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사진=자료사진)
"저는 블랙리스트니 좌파를 어떻게 해라 전 그런 얘기 한 사실이 없습니다"(김기춘 전 비서실장 국회 청문회 답변에서)
'솜방망이 처벌'의 대명사였던 국회 위증죄가 특검이 기소한 재판에서 결코 얕잡아 보면 안되는 엄벌 기조의 처벌 범죄로 바뀌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나라를 이끌어 온 '실력자'들은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을 다반사로 하거나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해 국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법과 제도 준수에 모범을 보여야 할 청와대 비서실장은 물론 수석과 장관, 대학 총장, 재벌 오너, 비선 교수들은 국민들 눈앞에서 뻔뻔한 위증을 반복했다. 위증을 저질러도 그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위증 등의 죄)는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범죄가 발각되기 전에 자백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돼있다..
이 단서 조항 때문에 일단 위증을 해도 실제 수사나 재판에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특검 재판에서 국회 위증죄가 만만치 않은 처벌 범죄로 대두되고 있다. 비선
교수들의 경우 단순히 위증죄로만 재판을 받더라도 '처벌형'외에도 형량에 따라 평생 일터로 삼아온 '교수직'을 박탈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자문의였던 정기양 교수(세브란스병원 피부과)와 최순실씨 주치의인 이임순 교수(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사진=자료사진)
◇ '대통령 자문의' 정기양, '최순실 주치의' 이임순…교수직 박탈 기로대통령 자문의였던 정기양 교수(세브란스병원 피부과)와 최순실씨 주치의인 이임순 교수(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는 위증죄 죄목 하나만으로 특검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두 교수는 작년 12월 14일 국회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비선진료 연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다음주 재판에서 특검이 두 교수에게 구형을 내리면 이달 안에 1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문제는 형량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국회 위증죄는 '징역형'만 존재할 뿐 벌금형을 내릴 수 없다. 이에따라 1심 법원이 두 교수에게 '선고유예'를 선고하지 않는 한 이들은 실형에 처해질 수 밖에 없다. 선고유예는 일정한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특정한 사고 없이 경과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이다.
만일 '선고유예'가 내려지지 않는다면 이들은 금고형 이상의 형에 처해지기 때문에 '교수직'을 박탈당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최종 형량은 대법원에서 결정된다.
특검 고위관계자는 "형법상 위증죄와 달리 국회 위증죄는 선고유예를 빼고는 최소형이 징역 1년이기 때문에 교수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며 "그동안 솜방망이로 여겨졌던 국회 위증죄에 대한 처벌 관념을 확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김기춘, 이재용, 문형표, 최경희, 남궁곤 등 위증 혐의 추가 '일벌백계'두 명을 제외하고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재판에 넘긴 30명 가운데 위증 혐의가 추가된 피고인은 모두 11명이다.
'삼성그룹 뇌물공여 사건'과 관련해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위증 혐의로 기소됐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및 정관주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 이대 학사비리에서는 최경희 전 총장, 김경숙 전 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에게 모두 위증죄가 포함됐다.
이들은 각각 뇌물이나 직권남용,업무방해가 주혐의 이지만 '국회 위증죄'도 징역 1년 이상의 처벌형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박영수 특검은 이미 국회 청문회 위증죄에 대한 엄벌 방침을 강조했다.
박 특검은 "청문회 등에서 고위공직자의 거짓 진술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가 위증에 비교적 관대한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