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참사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23일 오전 중국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의 선원들이 세월호에 고박작업을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년 동안 차디 찬 바닷물 속에 갇혀 있던 세월호가 마침내 23일 오전 4시50분쯤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앞 맹골수도에서 승객 304명과 함께 속절없이 잠긴 지 정확하게 1073일 만이다.
또한, 2015년 4월 22일 정부가 세월호 선체 인양을 결정한 지 1년 11개월 만이다.
◇ 23일 10시 현재, 세월호 선체 수면 위 2.4m 노출해양수산부는 23일 오전 10시 진도군청에서 브리핑을 통해 현재 해저바닥에서 24.4m까지 인양했다고 밝혔다.
해저깊이가 44m, 옆으로 누워있는 세월호 선체의 높이가 22m임을 감안하면, 선체의 2.4m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의미다.
지금은, 인양작업을 멈추고 세월호 선체와 잭킹 바지선에 1차 고박(단단하게 묶는 것)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윤학배 차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미(배 뒷 부분)부분이 워낙 무거워서 본 인양을 하기 전에 무게 균형을 맞추는데 주력했다"며 "20㎝의 오차도 허용이 안되기 때문에 조심에 조심을 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선체를 13m 끌어올리는 작업이 당초 이날 11시로 예정했으나, 세월호 선체 일부가 틀어지면서 잭킹 바지선과 부딪히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인양 완료시점은 더 늦어져 이날 오후 늦게 또는 저녁에 완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세월호 선체가 인양되면 고박작업을 끝내고 24일까지 반잠수식 선박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기상 상황등에 큰 문제가 없으면 12~13일 뒤인 다음달 4~5일쯤 선체가 목포신항 철재부두에 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사진=해수부 제공)
◇ 여객선 흔적 사라진 처참한 몰골 드러내 이날 오전 맹골수도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는 참담한 모습이었다. 세월호는 왼쪽으로 누워있는 상태로 오른쪽 측면이 가장 먼저 나타났다.
바닷물 속에서 3년 동안 있으면서 녹슬고 부식돼 검붉은 색을 띠었다. 또한, 군데군데 금이가고 긁힌 흔적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유리창이 깨진 창문과 출입구는 유실 방지를 위해 설치한 292개 그물망도 눈에 들어왔다.
길이 146m, 폭 22m에 7800여톤의 거대한 여객선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처참한 몰골로 돌아왔다.
선체가 드러나는 순간 인양작업에 참여했던 중국 상하이샐비지 직원들과 이를 지켜보던 해수부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유가족들의 눈에는 애끓는 원망과 한탄의 눈물이 흘러 내렸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팽목항에서 3년동안 비참한 생활을 하며 세월호 선체 인양만을 기다려온 미수습자 가족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인양상황을 지켜봤다.
이들의 속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배 안에 아들과 딸, 남편과 아들, 아내가 있을지 가슴이 미어진다.
박은미(단원고 2 허다윤 양 엄마)씨는 "세월호안에 우리 아이가 있을 지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며 "어서 빨리 세월호가 육지에 올라와 다윤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지난 2014년 4월16일 침몰한 세월호 인양이 임박한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분향소 앞에 미수습자를 가족품으로 글귀가 적혀있다. (사진=이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