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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빚 갚으려 이웃부부 살해·방화 소방관 '무기징역'



법조

    도박 빚 갚으려 이웃부부 살해·방화 소방관 '무기징역'

    • 2017-03-27 20:04

    법원 "외상 후 스트레스 소방공무원 대책 마련 필요"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강도질을 하려다 이웃 부부를 살해하고 방화까지 한 소방관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동현 부장판사)는 27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소방관 최모(51) 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이 같이 선고했다.

    또 최씨와 수년간 도박을 한 혐의(상습도박)로 기소된 동료 소방관 5명에게는 벌금 1천만 원씩을 선고하고, 소방 공무원직은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강도살인 범행을 저지른 뒤 불까지 낸 범인이 이웃에 사는 소방공무원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며 "강도살인은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 등 2가지 밖에 없고, 증거와 수법으로 볼 때 형을 감경할 만한 사정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방관으로 그동안 전과 없이 성실하게 살아온 점, 범행 후 자살까지 시도하는 등 반성하고 뉘우치는 점 등을 고려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심리과정에서 소방관에 대한 정신감정을 다시 의뢰, 정신병이 있다고 판정할 수 없다는 감정 결과를 받았다.

    김동현 재판장은 이와 관련 사견임을 전제로 "가족이 있고, 몇십 년 간 전과 없이 착실하게 살아온 소방공무원이 왜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을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도박 빚이 2억원을 넘는다 해도 그것이 범행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돼 직접 원인을 찾아보려 했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이어 "범행 이유에 대해 좀 더 접근하는 방법으로 심리 관련 논문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논문에서 소방공무원 등 직업상 끔찍한 현장을 보는 행위가 반복될 경우 두려움에 마음의 벽을 쌓게 되는데 일상생활에서 평범한 마음으로 되돌아 오지 않아 병이 발생하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범행을 저지른 소방관이 반성문에서 밝힌 자신의 존재감·정체성·회의감 등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고 김 판사는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은 '외상후 스트레스'라는 직업병으로, 우리나라에도 복지 관련법에 소방공무원의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 건강 장애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 만큼 만약 재판부의 입장이 맞고 이런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족들은 법정 최고형이 아니라서 마음이 편치 않으리라고 생각되지만,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부모님의 죽음을 의미 있게 만들고 슬픔을 딛고 정상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인지 생각해달라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당부했다.

    김 판사는 이날 양형 이유에 이어 개인적인 사견을 들어 소방공무원의 외상후 스트레스 등에 관해 20여분간 설명했다.

    최씨는 지난해 8월 1일 오전 2시께 경기도 안성시 A(64) 씨의 집에 침입해 A 씨와 부인(57)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동료 소방관 등과 도박을 하다가 2억 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범행 후에는 A 씨 집의 화재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것처럼 신고하고, A 씨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에게 최초 신고자 행세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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