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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동물- 식물들의 짝짓기, 번식, 굶주림



책/학술

    녹색동물- 식물들의 짝짓기, 번식, 굶주림

    우리가 몰랐던 식물들의 거대한 지성과 욕망

     

    '녹색동물: 짝짓기, 번식, 굶주림까지 우리가 몰랐던 식물들의 거대한 지성과 욕망'은 EBS 다큐 <녹색동물>을 재구성하여 엮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부터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인도, 미국 그리고 베네수엘라까지 다양한 로케이션에서 촬영한 영상미의 카타르시스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다큐는 인터벌 촬영, 현미경 동영상 촬영 등 새로운 촬영기법을 통해 화려한 영상미가 구현되었다는 호평을 받았다.독자들은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식물의 모습을 통해 식물이 ‘정적인 존재’라는 편견을 깨는 것은 물론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은 크게 3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식물의 식욕, 성욕, 번식욕을 차례로 다룬다.

    ‘PART 1 굶주림’에서는 냄새를 맡아 사냥하는 기생식물 ‘실새삼’, 동물의 배설물을 영양분으로 쓰기 위해 변기의 모습으로 진화한 ‘네펜데스 로위’, 햇빛을 사냥하기 위해 스스로 잎에 구멍을 내는 ‘라피도포라’ 등 식물이 만들어낸 기발한 생존법과 전략을 통해 동물적인 식물의 모습을 조명한다. 척박한 땅, 보석 사이, 심지어 전깃줄 위에서도 살아남을 정도로 지구상 모든 곳에 존재하는 식물의 경이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PART 2 짝짓기’에서는 다양한 짝짓기 방법을 통해 ‘성욕’을 해결하는 식물들의 모습을 담는다. 악취를 풍기고 스스로 체온을 높여 파리를 유혹하는 3미터 크기의 ‘시체꽃’, 말벌의 암컷과 똑같이 생겨 수벌을 유혹하는 ‘해머오키드’, 벌을 함정에 가두는 ‘광릉요강꽃’ 등 직접 짝을 찾아 나설 수 없는 식물들이 짝짓기를 위해 수분매개자를 유혹하는 모습을 만난다.

    ‘PART 3 번식’에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생명체보다 ‘자손번식’의 욕구가 강한 식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스로 땅속을 드릴처럼 파고드는 ‘국화쥐손이’, 200도 이상의 환경에 씨앗을 내놓기 위해 산불 속에서도 살아남는 ‘자이언트 세콰이어’, 3천여 킬로미터를 여행하는 모감주 씨앗 등 식물이 자손번식이란 욕구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공개한다.

    책 속으로

    네펜데스 헴슬리야나(Nepenthes hemsleyana)는 박쥐가 언제 배설을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박쥐는 주로 사냥을 마치고 자기 전에 배설을 합니다. 그래서 이 네펜데스는 박쥐를 재우려 하죠. 아침이 되면 지친 박쥐는 잘 곳을 찾습니다. 네펜데스는 이 박쥐에서 편히 잠 잘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다른 박쥐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혼자서 쉴 수 있는 아늑한 잠자리죠. 그런데 네펜데스는 어떻게 박쥐를 부를 수 있을까요? 박쥐는 시력이 좋지 않습니다. 주로 음파로 주변을 인식하죠. 네펜데스 헴슬리야나는 곤충 등의 먹잇감을 빠트리는 통을 반사판으로 개조했습니다. 다른 네펜데스들보다 박쥐의 음파가 뚜렷하게 반사될 수 있도록 뚜껑과 입구의 각도를 조절한 것이죠. 즉 박쥐의 눈에 띠는 호텔 간판을 단 셈입니다. -133~135쪽, Chapter 4 동물을 이용하거나 먹어버리거나

    벌은 입구와는 다른게 좁은 출구를 비집고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꽃의 친절함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 꽃잎 바깥에도 벌이 잡을 수 있는 털을 만들어 둔 것이죠. 뒷발로는 꽃 속의 털을 디디고 앞발로는 꽃 바깥의 털을 잡고 좁은 출구에서 버둥거릴 때 벌은 진짜 꽃가루를 묻히게 됩니다. 이것이 좁은 출구 옆에 진짜 꽃가루를 배치한 이유죠. 벌을 함정에 가둬 혼란스럽게 한 뒤 정신없는 틈을 타 목적을 달성하는 광릉요강꽃.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닙니다. 벌의 등에 붙은 꽃가루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난의 꽃가루는 수분매개자의 몸에 잘 붙게 하는 흡착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꽃가루 덩이 사이에 관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관절은 수술 밖으로 꽃가루가 떨어지게 되면 구부러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꽃가루 덩이는 벌의 몸에 밀착돼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벌이 다른 광릉요강꽃 암술에 갔을 때 꽃가루가 암술에 잘 붙을 수 있도록 각도를 조절하는 것이죠. -250~253쪽, Chapter 7 오직 ‘방문자’를 위해 준비한 꽃

    세상엔 불이 나기만을 기다린 식물도 있습니다. 쉬오크나 뱅크스 소나무 같은 식물들은 200도 이상의 고온에서만 씨앗이 담겨 있는 솔방울을 엽니다. 불이 났을 때 씨앗을 퍼트리려는 것이죠. 불이 났을 때 상승기류가 생긴다는 것도 식물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물들은 씨앗에 날개를 달아 두었죠. 불이 나기를 기다려 씨앗을 퍼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불이 났을 때가 싹트기 좋은 때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있던 나무들은 토양의 양분을 많이 소모시켰으며 높게 자란 탓에 햇빛을 독차지 하고 있죠. 항상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이런 숲에서 새싹은 살아남기 힘듭니다. 하지만 불이 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경쟁자들이 불에 타면서 사라져 숲에는 많은 빛이 들어오게 됩니다. 게다가 죽은 경쟁자들이 남긴 재는 훌륭한 거름이 되죠. -352~357쪽, Chapter 11 때를 기다려 절정을 이루다

    손승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488쪽 | 1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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