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CBS는 지난 3월 학대와 방임으로 집을 떠난 아이들의 충격적인 실태를 보도했다. 집에서도, 사회에서도 방치된 아이들의 모습은 주목을 받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 아이들은 여전히 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대전CBS는 아이들의 '이후'를 추적해 3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① 다시 거리로…왜 소녀는 되돌아갔나 (계속) |
16살 현아(가명)는 사회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거리와 모텔방으로 돌아갔다.(사진=김정남 기자)
현아(가명·16·여)를 만난 곳은 대전 원도심의 한 오래된 모텔이었다.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현아에게 낡고 퀴퀴한 모텔방은 유일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자, 집보다 아늑한 곳이었다.
거리 생활을 하지 않으려면 하루 방세 2만원, 이곳에 한 달을 머물기 위해서는 30만원이 필요했다.
식당과 술집을 돌며 파인애플을 팔았다. 하루에 40개를 팔지 못하면 약속된 10만원을 받을 수 없는, 착취에 가까운 아르바이트였다.
기자를 만났을 때 현아는 '일한 만큼 돈을 준다'는 이유로 불법 노래방 도우미와 조건만남에 빠져든 상태였다.
당시 기자와 함께한 활동가의 권유로 현아는 쉼터에 들어가기로 했다. 모텔촌을 전전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일자리 등에서도 도움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7개월 뒤, 다시 찾은 현아는 쉼터에 있지 않았다.
지역의 청소년 쉼터 가운데 현아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없었다고 했다.
당시 쉼터 연계에 나섰던 활동가는 "현재 장기 쉼터들은 학교 안에 머무를 수 있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그 외 쉼터들은 분절적·단절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시적인 문제가 아닌 데다 집 밖으로 내몰리면서 학업도 중단한 현아의 경우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았다"고 말했다.
현아가 쉼터에 들어가지 못한 데는 일부의 '편견'도 작용했다. 현아를 받으면 쉼터에 있는 다른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현아를 받지 않는 쉼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폭력 피해자인 현아는, 집을 나와서는 '질이 나쁜 가출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청소년들과 구분 지어졌다.
가출 이후 성매매로 접어든 청소녀들의 치료와 자립을 지원하는 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의 손정아 소장은 "같은 청소년 지원단체 관계자로부터 '우리 애들은 안 그래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손 소장은 "일부이긴 하지만 청소년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곳들조차 아이들에게 편견을 갖고 있는데, 일반 사람들의 시선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집을 나온 학대·방임청소년은 대전에서만 최소 수천명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일단 가정과 사회의 시야에서 사라진 아이들은 발굴하기가 정말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