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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책/학술

    신간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문학의 기원, 문명의 효시, 인생의 통찰을 찾아 떠나는 지적 여행

     

    호메로스의 위대함은 감춰진 생생함을 폭로함에, 삶의 정수를 분명하게 드러냈음에 있다. 호메로스는 그리스인이 아니다. 그는 세계 속에서 반짝거리는 빛이다. _424쪽

    서양에서 문자로 기록된 최초의 문학 작품이자 서양 정신의 출발점으로 일컬어지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하지만 정작 우리는 이 두 서사시의 작가로 여겨지는 호메로스에 대해서도, 그리고 이 두 작품이 서양사에서 왜 그렇게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 지중해 동쪽에서 품었던 생각들이 아직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을 발휘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체 무슨 연유로 그토록 머나먼 곳의 이야기가 이다지도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신간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문학의 기원, 문명의 효시, 인생의 통찰을 찾아 떠나는 지적 여행'. 이 책은 호메로스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호메로스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통해 문학이 탄생하고 문화가 태동한 순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리고 호메로스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들을 마치 추리소설처럼 추적하면서, 두 서사시가 담고 있는 세계관이 어떻게 다르고, 호메로스가 어떻게 유럽에 전파되고 서양 문학과 정신의 토대를 구축했는지, 그리고 번역과 오역에 얽힌 기나긴 논쟁과 호메로스의 문학사적 가치에 대한 어긋난 평가들에 이르기까지 그 웅장하고 내밀한 역사를 세세하게 들려준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기원전 8세기 전후에 창작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저자는 호메로스 서사시에 들어 있는 다양한 언어의 흔적들과 고고학적 증거를 들어, 호메로스의 기원은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던 기원전 2000년 전후 수세기에 걸쳐 생겨난 것이라고 본다. 호메로스의 작품은 유라시아 초원지대의 반(半)유목민적 문화의 특성인 영웅주의 문화가 중심인 세계와, 지중해 동부의 중앙집권적이고 체계가 잘 잡힌 세련된 도시문화가 중심인 세계가 만나서 초기 그리스 문명이 탄생하던 순간에 생겨난 이야기로, 상반된 두 문화의 충돌로 인해 기존의 원칙들이 흔들리면서 생겨난 질문들에 대해 직접 응답하고자 한 의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두 서사시는 호메로스라는 한 개인이 쓴 작품이라기보다는 수세기에 걸쳐 구전으로 전해져 오던 이야기가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서 창작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해지게 된다.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흑해 북쪽 초원지대의 영웅주의와 지중해 동부의 중앙집권적인 도시문화의 충돌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은 두 서사시의 차이도 설명한다. 『일리아스』에서는 트로이에서 일어난 전쟁과 좌절과 궁극적으로는 화해를, 『오디세이아』에서는 유연성과 통합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서 우리는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두 서사시는 두 세계의 충돌로 인해 확고부동한 원칙이 흔들렸을 때 이에 대해 응답하고자 하는 의지의 산물이기도 하다. 개인과 공동체, 국가와 영웅,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인생은 변함없이 무한한 가치를 지닌 그 무엇인가, 아니면 그저 찰나적이고 가망 없이 무가치한 것일 뿐인가?

    호메로스의 시는 또한 밀려드는 비애감, 시련과 고통이라는 존재의 본질과 맞닥뜨린 자의 필사적인 고뇌 및 죽음과 마주한 자의 쓰라림이라는 정서적 추동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 시는 무언가가 시작되는 시점에 관한 이야기며, 이처럼 곤경에 빠져 허우적대는 인간을 향한 애잔한 마음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된 동력이다. 그런 점에서 호메로스는 고전기 아테네인들에게 일종의 지침서로 사용되었다. 예컨대 위대한 남녀에 관한 이야기, 고결함이 위기에 빠진 이야기,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깊은 도전에 직면했을 때 해야만 하는 선택에 관한 이야기로 다뤄졌다. 말하자면 호메로스는 도덕적 선택에 관한 하나의 백과사전이었던 것이다.

