" 했지만…신동빈 회장은 지난 14일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열린 합작사업 기공식 행사 당시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책임을 느끼고 검찰 조사에 협조하도록 모든 회사에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이틀 뒤 롯데 측에 일본롯데물산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약 2주 만인 지난 28일 돌아온 답변은 "제출할 수 없다"는 거였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해마다 4~5조 원대 원료를 수입하면서 일본롯데물산을 중간에 '끼워 넣기'해 이른바 '통행료'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한 경위를 의심하고 있다.
비자금 조성 창구로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롯데케미칼 자금 사정으로 봐서 굳이 일본 계열사에 지원을 받을 상황도 아닌데 대행사 역할을 한 것처럼 소위 끼워 넣기를 하고 이익을 남기는 구조"라며 "기업 사건에서 비자금 조성 통로로 많이 이용돼왔다"고 말했다.
롯데 측이 자료 제출을 할 의무는 없지만, 거절한 경위도 논란이다. 롯데 측 변호인은 검찰에 "일부 일본 주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를 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일본롯데물산의 주주 구성 등은 베일에 가려진 채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어 어떤 주주가 반대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국에서 대부분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에 대한 자료가 소수의 일본인 주주에 의해 제공이 거절되는 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열린 국정감사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지난해 9월 국회 국정감사 당시 신 회장이 '롯데는 한국 기업이냐, 일본 기업이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 기업이다"고 답변한 게 이른바 '형제의 난' 상황에서 이슈가 됐던 만큼 국적 논란의 정서적 측면을 자극하는 검찰 측 발언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신 회장의 의지의 문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 측에서 제출할 수 있는 자료라고 생각한다"며 "주총에서 의결권을 갖고 있어 일본 쪽 자료도 낼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반면, 롯데 관계자는 "일본롯데물산이 관계사이지만 롯데케미칼이 자료를 내라 마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일본롯데물산과의 거래도 신용도를 활용해 원료 수입거래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롯데케미칼에서 확보한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소환 조사를 통해 의혹을 뒷받침할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의 법인세 등 탈루에 가담한 혐의로 전 재무파트임원 김모씨도 구속한 상태다. 김씨는 관련 자료를 증거인멸을 한 혐의도 있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사진=자료사진)
◇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신영자 측도 증거조작 의혹에
여기에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를 받은 의혹으로 검찰 소환을 앞둔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측도 증거조작 의혹이 있다.
신 이사장이 사실상 운영하는 업체가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수사가 본격화되자 양측의 컨설팅 계약서를 위조한 정황 등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검찰은 업체 서버와 임직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자료를 삭제하거나 거짓 자료를 꾸민 혐의로 이미 컨설팅 업체 B사 대표를 구속기소 했다.
신 이사장은 다음 달 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에 맞서 롯데 측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곳곳에서 증거 인멸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롯데 스스로 논란을 키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