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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밤 새운 세월호 유족들 "그동안 뭐했는지 답답"



사회 일반

    하얗게 밤 새운 세월호 유족들 "그동안 뭐했는지 답답"

    "하루빨리 미수습자들 찾길"

    23일 안산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합동분향소 유가족대기실에서 자원봉사자들이 3주기 추모식 준비를 돕고 있다.(사진= 구민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5시간 만에 세월호를 인양하겠다고 연락이 오더군요. 그동안 뭐했는지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73일 만인 23일 새벽 3시 45분쯤, 드디어 배의 일부가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세월호의 본인양이 시작되며 안산에서 이를 지켜보던 유가족들은 다행이라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둔 경기 안산시 세월호 합동분향소 유가족대기실에는 오전 9시부터 유가족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50여 명의 유가족들이 전날 새벽 팽목항으로 떠났고, 합동분향소를 지키는 10여 명의 유가족들은 함께 방송중계를 보며 인양 상황을 지켜봤다.

    故 이정인군의 아버지 이우근 씨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들 간의 대화방에서 세월호가 올라오는 모습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TV 중계를 계속해서 확인했다.

    이 씨는 "원래 인양하려고 했던 것이 지난해 6월이었는데 1년 동안 뭐했는지 답답한 심정이다. 결과적으로 따지면 7시간 만에 배를 올린 것 아니냐"며 가슴을 쳤다.

    그는 녹슨 채 수면위로 떠오른 세월호를 보며 "유가족들이 팽목항에서 버티는 이유는 이러한 상황을 국민들과 함께 알아가면서 공유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故김민지양의 아버지 김내근 씨는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았다면 인양이 됐을까 의문이다. 정치놀음에 이용당했다는 생각에 답답하다"고 한숨 쉬었다.

    김 씨는 "다행이고 슬프고 답답하고 참담하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심정이 복잡하다. 배가 보이자마자 아이들 생각이 났다"며 "하루빨리 미수습자들을 찾았으면 좋겠다. 미수습자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바람을 전했다.

    안산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합동분향소의 모습. (사진= 구민주 기자)

     

    합동분향소에는 이른 아침 많은 추모객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실내에 설치된 화면에는 "곧 다시 만나자. 이제 함께 따뜻한 봄을 맞이하자", "얘들아 집에 가자, 그동안 추었지", "지금 세월호가 인양되고 있다. 늦어서 미안해" 등의 세월호 인양이 진행된 이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문자들이 이어졌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매주 합동분향소를 찾았다는 단원구 노인복지관 직원들은 이날도 어김없이 출근 전 분향을 했다.

    이재홍(44) 부장은 "누구든지 인양을 기다려왔고 고대해왔지만 기쁘고 허무한 마음이다"며 "철저하게 선체조사가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는 마음을 전했다.

    오전 10시가 지나자 안산시민들로 이뤄진 자원봉사자 10여 명이 유가족대기실을 찾았다.

    이들은 유가족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식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줄 기억물품을 포장하기 시작했다.

    묵묵히 그리고 바쁘게 움직이는 그들 앞의 TV에서는 세월호를 인양하는 모습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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