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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스카이 섬에서 온 편지'…펜레터로 이룬 사랑



책/학술

    소설 '스카이 섬에서 온 편지'…펜레터로 이룬 사랑

    '애티커스의 기묘한 실종 사건' '위안의 서'

     

    제시카 브록몰 장편소설 '스카이 섬에서 온 편지'. 서간체소설인 이 작품은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미국 일리노이 주에 사는 데이비드와 스코틀랜드 스카이 섬에 사는 엘스페스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점점 호감을 갖고 결국엔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다.

    일리노이 주 어배나에 사는 데이비드 그레이엄은 우연한 기회에 '독수리 둥지에서'라는 시집을 읽고 감명을 받아 스코틀랜드 스카이 섬에 사는 시인 엘스페스 던에게 편지를 보낸다. 난생처음 ‘팬레터’를 받은 엘스페스가 이 편지에 답장을 보내며 두 사람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문학을 공부하고 싶지만 아버지의 강요로 자연과학을 전공하며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미국인 데이비드, 그리고 배를 두려워해 평생 스카이 섬을 한 번도 벗어나지 못한 채 소꿉친구와 결혼해 시를 쓰며 살고 있는 엘스페스. 두 사람은 사는 곳도 살아온 배경이나 환경도 완전히 다르지만, ‘문학’이라는 매개체로 대화를 이어나가며 계속 편지를 주고받는다.
    드문드문, 그러나 꾸준히 이어지는 편지를 통해 두 사람은 일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제 생각에 저는 여느 미국 대학생이라면 다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공부, 파이 엄청나게 먹기, 학과장과 그가 키우는 말 괴롭히기”), 진로에 대한 고민 상담을 하고(“데이비, 스스로에게 남들과 똑같아지라고 강요하면 안 돼요. 당신도 이 지구상의 뭔가를 위해 태어난 것이지만, 그것이 당신 아버지가 생각하는 그 일이 아닐 수도 있어요”), 때로는 여성의 역할에 대한 토론을 벌이기도 하며(“어째서 화학이나 지질학을 공부한 여성이 문학을 공부한 여성보다 반려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걸까요? 저는 여성 참정권 운동가는 아니지만, 여성과 교육에 관한 주제가 나오면 무척 격앙된답니다”) 우정을 쌓아나간다. 그리고 어느새 싹튼 서로를 향한 감정은, 주고받는 편지가 쌓여갈수록 점점 커져간다.
    그러던 중 1차 대전이 발발하자 엘스페스의 남편이 군에 자원하고, 원래부터 삐걱대던 부부의 사이는 더욱 소원해진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는 데이비드의 약혼녀가 데이비드와 엘스페스가 주고받은 편지를 발견하고 파혼을 선언하고, 이 일을 계기로 데이비드와 엘스페스는 서로를 향한 마음이 우정 그 이상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데이비드가 구급차 운전병으로 자원해 참전을 결정하자 엘스페스는 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처음으로 스카이 섬 밖으로 나와 데이비드를 만나고, 두 사람은 구 일간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책 속으로

    네게 말했어야 했는데, 네가 마음을 단단히 먹도록 알려줬어야 했는데. 편지가 그저 한 통의 편지로만 남는 게 아니라는 걸 꼭 말했어야 했는데. 편지지 위에 놓인 말들이 영혼을 적실 수 있다는 걸. 네가 그걸 알 수만 있다면. _본문 25쪽

    때로는 당신의 말들을 이불 삼아 잠들기도 해요. 그러면 당신이 정말로 여기에 있는 것처럼, 제가 혼자가 아닌 것처럼 느껴져요.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아요. _본문 105쪽

    데이비, 당신이 있어야 할 더 중요한 곳은 없어요. 그대는 나의 숨결, 나의 빛, 내 마음이 찾아 날아가는 이입니다. _본문 276쪽

    아주 오래전 언젠가, 당신은 누군가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너무 상투적인 표현이라고 말했었죠. ‘영원보다 더 오래’를 뜻하는 말이 있을까요? 그런 말이 있다면 그것이 내가 얼마나 오래 당신을 사랑할지 보여주는 말이 될 거예요.
    지금, 영원히, 그리고 그 영원을 넘어서까지.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_본문 289~290쪽

    제시카 브록몰 지음 | 정서진 옮김 | 문학동네 | 364쪽 | 13,800원

     

