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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 의혹에 솜방망이 처벌까지…"제2참사 걱정된다"

울산

    은폐 의혹에 솜방망이 처벌까지…"제2참사 걱정된다"

    울산 관광버스 참사 5개월…달라진 게 없다 ②

    지난해 10월 울산 경부고속도로에서는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참사가 빚어졌다. 달리던 관광버스가 불에 타 중국 여행을 마치고 울산으로 돌아오던 퇴직자 부부 등 10여 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것. '울산 관광버스 화재 참사'로 불리는 이 사고는 전세버스 업계에 만연한 부조리를 세상 밖으로 드러내는 기폭제가 됐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5개월여가 지난 지금도 안전은 뒷전이고, 버스운전기사들의 처우는 믿지 못할 만큼 열악하다. CBS노컷뉴스는 참사 이후에도 '여전한' 전세버스 업계를 다시 한 번 파헤쳐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관광버스 기사들은 '사죄'…사고업체는 '사업 확장'
    ② 은폐 의혹에 솜방망이 처벌까지…"제2참사 걱정된다"
    (계속)


    불에 탄 관광버스의 모습. (사진=반웅규 기자/자료사진)

     

    관광버스 화재 참사 이후 전세버스업계에서는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그 가운데 태화관광이 당국의 조사를 피해가기 위해 조직적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그래서일까? 태화관광은 대형사고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한 징계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그 결과 이 업체는 최근 사업체를 확장할 정도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서류 태우고, 타이어 일제히 교체…조직적 은폐"

    전직 관광버스 운전기사 A 씨는 참사가 발생하고 며칠 뒤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태화관광 직영 정비소에서 서류를 태우는 작업이 진행됐다는 것.

    A 씨에 따르면 태화관광은 사고 발생 사흘쯤 뒤 사무실에 있던 1톤 트럭 3대 분량의 서류를 20~30분 가량 떨어진 직영 정비소로 옮겼다. 이후 이 정비소에서는 서류 태우는 작업이 사흘 밤낮으로 이뤄졌다.

    A 씨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고 태화관광에 대한 압수수색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쯤 서류를 태우는 작업이 이뤄졌다"며 "회사의 구조적 문제를 은폐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비소에 근무했던 많은 직원들이 이를 목격했다"며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서류를 모두 태운 이후였기 때문에 은폐 행위가 적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태화관광의 조직적 은폐 의혹은 이 뿐만이 아니다. 참사 직후 태화관광 그룹 전체에서 타이어 교체작업이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사고를 일으킨 관광버스 운전기사 이 모(49) 씨는 첫 번째 경찰 조사에서 "타이어 파열로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이후 이 씨의 과실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당시 모든 이목은 타이어에 집중됐다. 당연히 사고 버스 이외에 다른 관광버스의 타이어 상태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다수의 운전기사들은 태화관광이 안전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사고 직후 타이어를 전면 교체했다고 주장한다.

    운전기사 B 씨는 "철심이 보일 정도의 낡은 타이어도 교체를 안 해줬는데 어느 날 갑자기 타이어를 일제히 바꿔주는 것에 의구심을 가졌다"며 "안전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태화관광 관계자는 "당시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은폐를 시도하겠느냐"며 "서류를 태웠다는 의혹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 솜방망이 처벌에 "달라진 게 없다…참사 재발 우려"

    울산시는 지난해 참사와 관련해 태화관광에 4대 감차 처분을 내렸다. 이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른 것으로, 전세·관광버스가 10명 이상 19명 이하의 사망 사고를 냈을 때 받는 처분이다.

    무려 10명이 숨지는 참사를 일으킨 태화관광이 사고로 인해 받은 징계는 '4대 감차'가 전부였던 셈.

    물론, 전세버스 안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울산시 등 지자체의 특별안전점검이 진행되기도 했다. 점검 결과 등화장치, 타이어 등 정비 불량 30여 건과 자격증명 미개시에 따른 운행정지 1건, 속도제한장치 조작 1건 등에 대해 과태료가 부과됐다.

    그러나 감차 4대와 약간의 과태료는 330여 대의 버스를 보유하고 있는 태화관광 그룹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당시 솜방망이 처분 논란이 일자 울산시는 "4대 감차는 중징계"라고 밝혔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 태화관광은 신규 업체를 인수할 정도로 울산 전세버스업계에서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세버스업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못 한 것이다. 때문에 제2의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 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울산교통문화시민연대 박영웅 대표는 "사고를 낸 운전기사는 강도 높은 처벌을 받고, 사고 버스 소유 업주는 벌금 몇 푼만 내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제2의 참사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며 "대형사고 직후에는 안전점검과 운전기사 교육을 철저히 할 것처럼 호들갑 떨었지만 지금은 모두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사고를 일으킨 버스업체에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의 가혹한 처분을 내려야 한다"며 "사고가 나면 내놓는 땜질식 대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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