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왕자' 차준환(16)이 12일 서울 태릉 빙상장에서 진행된 공개 훈련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간판으로 성장한 차준환(16 · 휘문중)의 인터뷰가 진행된 12일 태릉 국제실내빙상장. 이날 인터뷰에는 5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최근 제71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남자 피겨의 역사를 새로 쓴 만큼 주가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이날 오전 먼저 공개 훈련을 마친 차준환은 인터뷰 장소에 몰린 취재진을 보더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차준환은 종합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45.14점, 예술점수(PCS) 36.69점 등 총점 81.83점을 기록했다. 남자 선수로는 첫 80점 돌파다. 지난해 12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남자 선수 첫 동메달을 따냈다. 남녀 통틀어서도 '피겨 여왕' 김연아(27) 이후 11년 만의 메달이다.
내년 강원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남녀 선수 중 가장 메달에 근접한 선수다. 일단 차준환은 '톱10'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의 성장세와 홈 어드밴티지를 감안하면 동메달까지도 바랄 수 있다는 평가다.
인터뷰에 앞서 차준환은 "이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고맙다"면서 "그래도 (이런 큰 관심은) 모르겠다"고 웃으면서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곧이어 "그래도 너무 부담갖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면서 "제가 하는 것만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피겨 왕자' 차준환(16)이 12일 서울 태릉 빙상장에서 진행된 공개 훈련에서 점프를 선보이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차준환은 이런 성장세로 '남자 김연아'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차준환은 "남자 김연아라는 말을 하시는데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사실 아직 차준환을 김연아와 비교하기는 무리다. 김연아는 한국 피겨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낸 전설이다. 차준환은 이제 막 자라나는 유망주다.
남자 선수인 까닭도 있다. 차준환은 "아무래도 내가 남자인데…"라고 웃었다. 성과를 떠나 여자 선수와 비교되는 부분도 멋쩍은 것.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차준환은 종합선수권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플립-싱글 루프-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 마지막 부분에서 넘어졌다. 오른쪽 스케이팅 부츠에 문제가 있어 테이프를 감은 채 연기한 까닭이다. 그렇다고 해도 실전에서 이따금씩 나오는 실수를 보완해야 한다.
이에 대해 차준환은 "사실 훈련 때는 대부분 클린으로 연기를 펼친다"면서 "그런데 본 경기 때는 아무래도 긴장을 해서인지 실수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훈련 때는 정말 클린 연기를 잘한다면 총점 250점도 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고 덧붙였다. 차준환은 지난해 9월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239.47점으로 역대 주니어 최고점을 기록한 바 있다.
평창올림픽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차준환은 "평창올림픽은 사실 의식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 내가 하는 훈련만 충실히 신경을 쓴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다 기회가 오면 평창도 생각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차준환은 오는 15일 출국해 캐나다 토론토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에서 전지훈련에 들어간다. 하루 12시간의 맹훈련을 소화하면서 오는 3월 15일 대만 타이베이 ISU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대비한다. 남자 김연아가 아닌 제 1의 차준환의 꿈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차준환은 "특별한 롤 모델은 없고 많은 선수들의 장점을 배우려고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