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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그리고 기억의 광장, 다큐멘터리 사진가 10인 기록



책/학술

    탄핵 그리고 기억의 광장, 다큐멘터리 사진가 10인 기록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사진집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는 시민의 평화적 투쟁으로 현직 대통령을 파면한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고 그 배경을 탐사한 책이다. 열 명의 다큐멘터리 사진가와 한 명의 역사학자가 함께 만들었다.

    이들은 단지 “국민이 얻어낸 승리의 순간”을 기념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사태를 불러온 근원적 문제들을 탐사해 그것을 우리 앞에 과제로 펼쳐놓는다. 많은 텍스트가 함축된 371장의 사진을 읽어나가다 보면 감격의 순간을 재경험하는 한편으로 무거운 짐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1부는 시민 모두가 역사의 주체가 되어 행동한 2016년 말에서 2017년 초에 걸친 몇 달간의 뜨거웠던 ‘광장의 기억’을 담고 있다.

    2부는 우리가 그 광장에 불러내야 했던, 세월호에서부터 노인 빈곤까지 여전히 아픈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담고 있다. 시간적으로는 박근혜 정권 4년이다. 책 속에서 그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그렇게 살펴가면 우리가 잊었거나 잊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환부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탄핵의 원인은 단지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아니었다.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책의 사진들에는 빛보다 어둠이 많다. 더 많은 어둠을 담은 것은 우리 사회의 암울한 상황을 대변하는 사진들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사진들은 여전히 가슴 아프게 한다. 경찰의 직격 물대포에 맞아 숨진 백남기 농민의 손도 오랫동안 눈길을 뗄 수 없는 사진이다. 노동자들이 열악한 조건에서 불의의 죽음을 맞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항의한다. 때로 그들은 아득한 고공의 철탑이나 옥상에 올라 목숨을 건 농성을 하며 호소하고, 몇 날 며칠을 차가운 겨울 땅바닥을 기어서 행진하거나 한뎃잠을 자면서 절규한다. 그러나 이 모든 항의와 호소와 절규는 번번히 무시되거나 혹독한 물세례로 되돌아왔다. 송전탑을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사드를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해군 기지를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재개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의 생존권과 행복권은 강제 진압당한다.

    이 책은 현상의 깊은 이면을 보게 하는 사진들에 더 비중을 두었다.

    이 책의 제목이 던지는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라는 질문은 우리 모두가 역사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라는 말이다. 기획자 이상엽은 말한다. “이 책은 이렇게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모든 시민의 것이다. 얼굴이 나왔든, 스쳐지나가는 옷깃만이 잡혔든, 이 책은 모두 이 땅 사람들의 얼굴과 모습과 행동에 빚진 기록 사진집이다. 이 책은 ‘그날’ 당신과 내가 어디에 있었느냐고 묻고 있지만, 우리 모두는 어디에 있었든 이 역사의 동참자들이며 미래의 방향을 결정할 사람들이다. 어디에 있었느냐는 물음은 그래서 이렇게 바꾸어도 좋을 것이다. 이제 당신은 어떤 민주주의를 선택할 것인가.

    김봉규 , 김흥구, 신웅재, 윤성희, 이상엽, 정운, 정택용, 채승우, 최형락, 홍진훤, 후지이 다케시 지음 | 루페 | 384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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