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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꽃시집 '별처럼 꽃처럼' 등 신간 시집 2권



책/학술

    나태주 꽃시집 '별처럼 꽃처럼' 등 신간 시집 2권

    강원석 시집 '그대가 곁에 없어 바람에 꽃이 집니다'

     



    허공을
    베는


    어렵사리

    꽃을
    품기도
    한다.

    평생을 시골에 묻혀 하늘을 올려다보고 땅을 굽어보면서 산 나태주 시인에게는 꽃을 소재로 한 시가 유독 많다. 이것은 그가 일생 동안 꽃에서 눈을 떼지 않고 살았다는 얘기다. 아니, 꽃이 시인의 눈길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처럼 시인에게 "천국의 소식을 알려주는 메신저"이기도 한 꽃과 관련된 시를 모아 꽃시집 '별처럼 꽃처럼'으로 엮었다.

    나태주 시인의 꽃시, 많기도 많고 꽃에 담긴 마음의 그림자도 다양하다. 200여 편이 훌쩍 넘는 많은 시편들은 창작 연도 역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2016년작부터 1970년작까지, 시인이 지난 40여 년간 꽃을 노래한 시력(詩歷)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청년 시인의 꽃부터 장년을 거쳐 노년에 이른 시인의 꽃까지.

    나태주 시인은 "꽃은 사랑하는 사람의 변용이고 아름다운 세상에의 소망을 담아주는 그릇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토록 꽃을 좋아하는 시인이지만 단순히 꽃만으로는 시가 완성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꽃에도 사람의 정서가 들어가야 비로소 꽃이, 시가 피어난다.

    길 가다가 멈춰 / 채송화에게 말을 걸었다 // 보고 싶다, 너는 / 내가 보고 싶지도 않니? // 채송화 꽃잎은 다섯 장 / 저도 보고 싶어요 // 내 마음도 붉고 // 채송화 꽃잎도 붉다.
    - 「채송화에게」

    그립다 / 보고 싶다 / 말하고 나면 / 마음이 조금 풀리고 // 사랑한다 / 너를 사랑한다 / 말하고 나면 / 마음이 더 놓인다 // 그런 뒤로 너는 / 꽃이 된다 / 꽃 가운데서도 / 새하얀 꽃 // 찔레꽃 되어 / 언덕 위에 쓰러져 / 웃는다.
    - 「찔레꽃」

    위의 시에서도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실 '채송화', '찔레꽃' 그 자체가 아니다. 그 꽃 속에 담긴 그리운 마음, 꽃과 동일시되는 사랑하는 사람이다. 곧 나태주 시인의 시에서 꽃은 인간의 정서를 노래하기 위한 소도구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집은 꽃을 위한 시집이 아니라 결국은 사람을 위한 시집인 것이다.

    꽃,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보고 싶은 마음이 되기도 하고, 간절한 소망이 되기도 하고,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내가 되기도 하는 꽃. 다양한 꽃만큼이나 다양한 우리의 감정을 담아낸 '별처럼 꽃처럼'을 통해 독자들도 저마다의 마음에 품고 있을 수많은 꽃을 하나씩 피울 수 있을 것이다.

    나태주 지음 | 푸른길 | 312쪽 | 16,000원

     

    강원석 시집 '그대가 곁에 없어 바람에 꽃이 집니다'는 계절별 변화에 맞추어 사랑과 행복, 이별과 그리움을 표현했다. 강 시인은 "사랑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이지만 사랑을 한다고 해서 늘 행복한 것도 아니고 행복하다고 해서 늘 사랑을 하는 것도 아니다. 사랑 곁에는 항상 이별과 그리움이 머물고, 행복도 불행이라는 걸림돌이 머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도 행복도 더 커보이는 것이다. 사랑하지 못해서 행복하지 못해서이기보다는 사랑하고 싶어서 행복해지고 싶어서 시 속에 그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그는 또 "이별은 그리움의 시작이다. 그리움이 깊으면 그것이 익어서 나중에는 추억이 된다. 지금의 이별과 그리움, 이로 인해 가슴 저리는 시간들도 곧 웃으며 떠 올릴 그런 날이 올 것이다. 그렇게 믿기에 시 속에 담았다."고 했다.

    여름 가득 피어 있던/능소화꽃이/ 빗줄기 따라/ 힘없이 떨어진다/시든 모습 보이기 싫어서/ 그 빛깔 그대로//잎에 내린 / 빗물이 무겁다며/ 그냥 떨어진다/ 물빛이 든/ 주황색 꽃잎은/ 아직도 고운데//바람에 지지 않고/ 빗속에 지는/ 꽃의 상심을/ 누가 알겠는가//감추었던 서러움이/ 빗줄기 따라 흘러내린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지 못하게//꽃이 떠난 담벼락에/ 햇볕은 다시 드리우고/ 바람은 / 말이 없다// 능소화꽃이 지는 슬픔을/ 아무도 모른 채/ 그렇게/ 비는 내렸다 그치고 / 가을은 또 찾아온다//
    - 「능소화꽃이 떨어지면 가을은 오고」

    낙엽이 지는데 / 눈이 날린다//낙엽 덮은 눈 위를 걸어보면//겨울은 진즉에/ 내 그림자를 밟고 있는// 나는 여태 가을 속에 서 있다// 떠날 수 없는/ 그 아름다움에 빠져// 사랑에 묶이어 /가을에 갇혀 버린 나//나는 지금 겨울로 가지 못한다//
    -「가을에 갇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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