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이른바 '적폐연대론'을 놓고 공방을 벌인 데 이어 '유치원 문제'를 둘러싸고 재격돌했다.
안철수 후보가 지난 11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립유치원 유아교육자대회에서 "단설 유치원(이하 단설) 신설을 자제하겠다"라고 한 발언에서 촉발됐다.
당시 안 후보는 "병설유치원(이하 병설) 설립을 자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잘못 알려려졌다. 이에 즉각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겠다"는 뜻이라고 정정,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 싶었지만 논란의 불씨는 오히려 더 크게 되살아났다.
문재인 후보 측이 "학부모들이 가장 보내고 싶어 하는 곳이 단설인데 국공립 단설(유치원)의 신설을 자제하겠다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하고 나서면서다.
유치원 학부모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3040세대는 문 후보에게는 '집토끼', 안 후보에게는 '산토끼'로 볼 수 있다. 양보 없는 일전이 불가피한 셈이다.
◇ 安측 "단설 선호 알지만 병설 확대가 현실적"…安 "공립 이용률 40%까지 확대"국공립 유치원은 초등학교 안에 있는 병설과 단독 설립된 단설로 구분된다. 모두 임용고시에 합격한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친다. 병설 원장은 초등학교 교장이 겸하지만, 단설 원장은 유아교육 전공 전문가가 맡는다.
유치원 운영형태에도 차이가 있다. 병설은 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방학이 있기 때문에 맞벌이 부모들은 엄두를 낼 수 없다. 단설은 유치원 운영위원회가 구성돼 있어서 유치원 운영 전반에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으며, 유치원 교원능력평가도 이뤄진다. 많은 학부모들이 단설을 선호하는 이유다.
안 후보 측도 이런 점은 인정한다. 국민의당 선대위 김관영 정책본부장은 13일 "단설이 병설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저희도 안다"고 했다. 다만 "학제 개편으로 유치원을 공교육으로 편입해서 국가가 육아와 교육을 책임지겠단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단설은 부지 매입비용과 건축 비용 등이 대단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증가 속도가 대단히 더디지만 병설은 설치가 비교적 용이하다"며 "병설에 대한 여러 가지 보완책을 마련하면서 공교육을 강화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 후보가 전날 밝힌 "유치원 입학 시기를 만 3세로 1년 앞당기고, 유치원을 공교육화해 무상교육을 하겠다"는 공약과 관련한 예산추계는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유치원총연합회 행사장 발언이 논란이 된 뒤 안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국 초등학교 대상 병설 유치원 6천개 학급을 추가로 설치해 공립유치원 이용률을 40%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文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 40%, 국공립유치원 이용률 30%까지 확대"이에 반해 문재인 후보는 국공립 어린이집 신규건설과 공동주택 내 설치된 민간 어린이집 국공립 전환, 민간부문 매입·전환·무상임대 등을 통해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아동을 40%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문 후보는 또 '국공립유치원 이용률 30%까지 확대'를 골자로 한 유치원 공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는 안 후보처럼 병설 설립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지역적 특성에 따른 병설‧단설 설치와 민간유치원의 국공립전환 등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홍종학 정책부본부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설이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게 들어가고 손쉽게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은 맞지만 모든 것을 가성비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며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단설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두 가지(병설과 단설)가 공존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민간어린이집과 민간유치원의 국공립 전환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입해 성공을 거둔 '서울형 어린이집'을 정부차원에서 확대 추진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는 민간어린이집을 서울형어린이집으로 전환하면 일정한 예산을 지원해주고 있다. 학부모의 부담은 줄고 관리는 서울시에서 하기 때문에 보육의 질도 높아져서 학부모들의 호응이 높은 상황이다.
문 후보 역시 어린이집‧유치원 공약을 제시했지만 관련 예산추계는 제시하지 않았다.
◇ 맘카페서 文‧安 보육공약 관련 게시글 35개‧댓글 1454개 분석해보니…文, 판정승
유치원 학부모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보면 안철수 후보의 유치원 공약보다는 문재인 후보의 어린이집 공약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가 13일 250만 회원을 보유한 대표 육아 커뮤니티인 '맘스홀릭'에서 두 후보의 보육공약 관련 게시글 35개와 게시글에 달린 댓글 1454개를 분석한 결과 문 후보의 어린이집 공약이 '판정승'을 거뒀다.
안 후보 공약에 관한 게시글 25개에 달린 댓글 중 80% 이상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20개의 댓글이 달린 한 게시글에서는 3명 남짓한 지지자들이 반대자들과 외로운 논쟁을 벌였다. "맘님들 안철수를 믿으세요"라는 한 네티즌의 글에는 "뭘 믿어요? 교주에요?", "알바 열심히 하네요" 등의 부정적인 댓글이 이어졌다.
문 후보 관련 게시글은 개수나 댓글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부정적 댓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문 후보가 2012년 대선당시 '사립유치원 교육자의 날' 행사에 참석해 "국공립 유치원 시설을 확대할 것이며 사립유치원 측의 의견도 충분히 듣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소개하는 게시물에 부정적인 댓글은 한 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