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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방이 백제를 평정하여 비를 새기다'



책/학술

    '소정방이 백제를 평정하여 비를 새기다'

    국립중앙박물관 "세계유산 백제" 특별전, 11.29-2017.1.30

    대당평백제비명.

     

    '대당평백제비'는 전쟁에서 승리한 소정방이 백제의 대표적인 탑인 정림사지 5층 석탑에 자신의 전공을 기록한 것이다. 大唐平百濟碑銘은 '대당이 백제를 평정하여 비를 새기다'는 의미로 전서로 새겼다. 이 명문은 백제멸망 당시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명문에서 당 고중 현경 5년(660) 8월 15일에 작성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나당 연합군이 사비성을 함락시키고 의자왕을 웅진성에서 사로잡은 7월 18일과 항복의례를 행했던 8월 2일에서 멀지 않은 시점이다. 백제를 멸망시킨 후 소정방은 우선 백제 왕도의 중심사찰인 정림사지의 석탑에 명뭉을 새기도록 하여 백제사람들에게 굴욕의 역사를 분명하게 알린 것이다. 탑에 새겨진 총 2,126자의 내용은 크게 당의 백제 정발에 대한 합리화와 미화, 당 황제와 충정한 당군 장수들에 대한 칭송, 의자왕을 비롯한 백제인 포로들과 백제에 설치한 5도독부와 호구 편제에 대한 내용 등이다. 대부분의 내용이 승자의 입장에서 왜곡되고 과장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세계유산 백제" 특별전을 연다. 웅진기(475~538)와 사비기(538~660)의 대표 문화재 350건 1,720점을 도성, 사찰, 능묘로 구분하여 소개한다. 세계유산 지정 유적은 공주의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 부여의 관북리유적, 부소산성, 나성, 정림사지, 능산리고분군, 그리고 익산의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이다.

    '정관19년'명 옻칠 갑옷편, 백제 645년, 충남 공주 공산성 성안마을, 국립공주대학교박물관.

     

    도성은 국가를 다스리는 통치 계급인 왕과 귀족들이 살았던 공간이므로, 국가의 성립이나 발전 과정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백제는 산과 평야가 어우러진 지형의 특징을 잘 살려 평지성과 산성을 결합하고 여기에 중국의 도성제(都城制) 요소를 추가한 독특한 도성 구조를 만들었다. 도성 안팎의 성곽, 관청, 창고, 공방, 정원, 화장실, 부엌 등에서 나온 자료들을 통해 당시의 건물의 구조, 행정 편제와 생활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011년 공주의 공산성에서 발굴된 ‘정관십구년(貞觀十九年)’(645)이라는 붉은 글자가 남아 있는 옻칠 갑옷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왕흥사지 목탑 사리구,보물 1767호, 백제 577년, 충남 부여 왕흥사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사찰은 백제 사람들의 종교와 사상, 염원이 담긴 공간이다. 백제는 중국의 역사서에 ‘사찰과 불탑이 많은 나라’라고 기록될 만큼 불교가 성행했다. 왕실은 주도적으로 사찰을 세웠고 사리(舍利)를 공양하는 등 불교의 적극적인 후원자였다. 왕흥사지와 미륵사지의 사리장엄구에는 언제, 누가, 무엇을 위해 발원하였는지를 알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를 통해 백제에서 국교였던 불교의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왕흥사지, 미륵사지, 왕궁리 사리장엄을 처음으로 함께 모아 전시한다. 백제 불교 문화의 꽃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이 작품들을 직접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치미, 백제 6세기, 충남 부여 왕흥사지 건물지 출토, 국립부여문화재 연구소.

     

    능묘는 왕의 사후 세계를 위한 공간이자 선왕을 통해 현왕의 권위를 유지하는 곳이다. 백제의 능묘와 장례 풍습은 백제사의 전개 과정에 따라 변하였다. 한성도읍기(漢城都邑期)(기원전 18~475)의 능묘는 처음에는 고구려의 묘제(墓制)인 돌무지무덤이었지만 뒤에 굴식돌방무덤으로 바뀌었다. 웅진도읍기에도 굴식돌방무덤을 사용하였으며, 더불어 왕릉으로 쓰고자 중국 남조에서 유행한 터널형 천장의 벽돌무덤을 새로 들여왔다. 사비도읍기에는 웅진기 무덤의 장점만을 모아 능산리형 돌방무덤을 만들어 왕실의 새로운 능묘로 사용하였다. 이후 백제 전역의 묘제가 굴식 돌방무덤으로 일원화되는 과정은 백제가 지방통치체계를 완성시킨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에서는 무령왕릉을 비롯해 송산리 고분군, 능산리 고분군, 쌍릉 출토품을 소개한다. 1971년 도굴되지 않은 채 발견되어 크게 주목받은 무령왕릉은 6세기 전반 중국 남조와 백제, 일본을 연결하는 문화 교류망을 여실히 보여주는 동아시아의 대표 유적이다.

    특별전과 연계하여 2016년 12월과 2017년 1월 7일 및 21일에는 전문가를 초청하여 강연회를 개최한다. 전시기간 중에는 매일 3차례의 전시 해설을 진행한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는 전시 기획자가 들려주는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전시의 구성과 대표 문화재를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해설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무료로 다운(http//h0.do/N85 에 접속/안드로이드 Play Store나 아이폰 App Store에서 ‘가이드온’ 앱을 다운로드)받아 전시를 감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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