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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로몬] 그 많던 '국민연금'은 누가 다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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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법조

    [쓸로몬] 그 많던 '국민연금'은 누가 다 먹었을까

    쓸로몬은 쓸모있는 것만을 '즐겨찾기'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 입니다. 풍부한 맥락과 깊이있는 뉴스를 공유할게요. '쓸모 없는 뉴스'는 가라! [편집자 주]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 화면 캡처


    ■ 국민이 맡긴 노후자금 2300억원이 증발했다?

    경제활동을 하는 만 18세 이상~60세 미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노후보장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국민연금인데요, 국가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개인에게서 미리 일정 소득을 걷어두었다가 만 60세부터 연금으로 돌려주는 겁니다.

    그런데 그때까지 차곡차곡 쌓이는 돈을 그대로 묵혀두면 아깝잖아요. 그래서 국가에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돈을 불리기 위한 투자입니다. 조성된 기금을 국내주식(18.3%), 국내채권(52.8%), 해외주식(13.7%) 등에 투자해서 돈을 굴리고 있습니다.

    1988년부터 올해까지 적립된 기금만 543조원이라고 하니, 정말 규모가 어마어마하죠?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만큼 손실을 안 보고 이익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국민연금기금 운용본부에서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을 살펴볼까요? 의결권을 행사할 때는 ①투자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고, ②외부 의결권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거나, ③그래도 판단이 어려우면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누가 봐도 손해가 명백한 '수상한' 결정을 내립니다. 삼성물산 주식을 10% 넘게 갖고 있던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에 불리한 조건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찬성해버린 겁니다.

    '모럴 헤저드'입니다. 이 합병건으로 국민연금이 23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왔으니까요. 국가에 맡긴 노후자금을 엉뚱한 곳에 투자했다면, 어떤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 과정을 뜯어보면 누구를 위한 합병이었는지가 드러납니다. 바로 삼성이죠.

    2015년 6월 1일자 이건희 총수 일가의 주식 보유 현황(편집/임금진 PD)


    ■ 합병 = 삼성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둘 다 이건희 회장이 지배하는 삼성그룹의 계열사였습니다. 지난해 6월 이 회장과 세 자녀(이재용·이부진·이서현)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은 1.41%에 불과한 반면, 제일모직 주식은 무려 42%가 넘었죠.

    당시 삼성물산은 현재 가치 8조원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 주식 4%를 갖고 있었습니다. 제일모직은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았고요. 따라서 삼성물산보다 제일모직의 주가를 더 높이 쳐줘서 합병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는 쪽은 제일모직 주주들이었습니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커지니까요.

    두 회사 간 합병설이 처음 불거졌을 때 언론과 증권사에서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는데요, 법원도 관련 소송에서 "합병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삼성전자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라고 판단했습니다.

    합병 전후의 과정을 찬찬히 뜯어보겠습니다. 지난해 상반기는 주택경기 회복세로 건설업종 주가가 상승할 때였어요.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주가 변동내역을 보면, 현대건설 17%, GS건설 33%, 대림산업 30% 등 각각 상승으로 그야말로 호경기였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삼성물산의 주가는 오히려 8.9% 떨어졌어요. 실적 부진을 의도한 정황이 보이는데요, 주요 건설사들은 상반기 주택 공급량을 대폭 늘리는 데 반해 삼성물산은 300여 가구만 공급하는 데 그쳤습니다.

    또 삼성물산은 합병 직전까지 하반기에 아파트 1만여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물론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하게 됐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합병 당일 또는 그 이후에야 발표를 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매매 행태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삼성물산 주식 11.43%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도해 같은 해 5월 지분율을 9.54%까지 떨어뜨렸습니다. 매도 물량이 늘면 그만큼 주가가 떨어지겠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1 대 0.35로 확정된 이후에도 국민연금은 비상식적인 행태를 이어갔습니다. 합병 법인의 주식을 계속 보유하려는 주주라면, 상대적으로 싼 제일모직 주식을 사는 게 이득임에도 반대로 삼성물산 주식을 더 사들인 것입니다.

    지난해 7월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로 가보죠. 당시 출석 주식의 3분의 2보다 불과 2.8%포인트 많은 69%가 합병안에 찬성했는데요, 만약 삼성물산 주식 11%를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이 반대했더라면 합병안은 통과되지 못했을 겁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습니다. 국민연금은 당시 의결권 자문기관의 반대 권고에도 이를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기지 않은 채 투자위원회에서만 합병 결정을 내렸는데요, 그 의문의 실마리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풀리기 시작합니다.

    이재용 부회장(왼쪽/자료사진)과 최순실씨(오른쪽/중앙일보 제공)


    ■ 삼성과 최순실의 '검은 커넥션'

    지난해 3월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이 대한승마협회장에 당선됐습니다. 이 무렵부터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보유 주식을 꾸준히 매도하다가 같은 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을 추인했습니다.

    같은 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을 독대한 자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금 출연을 요청했습니다. 삼성전자가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가 독일에 세운 '비덱'에 35억원을 송금한 것은 같은 해 9월.

    삼성이 회장사인 승마협회는 승마 유망주에게 4년 간 186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했죠. 미르·K스포츠재단에 가장 많은 출연금(204억원)을 낸 대기업도 삼성이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청와대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에게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같은 해 7월 7일 이재용 부회장과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장이 비밀리에 회동했으며, 그로부터 사흘 뒤 국민연금이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죠.

    이같은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삼성은 최씨 측에 239억원이라는 '푼돈'을 쥐어주는 대신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게 8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배권을 안겨준 셈인데요, 검찰 수사에서 대가성이 확인될 경우 삼성과 최씨는 물론 박 대통령도 뇌물죄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연금기금 의결권은 기금의 '증식'을 목적으로 하며…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이익'이 되도록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행사합니다"국민연금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의결권 행사원칙'의 내용입니다. 그 원칙, 정말 지키셨습니까? 국민연금은 '삼성연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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