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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외 아동 신간 1권



책/학술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외 아동 신간 1권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

     

    프랑스와 벨기에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림책 작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상력과 창의성에 대한 영감을 찾는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프랑스 유학 시절 서점에서 만난 그림책들에 매료된 저자는 그림책 작가 10인의 아뜰리에를 직접 방문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책은 인터뷰와 실제 작업 풍경을 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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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지금의 그들을 빚어낸 유년시절, 그림책을 짓는 작가로서의 철학, 아이들과 소통하는 마음가짐 등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또한 이를 통해 놀라운 상상력이나 창의성의 비밀은 지금 이 순간 우리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책 속으로

    관찰력은 보는 대상에 감정이입을 하거나 감탄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감탄하는 마음이 관찰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관찰이라는 행위 안에는 사랑의 성분이 분명 들어 있습니다. 저는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수십 년째 카페나 지하철에서 관찰 크로키를 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못생겼다고 치부하는 사람을 발견하게 되면 전 그 사람만이 가진 선과 형태감에서 아름다움을 찾아요. 그림 그리는 사람들 특징 같기도 한데 사실 전 모든 존재는 아름답다고 믿습니다.
    _p27 〈'관찰하는 시선' 조엘 졸리베〉 중에서

    여섯 살 때 부모님이 비로소 제 장애를 인지하고 보청기를 달아주셨는데요. 보통 아이들과 어울려 일반 학교를 다녔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 유급도 당했을 만큼 또래를 따라가는 게 쉽지 않았어요. 늘 외롭다고 생각했고, 절대 행복해지지 못할 거라고 좌절한 적도 있었습니다. 유년기에 제 머릿속에는 늘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어떤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지금 애들이 왜 다 웃는 거지?” “이게 뭐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저러지?” “저건 뭐지?” 질문하는 목소리였죠. 부족한 청각 정보를 눈치로 메우고 상황을 파악하려면 그 수밖에 없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습관이었는데 그 목소리는 조금 잠잠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제 안에 있답니다. “왜?” “어떻게?”라는 질문은 지금도 늘 스스로에게 던지며 삽니다.
    _p43 〈'상상을 만드는 질문' 키티 크라우더〉 중에서

    자기 안에 함몰되기보다 세상을 바라보고,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새로운 경험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봐야 합니다. 그래야 한계를 조금씩 깨면서 성장할 수 있어요.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 상상해보는 게 공감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공감 능력이 없으면 상상도 허약해질 수밖에 없답니다. 일례로 제가 “리타와 마샹” 시리즈를 그릴 때, '내가 리타였다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하는 질문을 하도 많이 하니 나중에 '리타는 이런 목소리 톤을 가진 꼬마일 거야' 하며 목소리까지 들리는 경지에 이르더군요. 인물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었죠. 공감 능력은 상상에 숨을 불어넣고 생각에 디테일을 더해줍니다.
    _p85 〈'공감의 쓸모' 올리비에 탈레크〉 중에서

    저는 우리가 쉽게 현실이라고 이름 붙이며 묘사하는 내용이 얼마나 현실에 가깝냐고 질문하는 겁니다. 스코틀랜드 네스 호에 산다는 괴물 '네시' 이야기 아시죠? 각국에서 탐험대를 파견하는데 연구자마다 외양에 대해 서로 다른 묘사를 내놓습니다. 자기 머릿속에 있는 걸 본다는 뜻이에요. 우리는 우리가 믿는 것, 아는 것을 봅니다. 저에게 상상은 허황된 게 아니라, 현실을 해석하는 또 하나의 설명입니다. 현실을 묘사하는 방식과 관점이 무척 다양할 수 있다는 것, 단 하나의 정답지 따위는 없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상상 세계를 그립니다.
    _p109 〈'치유하는 상상' 클로드 퐁티〉 중에서

    전 창의성이 그저 무언가를 할 용기를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단지 그것뿐이에요. 스스로에게 무언가 해보는 것을 허락하는 마음, '왜 안 되겠어' 하는 생각, '실패해도 괜찮아. 별거 아냐'라고 말해주는 자세. 이것이 창의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유일한 차이예요. 제 비법은 이래요. 학교 쉬는 시간 때 가졌던 태도와 자세를 기억해내는 겁니다. 쉬는 시간에 애들하고 놀 때, 대단히 큰 결심이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그냥 그렇게 내 앞에 있는 상황과 논다는 생각으로 덤비는 거죠. 노는 마음이 중요해요. 유희하는 마음은 여유를 낳고, 여유는 작은 용기를 낳으니까요. '나는 지금 노는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면 요리, 친구와의 모임 등 삶의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지고, 창의성을 표출하고 싶어져요.
    _p145 〈'작은 용기' 세르주 블로크〉 중에서

    결점과 함께 창작한다는 건 다시 말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다른 누군가가 되려 하지 말고, 내 이야기를 하자'라고 결심한다는 뜻이죠. 물론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좋아 보이는 다른 사람의 결과물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타인의 부족함은 관대하게 이해하고 오히려 그 서투름에서 매력을 발견하면서 스스로에게만 유독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제가 다른 창작자들 작품에서 감동받는 지점은 기계 같은 완벽성이 아니라 인간적인 빈틈이거든요. 우리가 똑같지 않은 이유도 그 빈틈과 서투름에 있고요. 그걸 소중히 여겨야 해요. 만약 모두가 완벽한 그림을 그리게 된다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그림이 전부 완벽하게 지루할 겁니다.
    _p175 〈'결점에서 태어난 창의성' 벵자맹 쇼〉 중에서

    최혜진 지음 | 신창용 사진 | 은행나무 | 312쪽 | 17,000원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가 있었어요. 이름은 비비안 마이어. 아이들을 좋아했지만 비비안이 가장 좋아한 건 나였어요. 비비안의 카메라인 나는 언제나 그녀의 심장 가까이에 있습니다. 우리는 뉴욕의 거리를 누비고 다녔어요. 시카고로 이사한 후에는 새로운 도시도 그만큼 사랑했지요. 그녀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때의 소리와 향기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는 비비안 마이어가 항상 목에 걸고 다녔던 렌즈 두 개짜리 롤라이플렉스 카메라가 비비안과의 추억을 이야기해 주는 형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평생 동안 찍은 사진은 수십만 장에 이르렀는데, 나이가 들어 그걸 보관할 창고의 보관료를 내지 못하게 되자 필름은 모두 경매에 내놓게 됩니다. 그 사진들은 역사를 공부하는 존 말루프에게 싼 가격으로 판매됩니다. 존이 사진을 공개하고 나서야, 세계는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이 책은 그런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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