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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안종범 뇌물죄 적용 여부…'부영'이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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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안종범 뇌물죄 적용 여부…'부영'이 열쇠

    뇌물공여 시도, 포괄적 뇌물죄 적용은 검찰 의지에 달려

    11월 4일 대국민담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실질적 주인 행세를 한 K스포츠재단이 롯데와 SK는 물론 건설업체 부영그룹과 세무조사 뒷거래까지 시도했다는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검찰 수사가 뇌물죄 적용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2일자 CBS노컷뉴스 [단독] 안종범, 부영 회장과 '80억-세무조사' 뒷거래)

    특히 세무조사 편의 청탁 의혹에 휩싸린 부영측은 "안종범 수석은 참석을 하지 않았고 이중근 회장도 세무조사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예상된다.

    ◇ "이중근 회장이 직접 세무조사 도와달라 했다"

    K스포츠재단이 설립된 지 두 달쯤 지난 올해 2월 26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는 청와대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과 K스포츠재단 정현식 사무총장, 박헌영 과장 등 3명이 모였다.

    이들은 비즈니스룸에서 부영 이중근 회장과 김시병 사장을 만나 K스포츠재단이 추진하는 체육인재 육성사업에 수십억원을 투자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과장은 급이 낮아 밖에서 대기했고 회의실에는 안종범 전 수석을 비롯해 4명이 사업 설명과 투자 검토 등의 얘기를 나눴다.

    부영측은 해당 보도 전후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이중근 회장이 당시 자리에 나간 것은 맞지만 인사만 하고 나왔다"며 "세무조사 편의 얘기도 이 회장이 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현장에서 안종범 수석은 보지 못했다"며 "앞서 재단에 3억원을 낸데다 세무조사를 받고 있어 우리가 추가로 투자하면 오해를 살 수 있어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안종범 수석이 참석한 K스포츠재단과 부영의 소공동호텔 회의록을 CBS노컷뉴스가 단독입수했다. (사진=박지환 기자)

     

    하지만 안 수석이 이중근 회장을 만났고 이 회장이 세무조사 편의 청탁을 직접 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K스포츠재단 관계자는 "당시에 안 수석과 사무총장, 부영 이 회장과 김 사장 4명이 이야기를 나눴다"며 "박 과장은 밖에서 대기하다 회의내용을 기록해 최순실씨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특히 K스포츠재단이 추진하던 5대 거점 스포츠시설 건립을 위해 70~80억원을 지원해달라는 제안에 세무조사 청탁 얘기를 먼저 꺼낸 건 이중근 회장이라고 확인했다.

    최순실씨 지시로 투자를 제안한 당사자인 정현식 전 사무총장도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회장이 직접 세무조사를 도와줄 수 있냐는 말을 꺼낸 건 맞다"고 말했다.

    당시 회의록에는 이 회장이 '최선을 다해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 저희가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데 도와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기록돼 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안 수석이 먼저 자리를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같이 만났고 이후 이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얘기를 직접 들었다"고 덧붙였다.

     

    "안종범 수석을 만나지도 않았고 세무조사를 받고 있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추가투자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했다"는 부영측의 해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안 전 수석의 존재를 몰랐다면 일개 민간 재단 사무총장에게 세무조사 중이어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을 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 朴대통령은 '기업 선의'였다지만…'뒷거래' 정황으로도 뇌물죄 적용 가능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헌신적으로 뛰어주셨던 정부의 공직자들과 현장의 많은 분 그리고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수석까지 개입해 대기업으로부터 800억원에 가까운 거금을 출연받은 미르·K스포츠재단이 이후 SK와 롯데, 부영 등으로부터 추가로 각각 70~80억원을 투자받으려 한 것도 기업의 '선의'라고 포장했다.

    기업의 선의일 경우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 그리고 검찰수사 수용 의사까지 밝힌 박근혜 대통령 등은 직권남용 혐의로 마무리되지만, 기업이 대가성을 바라고 출연금과 투자금을 내놓거나 내놓으려 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제3자 뇌물죄의 공동정범까지 법률적용이 가능하고 형량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기업의 선의' 카드를 먼저 꺼내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참여연대는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 등을 뇌물과 제3자 뇌물수수 등 7개 혐의로 고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대기업들이 그동안 노동법이나 일명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을 요구했는데 실제로 이들 경제정책은 정부 차원에서 추진됐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서명운동까지 전개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 (사진=자료사진)

     

    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에 동원된 롯데는 '비교적 저강도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SK와 CJ 총수들은 사면·복권됐다.

    K스포츠재단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던 롯데로부터 70억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가 되돌려주는 과정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모종의 역할을 했는지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미 대가관계가 충분해 박 대통령과 최씨, 안 전 수석 등이 뇌물수뢰의 공모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 전 수석은 최근 검찰 수사에서 "대통령 지시로 재단일을 도왔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검찰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순실씨 국정농단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수사의지와 강도가 관건"이라며 "일개 수석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대통령이 운영하는 재단이 아니었다면 최씨의 국정농단은 해석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영 이중근 회장이 80억원 추가 투자를 빌미로 세무조사 뒷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검찰 수사도 부영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실제로 정현식 전 사무총장 역시 안종범 전 수석이 소환되기 전날인 지난 1일 검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마지막으로 출석해 롯데와 SK, 부영과 접촉할 때 안 전 수석과 최순실씨의 역할에 대해 상세하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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