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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안전모 못받아서…" 맨몸으로 스크린도어 고치는 정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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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단독] "안전모 못받아서…" 맨몸으로 스크린도어 고치는 정비공

    • 2017-03-20 06:00

    [구의역 사고 이후 ①] '안전 최우선'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었다

    2016년 5월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 그저 열심히 일했을 뿐인 19살 청년이 이곳에서 숨을 거뒀다. 김 군의 죽음에 시민들은 슬퍼했고, 책임 당국은 재발 방지를 위한 수많은 공약을 쏟아냈다. 그 후 약 10개월. 과연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를 잊지 않고,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약속은 지켜지고 있을까? CBS노컷뉴스가 구의역 사고 이후를 추적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안전모 못 받아서" 맨몸으로 스크린도어 고치는 정비공
    (계속)


    김 군의 죽음 이후 서울메트로는 작업자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스크린도어 유지·보수를 맡은 직원에게 수개월째 안전모 등 기본적인 안전 장비도 지급하지 않은 채 일을 맡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CBS노컷뉴스는 구의역 사고 이후 작업 현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기 위해 2차례에 걸쳐 서울메트로 소속 정비공들과 함께 스크린도어 점검 작업 현장을 동행취재했다.

    ◇ "안전모 없는데…그냥 가야지 어쩌겠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에서 직원 A 씨가 근무 준비에 한창이었다. 근무는 2인 1조 방식으로, 2명이 짝을 이뤄 하루에 할당된 지하철역 스크린도어를 일일이 점검하는 일이다.

    그런데 A 씨는 현장에 갈 때마다 기분이 께름칙하다. 이 일을 시작한 지 3개월 째지만 안전 장비를 아직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사 후 A 씨는 서울메트로 측에 안전모와 X- 밴드를 달라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차일피일 늦어졌다. X-밴드는 몸에 X자 모양으로 두르는 띠로, 형광으로 돼 있어 혹시나 선로 안쪽에서 작업할 때 작업자를 못 보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물건이다.

    안전 장비를 요구한 A 씨에게는 "장비가 올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니 동료들 것을 쓰고 있어라"는 말만 돌아왔다.

    "안전모 없는데 어떻게 해요?" "그냥 가야지, 어쩌겠어." 현장에 투입되기 전 직원들의 대화였다.

    A 씨는 본인보다 먼저 입사해 안전 장비를 받은 B 씨와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안전 장비를 갖춘 B 씨 옆에서 A 씨는 맨몸으로 스크린도어 점검에 나섰다. (관련기사 : "안전모만 썼어도"..어느 청소노동자의 죽음)

    ◇ 현장 상황 무지한 서울메트로, 또 작업자 탓

    그러나 서울메트로 측은 오히려 이를 해당 직원의 탓으로 돌렸다.

    내부 지침상 항상 안전모를 착용하게 돼 있고, 사무실마다 여분의 안전모가 있으니 장비를 착용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잘못된 작업"이라는 것이다.

    구의역 사고 초기 "작업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며 사고 원인을 김 군 탓으로 돌렸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같은 공사 측의 입장에 직원들은 발끈했다. A 씨와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사업소 분회장은 "여분이 있으면 애초에 안전 장비를 달라고 할 이유가 없다"며 "여유분이라는 건 개인에게 모두 지급한 나머지라는 건데, 지급 자체도 못 했는데 무슨 여유분이 있냐"고 말했다.

    이렇게 기본적인 안전 장비도 없이 A 씨는 평소 사고가 가장 자주 나는 곳이자 지난해 김 군이 숨진 구의역으로 이동했다.

    구의역의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던 중 이들은 선릉역 스크린도어에서 장애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즉시 선릉역으로 출동했다.

    지난 사고 때처럼 '1시간 이내 출동'이라는 지침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직원들의 마음은 조급했다. 최근에 퇴근 시간이 겹쳐 5시 30분에 발생한 장애를 1시간 30분 후인 오후 7시에 처리했다가, 회사 측에서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표=스마트뉴스팀)


    ◇ 끊이지 않는 지하철 작업자 안전사고

    스크린도어 장애 신고가 많은 날은 눈코 뜰 새 없이 신고 처리만 하다 하루가 끝이 나기도 한다. 장애 건수 자체가 크게 줄지 않은 탓이다.

    사고 당시 1209건을 기록했던 사고 건수는 지난해 12월에는 1198건을 기록했다. 여전히 한 달에 1000건이 넘는 장애 신고가 발생한다.

    A 씨와 B 씨는 스크린도어 위쪽에 달린 전동차 감지 센서를 쳐다봤다.

    "이걸 다 교체하겠다는 거였잖아요, 서울 시장이. 바뀐 게 맨 앞 스크린도어 하나밖에 없어요. 2018년까지 바꾸겠다고 했는데, 바꾸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으니..."

    (표=스마트뉴스팀)
    직원들의 안전사고도 반복됐다. 구의역 사고 이후 기록된 '철도안전사상사고'는 모두 6건.

    직원이 다친 사고는 5건으로, 이중에는 20대 직원이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장안철교 부근에서 다리 보강 공사를 하다 중랑천 밑으로 추락해 숨진 사고였다.

    ◇ "정규직? 은성PSD 때와 다른바 없다"

    김군과 같은 나이인 한 20살 직원은 CBS노컷뉴스와 만나 "굳이 좋아진 걸 고르면 패딩이 지급된다는 것 정도"라며 "사실상 야간 수당을 제외하면 받는 월급은 은성PSD에 있을 때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은성PSD에 있을 때는 세금 떼고 144만 원 받았는데, 여기(서울메트로) 와서는 야간 수당까지 다 더해서 180만 원 정도 받고 있다"며 "몸 힘들어진 것 생각하면 크게 처우가 좋아졌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근무시간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에 실제 받는 월급은 은성PSD 소속이었을 당시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직원은 살인적인 근무 형태를 토로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3조 2교대 근무라 야간에 15시간씩, 2주간 일한 뒤 1주 동안은 주간 근무를 하게 되는데 이 때는 거의 꾸벅꾸벅 졸면서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다못해 우리가 들고 다니는 공구 가방도 18㎏ 정도 되는데, 이걸 항상 지고 다니기 힘들어 역마다 공구함을 비치해달라고 했지만 공사에선 예산이 없어서 못 해준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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