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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반드시 살릴 것… 모든 가능성 열고 방법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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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반드시 살릴 것… 모든 가능성 열고 방법 고민 중"

    [노컷 인터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김연국 신임 본부장

    MB정권 3년차였던 2010년, 청와대에서 '쪼인트' 맞고 내려온 낙하산 김재철 사장은 MBC를 180도 바꿔놓았다. '자율'과 '창의'로 대표되는 MBC의 조직문화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법원도 인정한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제1근로조건인 '공정방송'에도 균열이 갔다.

    구성원들이 보도 똑바로 하자, 프로그램 제대로 만들자고 요구해도 사측은 '무시'로 일관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가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5번이나 파업에 나선 배경이다. 그러나 승리는 없었다. 특히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내걸고 진행됐던 2012년 170일 파업은 큰 후유증을 남겼다.

    지난 13일부터 MBC본부를 이끌게 된 김연국 신임 본부장 역시 김재철 이후 MBC 체제에서 적지 않은 수난을 겪었다. 그는 파업 이후 대기발령 상태로 MBC아카데미에서 '내가 만드는 브런치' 따위의 수업을들어야 했다. 또, 국정원 대선개입 아이템을 제작했으나 불방됐고, 당시 국장에게 미운털이 박혀 업무 평가에서 최하등급인 R등급을 맞았다. 그는 본부장 취임 전까지 취재·보도를 할 수 없는 보도NPS준비센터에서 일했다.

    파업 이후로 '기자 일'을 못한 지 만 5년이 된 그는 결코 쉬운 길이라고 볼 수 없는 노조위원장 선거에 출마했고, 97.4%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선됐다.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MBC 내 MBC본부 사무실에서 김연국 본부장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MBC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촛불 민심이 만든 외부환경의 변화에 무임승차하지 말아야겠다"

    지난 13일부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서 임기를 시작한 김연국 신임 본부장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징계와 부당전보에 지쳤던 그는 당초 2년 정도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었다. 작년 이맘때쯤 휴직계를 내, 내공도 쌓고 삶을 재정비하고자 했다. 후배들은 '지금 책이 손에 잡히냐'라고 그의 공부를 말렸다. 당연히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러나 '2년 뒤에는 MBC 상황이 나아질 테고, 그럼 다시 기자로 일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앞섰다.

    '판'이 바뀌었다는 신호는 외부로부터 왔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작년 말부터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고, MBC 내부도 조금씩 변했다. MBC기자협회 중심으로 정권 편향적인 보도에 대한 항의 피케팅이 시작됐다. 불편한 마음은 그때부터 커졌다.

    "책을 읽어도 눈에 안 들어왔다. 늘 마음의 빚도 있었고. 그러다 '아, 나조차도 외부 환경이 좋아지길 수동적으로 기다리고만 있던 게 아니었나' 하고 반성하게 됐다. 저도, MBC도 촛불 민심이 만들어 준 외부 환경 변화에 무임승차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MBC는 그런 곳이어선 안 된다고 봤다. 그래서 공부를 중단하고 돌아왔다. MBC는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사였다. 지금은 욕을 많이 먹고, 관심도 많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살릴 수 있다'. (MBC 살리기 문제는) 헌법가치인 한국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살려낼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시금석이다. 올해가 그 분기점이라고 생각했다."

    ◇ "저희가 원하는 '공정방송'하겠다는 것 딱 하나, 방송법 개정안 통과 시급"

    지난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김재철 사장 퇴진 및 공정방송 쟁취를 내걸고 170일 동안 파업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김재철-안광한 체제 7년 동안 MBC에는 많은 과제가 쌓이기 시작했다. 기사를 가지고 매일 토론이 오가 시끄러웠던 보도국은 잠잠해졌고, 비판 목소리를 억누르려는 사측의 탄압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많은 이들이 기자, PD, 아나운서 등 자신의 '제자리'에 돌아가지 못한 가운데, 방송은 더욱 더 경영진의 입맛에 맞게 변해갔다.

    김 본부장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영방송 체제를 만들어가고 있었는데, 그 구조가 정권 등 외부 환경에 따라 얼마나 급격히 무너질 수 있는가를 목격할 수 있었던 7년이었다"며 "이제는 7년 간 이어졌던 긴 싸움을 끝낼 시기가 온 것 같다. 2017년은 무너진 언론자유와 한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첫 걸음을 떼는 한 해이자, 공영방송 체제를 다시 굳건하게 세우는 출발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방송 회복'을 제1의 과제로 꼽은 그는 현재 공영방송 체제를 보다 정치적 '외풍'에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송법 개정안'이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저희 1600 조합원들이 원하는 건 딱 하나다. 공정방송하겠다는 것이다. 공정방송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외부의 압력을 막아낼 수 있는 합리적인 경영진이 선임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긴 싸움을 끝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취약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과 무소속 의원까지 162명이 공동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언론장악 방지법)은 △공영방송 이사회 여야 비율 7:6 완화 △중립적인 사장추천위원회 마련 △사장 선임 시 특별다수제(전체의 2/3 이사들의 찬성이 있을 때 가결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4가지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어느 한쪽이 독주할 수 없는 안이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공영방송을 좌우하고 장악하고 파괴하고 몰락시키는 행태를 막을 수 있게 하는 안이다. 국회는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라는 헌법 가치를 찾기 위해서라도, 공영방송이 국민 전체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2월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을 요구한다. 그것만이 박근혜 체제의 산물인 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과 MBC 경영진을 쫓아내고 사회적 합의에 의해 건강하고 합리적인 경영진을 선임해 (MBC를)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다."

