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씨.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인사 개입으로 요직에 오른 '독일 인맥'들이 주목을 받는 가운데, 독일 인맥 뿌리가 박근혜 대통령 사촌인 홍세표 전 외환은행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논란이 된 차병원 측 관계자와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킨 금융감독원 간부도 '독일 인맥'인 것으로 드러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공모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 육영수 조카 홍세표, 獨교우회 회장·한독경제인회 고문지난해 5월 주 미얀마 대사로 발탁된 유재경 전 삼성전기 전무와 코이카 이사장직에 오른 김인식 전 킨텍스 사장 등은 한독경제인회 소속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 포스코 낙하산 인사 동향을 보고하는 등 최 씨가 인사에 개입했다고 알려진 포스코 권오준 회장도 한독경제인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금춘수 한화그룹 사장도 한독경제인회 소속이다. 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 합병 반대 보고서를 작성한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전 대표이사에게 사임 압력을 가한 것이 국정감사 청문회에서 폭로되기도 했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특혜 대출 의혹에 "최순실 씨 도움으로 승진했다"고 진술한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은 고려대 독일교우회 소속이다. 최 씨의 재산관리를 도와준 것으로 알려진 그는 프랑크푸르트에서 가깝게 지내던 유 전 전무를 최 씨에게 미야마 대사로 추천한 인물이다.
최 씨가 이처럼 굵직한 인사에 개입하면서 '농단'을 저지를 수 있었던 독일 인맥의 최고 윗선엔 박 대통령의 이종사촌인 홍세표 전 외환은행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고 육영수 여사 큰 언니 육인순 씨의 장남인 홍 전 은행장은 현재 한독경제인회 고문이자 고려대학교 독일교우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독경제인회는 한국과 독일 양국의 발전과 협력 및 양국의 교류와 친선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2012년 10월에 창립됐다.
고려대 독일교우회는 1975년 홍세표 초대 회장과 양해경 현 유럽지부연합교우회 회장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프랑크푸르트 중심으로 주재원과 유학생 모임으로 분리돼 있던 모임이 1980년에 통합, 독일 전역으로 확대됐다는 게 고대 교우회 측 설명이다.
◇ '특혜 의혹' 차병원, '낙하산 논란' 금감원 간부 崔 독일 인맥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이들 경제인을 최 씨와 연결한 인물로 홍 전 은행장과 양해경 한독경제인회 회장을 지목했다.
특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총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양 회장은 삼성전자 유럽본부 사장 재직시절, 2005년부터 삼성의 유럽승마 후원사업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양 회장이 최 씨의 독일체류를 지원한 의혹과 안종범 수첩에 직접 거론된 것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면서 "양 회장의 승마후원사업과 오랜 프랑크푸르트 활동이 최순실의 독일 진출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대 교우회에 삼성그룹에서 30년 넘게 몸담다 2012년 차병원그룹 인사 고문으로 간 A 씨가 간 것도 석연치 않다"며 이 의원은 의혹을 제기했다.
차병원은 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최 씨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차병원 계열인 차움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최 씨의 담당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 자문의로 위촉됐다.
박 대통령의 전 비서실장이었던 김기춘도 차병원의 계열사 차움의원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