    '위안의 서'는 죽음 앞에 상실감을 가진 두 남녀가 서로를 통해 삶의 의미를 새로이 발견해가는 이야기다. 출토된 유물에 숨을 불어넣는 보존과학자 남자와 치솟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정부에서 비밀리에 파견한 공무원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아무것도 나아질 게 없는 세상에서 건조한 일상을 버티는 이들의 교감과 연대가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제가 보기에는 말이에요. 그 무늬는 바로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적나라한 고백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남자가 죽은 여인의 몸에 입힐 자신의 의복에 새긴 게 무엇인지 아세요? 그건 바로 새가 한 치의 망설임과 연민 없이 제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벌레의 생을 끝장내듯 죽음은 우리 인간을 어느 순간 냉정하고 잔인하게 덮쳐올 뿐이라는 거예요.” _본문 93쪽

    '위안의 서'를 쓰면서 박영 작가는 두려움과 외로움에 붙들린 사람들에게, 또 자신에게 따뜻한 위안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 죽음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공통된 전제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녹록잖은 현실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소설에 담아낼 수 있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익산 폐사지 발굴 현장에 가서 직접 유물 발굴 작업에 참여했고 자살률을 낮추려 분투하는 공무원을 만나 비밀스런 인터뷰를 했고 고궁박물관 보존처리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등 취재에도 공을 들였다.

    해가 강했던 날 우연히 산책을 하다가 미술관에 들렀어요. 정기용 건축가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어요. 다름 아니라 그분이 돌아가신 뒤 방에 남겨져 있던 물건들을 고스란히 옮겨온 거였습니다. 충격적이었어요. 얼마 전까지 이 사람은 이 세상에 너무나 생생하게 살아 있었고, 너무나 열정적이었는데, 그 사람은 어디로 갔지 싶었습니다. 전시실에서 조용히 정말 격정적으로 울게 되었어요. 당황스러웠어요. 그때부터 죽어가는 것들에 눈을 떴고, 그 허무맹랑한 죽음과 겨루어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_‘작가 인터뷰’에서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184쪽 | 11,500원

     

    스페인 작가 마멘 산체스의 유쾌하고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소설 '애티커스의 기묘한 실종 사건'.

    젊고 잘생긴데다 유능하기까지 한 영국 신사 애티커스의 엉뚱하고도 달콤한 '실종 사건' 전말을 다룬 책이다. 영국에서 대대로 출판업을 이어가고 있는 크라프츠먼 가문은 유럽 여러 나라에 자회사를 둘 만큼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고 있다. 골칫거리가 있다면 유일하게 적자를 내고 있는 잡지사 '리브라르테'뿐. '리브라르테'를 깨끗이 정리하고자 크라프츠먼사의 후계자 애티커스가 마드리드로 향했다. 애티커스의 방문 소식에 올 것이 왔다고 직감한 '리브라르테'의 다섯 여자. 그렇지만 그들의 손에는 어마어마한 적자, 비루한 명성, 손에 꼽힐 만큼 몇 안 되는 독자가 전부다. 우리가 이렇게나 무능력했던 것인가! 여느 잡지사 못지않게 부지런히 잡지를 발행해왔고, 볼펜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을 만큼 모두가 허리띠 졸라매며 잡지사를 꾸려 왔는데 이대로 해고당할 것인가?
    '리브라르테'의 다섯 여자는 잘리지 않기 위해 다급히 대책을 강구하게 되는데......

    책 속으로

    그녀는 마녀가 틀림없었다. 어디 그녀뿐인가. 거기 모인 다섯 여인 모두 한통속으로 구리 가마솥에 사랑의 묘약을 끓이는 마녀 패거리가 분명했다. (중략) 고양이를 닮은 그녀의 눈은 바다처럼 푸르고 보름달처럼 둥글었다. 그녀는 마법에 걸린 순진한 제물 앞에서 손목을 빙글빙글 돌리며 손가락을 부챗살처럼 접었다 폈다 했다. 그녀의 머리칼은 칠흑처럼 새카맸다. 그 머리칼이 허리까지 내려오면서 도중에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어느 지점에서 물결처럼 한 번 굽이쳤다. 그녀는 오렌지꽃 향기를 풍기며 산들바람에 실린 실오라기처럼 하늘하늘 움직였다.
    - 본문 114~115쪽

    마멘 산체스 지음 | 김고명 옮김 | 북로그컴퍼니 | 400쪽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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