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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증 없는 청소년' 1만명이 모였다



대전

    '학생증 없는 청소년' 1만명이 모였다

    [비상(飛上)한 아이들⑧] 학교 밖 청소년 온라인 커뮤니티 '세학자'

    지난해 대전CBS는 가정과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의 충격적인 실태를 고발했다. 가정과 학교에서 보호받지 못했던 아이들은 사회에서도 '가출·비행청소년'이라는 편견 속에 더욱 움츠러들어야 했다. 만약 사회가 편견 대신 관심과 도움을 준다면 이 아이들은 어떻게 달라질까? 대전CBS는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편견을 딛고 비상(飛上)한 아이들의 사례를 매주 소개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방황하던 내 삶에 악기가 말을 걸었다
    ② 나를 꺼내준 한마디 "넌 원래 그런 애 아니잖아"
    ③ 국회서 꼭 외치고 싶었다…"우리도 할 수 있다"
    ④ 세상을 향해 '희망의 슛'을 날리다
    ⑤ 학교 밖 청소년의 '키다리 아자씨'
    ⑥ 세상은 소년범이라 부르고, 이곳에선 '아들'이라 부른다
    ⑦ 학교 밖에 있어도 꾸는 꿈은 같다
    ⑧ '학생증 없는 청소년' 1만명이 모였다
    (계속)

    지난해 대한민국 청소년 박람회에 참가한 세학자. (사진=이성학씨 제공)

     

    "청소년 이벤트인데... 저희도 참여가 가능할까요?"

    게시물에 함께 올라온 것은 한 영화관 체인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대상 할인 이벤트였다. 매표소와 매점에 쿠폰과 '학생증'을 제시하면 할인을 해준다고 했다. 학생증 대신 청소년증을 내밀었다 거부당하거나 당혹스러운 시선을 받았던 경험들이 댓글로 이어졌다. 청소년이지만 학생증은 없는 아이들의 고민은 이렇게 의외의 곳에서 발생하곤 했다. 그때마다 이곳에서는 위로받거나 함께 분노할 수 있었다.

    네모난 건물 대신, 세상을 학교로 삼은 1만1천여명의 청소년이 모였다. 이곳의 이름은 '세학자', 세상이 학교인 자퇴생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세학자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다. 지난 2010년 말 문을 연 뒤 학교 밖 청소년과 자퇴 등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질문도 하고, 속얘기도 털어놓고, 정보와 일상도 나누는 공간이 돼왔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게시물이 2만2천여개. 최근에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어 소통의 폭을 넓혔다.

    '학생증의 유무'로 대표되는 사회적 편견은 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마주하고 싸우게 되는 상대다. 이것은 이들이 세학자를 찾게 되고, 때로는 오프라인의 주변 사람들보다도 의지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일단 이런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요. 주변에는 학교를 다니지 않은 경험은 없이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반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세학자는 온라인이라는 특성상 편하게 말할 수 있고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들이 있으니까 찾게 되죠."

    지난해 대한민국 청소년 박람회에 참가한 세학자 매니저 이성학씨. (사진=이성학씨 제공)

     

    커뮤니티 매니저인 이성학(26)씨도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떠난 학교 밖 청소년 출신이다. 그 역시 학교를 떠났다는 이유만으로 '평범한' 청소년으로 보지 않는 시선과 마주한 적이 있다. 지난해 정부 주최 대한민국 청소년 박람회에서 세학자가 직접 부스를 세워 관람객들에게 학교 밖 청소년을 알린 이유이기도 하다.

    "재작년 박람회를 참가했다 학교 밖 청소년과 관련된 부스가 단 한 곳밖에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어요. 학교, 수련원, 각종 시설, 기관, 심지어 일반 기업들도 청소년이라는 이름 아래 모였는데 학교 밖 청소년만 빠져있더라고요."

    첫 참가에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학교 밖 청소년이 아닌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이 직접 만나고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는 것이요. 300~400명 가량이 부스를 찾았는데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평소의 생각도 듣고 달라진 인식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성학씨는 광주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연구원이기도 하다. "아직도 교육부에서는 학업중단, 중도탈락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청소년 관련 업무 종사자들조차도 학교로 돌려보내는 게 최고의 목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학교 밖 청소년이 '남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에요. 제게는 그 이전에 '저의 이야기'가 되니까 업무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성학씨는 앞으로도 세학자가 고립되기 쉬운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 됐으면 한다. 동시에 많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이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현실에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교 밖 청소년 하면 정말 특이하거나 비행·일탈이 심하거나 극단적으로만 보시는데 막상 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학교 밖 청소년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곁에 있는 한 사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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