    인생의 중반기에 들어선 저자가 『오디세이아』 구석구석에서 인생에 대한 거대한 은유의 점철을 발견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저자는 고백한다. “오디세우스는 지중해가 아니라 한 인간이 삶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욕망을 항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들은 저 멀리 있는 창조자가 아니고 우리 안에 있는 요소들이었다. 분별력의 결핍으로 인한 무자비함, 변덕스럽고 일시적인 흥미, 무심함, 시시때때로 튀어나오는 이기심, 기만, 땅이 뒤흔들릴 정도로 쿵쿵거리며 걷는 것, 이 모든 것들이.” 그런 점에서 그는 『오디세이아』를 자신의 죽음을 관통해서 항해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로 읽기도 한다. 또한 실수투성이에다 제멋대로이고 허영덩어리인 인간의 실체를 아는, 그러면서도 고결하고 진실하고 올바르게 행동하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자각의 한 형태를 그 안에서 발견한다.

    책 속으로

    호메로스는 진리와 아름다움의 주춧돌이고, 키츠는 기꺼이 ‘우리’가 그의 시를 상상했다고 말했다. 호메로스는 당신의 삶을 확장시켜줄 것이다. 인간의 시간을 가로질러 넘어오는 광대함이자 인간 마음의 최대치인 호메로스는 동참하려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살아 있다. 호메로스적인 것은 인간적인 것이다. 리치먼드 래티모어는 1940년대 후반에 훌륭하게 번역한 그의 『일리아스』 번역본에서, “호메로스의 번역본을 하나 더 만들어내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미 답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라고 대답했다. 호메로스에 관한 책을 하나 더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산책은 왜 하는가?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춤은 왜 추는가? 왜 존재하는가? _64쪽

    호메로스는 학교에서 일종의 지침서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예컨대 위대한 남녀에 관한 이야기, 고결함이 위기에 빠진 이야기,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깊은 도전에 직면했을 때 해야만 하는 선택에 관한 이야기로 다뤄졌다. 말하자면 고전기 아테네인들에게 있어 호메로스는 도덕적 선택에 관한 하나의 백과사전이었던 것이다. _109쪽

    여자를 만날 때마다 그 아래에는 성적인 긴장이 요동친다. 울타리 안에 갇혀버리는 것에 대한 남자의 공포와 울타리에 갇히고픈 남자의 갈망이 서로 끝없이 교차한다. ‘불이 꺼진’ 또는 ‘보이지 않는’이라는 뜻을 지닌 하데스에게는 이 애착과 거리 두기의 춤이 저만의 슬픈 색조를 띤다. 지상에서 중요한 모든 것, 모든 사랑과 생명과 성장과 희망이 이곳에서는 사라지고 없으며, 회색 유령처럼 절반쯤만 존재하는 생명 없는 삶으로 축소되었다. _404쪽

    『일리아스』의 끔찍한 장면이 반복되어 튀어나올 때는 파괴의 기운이 거의 성적 쾌감처럼 분출된다. _415쪽

    호메로스의 교훈은 폭력의 쓸모, 혹은 한 점 망설임 없이 사람을 죽이고 여자들을 노예로 삼고 팔며, 도시를 정복하여 그곳의 사람들을 절멸시키고, 정의는 개인적인 보복으로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사실, 갱들이 활보하는 지옥을 만들어내는 호메로스의 그 모든 요소들이 현대의 문명인들에게는 늘 불편하게 다가왔다. 포프는 ‘『일리아스』에서 지나치게 명백히 드러나고 있는 잔혹한 정신’에 충격을 받았고, 윌리엄 블레이크는 호메로스가 유럽을 전쟁으로 황량하게 만들었다며 그를 비난했다. 토머스 페인의 미국인 친구이자 계몽주의를 옹호했던 조엘 발로우는 어떻게 호메로스가 시인으로서 성공적으로 유럽을 잘못된 길로 이끌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자신의 주된 강의 주제로 삼았다. _421쪽 {RELNEWS:right}

    애덤 니컬슨 지음 | 정혜윤 옮김 | 세종서적 | 488쪽 | 1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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