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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우울증에 빠진 청년세대, 치유의 길은?



책/학술

    가면우울증에 빠진 청년세대, 치유의 길은?

    신간 '청춘 심리 상담'

     

    신간 '청춘 심리 상담'에 등장하는 청년들은 정체성, 자존감, 자신감을 잃고 마음을 잡지 못해 힘들어한다. 남들 앞에서 좋은 면만 보이려고 애쓰는 청년 대다수는 집에 돌아가면 자기의 상처로 괴로워한다. 한국의 청년들에게 급속히 퍼지고 있는 '가면우울증'은 이런 가슴 아픈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은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봄으로써 왜 그의 마음에 상처가 생겼는지, 그들의 상처는 왜 청년 세대의 문제인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성적을 기준으로 아이나 학생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돈을 기준으로 성인의 가치를 평가하는 한국적 병리 현상의 저연령판 버전이다. 사람들은 성적이 나쁘면 일류 대학에 못 가고 일류 직장에 취직하지 못하며 결국 돈을 많이 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적으로 아이나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는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똑같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어른들이 자존감을 잃는 것처럼 성적이 좋지 않은 아동이나 학생은 자존감을 잃는다.

    어린 시절에는 주로 부모가 공부를 잘 못하면(즉, 돈을 많이 벌지 못하면) 사랑을 주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청소년기부터는 부모와 사회가 공부를 잘 못하면(즉, 돈을 많이 벌지 못하면)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청년기에 들어선 뒤로는 부모와 사회가 한목소리로 부자가 되지 못하면 사람대접을 해주지 않겠다는 강력하고 노골적인 메시지를 보낸다. 한마디로 한국의 부모 다수와 한국 사회는 청년들에게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단하나의 삶, 획일적인 삶을 끊임없이 강요한다.

    저자는 지금의 청년 세대가 네 가지 위기에 빠졌다고 말한다. 사회성(대인 관계 능력) 위기, 자존감 위기, 정체성 위기, 삶의 위기이다. 이는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한국 사회에서 부모들이 자신의 불안과 공포, 욕망을 아이들에게 주입한 결과이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IMF 경제 위기 이후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시는 청년 세대의 부모들이 생존의 불안을 가장 크게 느낀 때였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오직 공부만 강요했고, 아이들은 부모 눈치를 살피며 마음의 병을 앓게 됐다. 또 지금의 청년 세대는 또래들과 자유롭게 뛰어놀아보지도 못한 채 자랐다. 어린 시절 또래들과 함께한 놀이 경험, 또래와의 관계 경험은 대인 관계 능력과 사회성 발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금 청년들의 심리적 기반이 취약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저자는 심리적 상처는 대부분 어린 시절에 생기지만 그런 상처들이 아무는가 아니면 악화되는가를 좌우하는 것은 사회의 건강성에 달렸다고 말한다. 만약 사회가 건강해서 사람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서로 돕고 위하며 살아간다면, 어린 시절의 상처는 거의 다 저절로 치유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학교도, 사회도 서로를 경쟁 상대로 여기며 무시하고 이용하는 상황이라 어린 시절의 상처가 사회생활에서 치유되기는커녕 한층 더 악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의 청년들은 어릴 때부터 판에 박힌 바쁜 일상과 인생을 강요당해, 자신이 정말로 바라고 좋아하며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유롭게 탐색하고 확인해보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저자는 청년들이 더 늦기 전에 먼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세상이 요구하는 내가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내가 누구인지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앞으로 살아가기 힘들다는 공포, 돈이 없으면 남들한테 무시당하면서 살 것이라는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한 청년들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어쩌면 지금의 청년들은 그 공포에 쫓기면서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낼 뿐 죽는 순간까지도 행복을 맛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마음의 상처란 나쁜 환경에 적응한 결과로 생기는 것이다. 나쁜 환경에 저항하거나 그런 환경을 바꾸지 않고 이에 적응하면 정신건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상처를 치유하는 것 못지않게 현재의 상처가 더욱 심해지지 않도록 나쁜 환경을 바꿔야 한다.

    책 속으로

    부모나 사회가 아이에게 자유를 주지 않으면 아이는 자신의 욕구나 감정, 생각 등을 억압한 채 부모나 사회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 한다. 즉, 외부에서 강요하는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간다. 강요된 정체성은 정신건강에 해로우며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주범 가운데 하나이다. (48쪽)

    나는 특수한 극소수 자살을 제외하고, 자살은 대부분 ‘심리적 고독’이 극한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현실화된다고 생각한다. 즉, 사람은 경제적 파산만으로는 자살하지 않으며 그것이 심리적 고독과 겹칠 때 비로소 자살한다는 것이다. … 민지 씨는 몹시 외로운 사람임이 틀림없다. 그녀는 비록 부모와 함께 살지만 서로 사랑을 주고받지 않고 마음 편하게 소통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민지 씨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을 겪고 있는데도 어머니를 붙잡고 펑펑 울지도 못한 채 홀로 자살을 결심했다. (77~78쪽)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 가운데는 지원 씨처럼 그 사실을 부모에게 말하지 않는 아이가 꽤 많다. 그런 아이들은 대체로 부모에게 말하더라도 부모가 자신을 도와주지 않거나 도울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125쪽)

    한국 사회가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에게서 유년기를 빼앗은 것은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게서 대인 관계 능력을 빼앗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젊은 세대의 정신질환과 자살율 증가, 무력감과 사회적응 실패, 신혼부부의 이혼율 급증과 출산율 저하 등이 이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48쪽)

    권력자의 편애와 차별이 가정 내에서 일어나면 자식들의 정신건강뿐 아니라 그들 사이의 관계도 매우 나빠진다. 지역감정이 심했던 시기 전라도와 경상도는 사이가 나빴고, 두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은 피해자인 전라도 편이 아니라 경상도 편을 들었다. (182쪽)

    마음의 상처란 나쁜 환경에 적응한 결과로 생기는 것이다. 나쁜 환경에 저항하거나 그런 환경을 바꾸지 않고 이에 적응하면 정신건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상처를 치유하는 것 못지않게 현재의 상처가 더욱 심해지지 않도록 나쁜 환경을 바꾸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심리치료자들이 부모라는 존재 자체가 나쁜 환경일 때는 부모와 떨어져 지내라고 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186쪽)

    자식들에게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주지 않고 단 하나의 인생, 그것도 이기주의적인 인생만을 강요하면 자식들의 정신건강은 황폐해지기 마련이다.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친밀하고 건강한 사회관계를 맺지 못하기에 고독감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고독감은 사람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감정일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주요한 원인이다. (230쪽)

    정신건강이나 행복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청년기 내내 정신건강이 좋지 않았거나 행복하지 않았던 사람이 대기업에 취직만 하면 하루아침에 정신이 건강해지고 행복해질까? (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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