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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참여자 '실시간' 신상정보 수집…불법이 합법된다



사건/사고

    집회참여자 '실시간' 신상정보 수집…불법이 합법된다

    • 2017-02-10 04:00

    영상정보 관리도 못하는 경찰,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 가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1.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해 매주 광화문 촛불집회에 나갔던 박인숙 씨는 경찰이 실시간으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경찰 겉옷에 설치된 이른바 ‘바디캠’과 드론으로 경찰은 집회 참여자들의 신상을 확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회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음을 알게 된 박씨는 집회 참여를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2.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윤이영 대리는 사장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모니터를 통해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장이 근태관리를 위한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며 윤 대리 대신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가상 시나리오지만, 올해 상반기 안에 국회에서 개인영상정보보호법안이 통과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12월 영상정보처리기기로 발생할 수 있는 개인 정보 침해를 막고 현재 관리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취지로 해당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법은 개인의 권리, 특히 개인정보를 '합법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는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찰이 수사 목적으로 영상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정보 침해가 우려된다는 비판이 많다. 이동형 영상처리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고, 설치 목적에 한해 사용을 제한한 부분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 집회 현장, 바디캠과 드론에 의한 실시간 신상정보 노출

    예를 들어 경찰은 그동안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증거 채집을 명분으로 집회참가자의 모습을 촬영해 왔는데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이동형 영상처리기기로도 영상 확보가 가능해진다. 바디캠으로 클로즈업 된 집회참가자의 얼굴 정면이 통합관제센터 모니터에 떡하니 뜨게 되는 것이다. 집회 현장 등에서 채증에 강하게 항의해도 경찰의 촬영을 막을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아니하면" 안 찍는다는 법안 내용은 립서비스에 불과한 측면이 있다.

    교통정보를 목적으로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집회시위 단속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미 경찰은 지난 2014년 6월 세월호 참사 직후 교통정보수집용 CCTV를 조작해 추모객들을 감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는 지탄의 대상이었던 행위가 법안만 통과되면 오롯이 합법적 행위가 된다.

    ◇ 수사에 이용했던 영상자료도 관리 못하는 경찰, 권한 넓어져

    자격 논란도 인다. 최근 경찰은 일선 현장에서 블랙박스와 CCTV 등 수사에 활용한 기존 영상자료조차 불특정 다수에게 수년 간 노출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2월 9일 CBS 보도) 이런 경찰에게 개인정보를 추가로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활동가는 "현재 개인영상정보보호법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경찰이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자유이용권을 갖게되는 셈"이라며 "새로운 법안 마련보다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를 개정해 현행 법안의 한계를 극복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개인영상정보보호법이 "개인영상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명문화하고 있는 만큼 민간 사업자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개인의 사생활을 제물로 엉뚱한 사람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첨단 영상기기를 이용한 노동자 감시도 사용자의 '정당한 이익'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 개인정보 침해 우려에도 행자부는 강행 수순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달 해당 법이 개인정보보호법에 반한다는 이유 등으로 행정자치부에 개선을 권고했다. 그러나 행자부는 올해 상반기 내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통합관제센터 운용이 불법이라는 문제제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그 존립 근거를 만들어 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며 "무분별한 영상채증 확대는 위축효과로 이어져 표현의 자유의 침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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