    ◇ '어떻게' 시민들에게 MBC 상황을 알리고 국회를 압박할 것인가

    지난해 12월 28일, MBC기자협회 및 MBC영상기자회 소속 기자들이 '청와대 방송'이라고 조롱 받는 자사 보도를 비판하며 '근조 MBC뉴스' 피켓을 들었다. (사진=김수정 기자)

     

    'MBC의 공정방송 회복', '방송법 개정안 통과'. 목표는 정해졌다. 자연히 관심은 '어떻게'에 쏠린다.

    김 본부장은 "MBC기자협회의 (보도 항의) 피케팅 참여 인원이 늘어나고 있고, 이걸 한 지도 벌써 4개월이 됐다.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은 모두 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먼저 싸우고 우리가 먼저 MBC 문제를 제기하고 시끄럽게 하지 않는 한 (밖에서) 귀 기울여주지 않을 거라고 본다. '방법'에 대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공영방송인 KBS에서는 최근 양대 노조가 '방송법 개정과 공정방송 사수, 단체협약 쟁취를 위한 총파업' 투표를 벌인 결과 83.0%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KBS 노동자들과의 '공동 투쟁' 가능성을 묻자 "공영방송의 회복을 염원하는 두 방송사 구성원들의 요구는 같다. 공영방송이 특정한 정권과 정치세력에 휘둘리지 않게 합리적인 경영진을 선임할 수 있는 단단한 구조를 만들어 달라는 거다. 목표가 저희와 같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이를 얻어낼 수 있을지 함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MBC본부는 또한, 노조를 '파트너'라고 생각하기는커녕 '노영방송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정파적 주체'라고 공공연히 비난하는 사측과도 협상을 해 나가야 한다. 2012년 10월 공식 해지된 단체협약을 되살리는 것도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다.

    김 본부장은 "현 경영진과 사장에 공모한 상당수 분들은 박근혜 대통령, 일부 건강하지 못한 극우세력과 한배를 타기로 결심을 굳힌 분들 같다. 목표가 탄핵 기각과 박 대통령 보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목표를 경영진이 포기하지 않는 한 대화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조심스레 입을 뗐다.

    이어, "새 경영진이 온다면 공정방송을 위한 단협 체계 복원과 부당해고된 6분(정영하·강지웅·이용마·박성호·박성제·최승호)의 복직, 밖으로 쫓겨난 100명 넘는 구성원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을 요구할 것이다. 방송 독립성과 공정성을 실현할 목표와 계획을 제시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나머지는 그분들의 몫"이라고 전했다.

    ◇ "방문진의 사장 선임, 구성원들은 복종 안할 것"

    지난 10일 오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12대 집행부 출범식 및 전국 조합원 결의대회가 열렸다. 노조원들이 '국정농단 축소보도 즉각 중단하라'라고 쓰인 손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그러나 MBC의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MBC 대주주 방문진은 3년 임기의 새 사장을 뽑으려고 준비 중이다.

    방문진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실현할 수 있는 인사 △MBC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 인사 △방송사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지도력과 추진력을 가진 인사를 모집한다고 밝혔으나, 정작 그 방문진 손에서 김재철-김종국-안광한 사장이 탄생했다. 여야 6:3 구조가 만들어 낸 한계였다.

    지난 13일까지 사장 공모를 한 결과, 권재홍 부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부산MBC 문철호 사장, 울산MBC 윤길용 사장, MBC C&I 전영배 사장, MBC아카데미 심원택 사장 등 14명이 지원했다.

    김 본부장은 방문진의 사장 공고 자격요건을 보고 "정말 저런 (덕목을 갖춘) 분이 됐으면 좋겠다. 방송 독립성과 공정성, 비전,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지. 이 중 하나라도 만족할 만한 사람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진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고 MBC를 파괴한 장본인이다. 미래 비전이 아니라 본인 안위만을 위해 움직인 사람들"이라며 "(이런 분들이) 3년 임기 MBC 사장을 하겠다는 건, 마치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3년 더 연장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 구성원들은 복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MBC는 항상 시끌벅적했다. 여기저기서 기사에 대한 토론이 오갔다. 지금은 조용하다. 그렇게 건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언론의 자유를 가치를 지켜오자 했던 기자, PD들이 다 쫓겨났다. 파업 이후 대체인력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저항하고 발언하고 문제제기한 이들에게 경위서 제출, 부당전보 등 징계로 재갈을 물렸다. 결코 언론사, 방송사에서는 있어서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침묵을 일시적으로 강요할 수는 있지만 결코 지속될 수 없다. 저항은 계속될 것이다. 비록 현업에서 쫓겨나 있는 분들 많지만, MBC에는 언론자유의 소중함과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책무를 깊이 인식하고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구성원들이 많다. 계속 저항해 왔고 앞으로도 저항할 것이다. 반드시 살려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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