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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창으로 조망하는 세계 경제 2천 년



책/학술

    그림의 창으로 조망하는 세계 경제 2천 년

    송병건의 '세계화의 풍경들'

     

    '세계화의 풍경들'은 시대를 반영하고 기록한 기록물로서 그림을 인식하고, 특히 세계화의 순간들이 담긴 그림에 주목해 그 뒤에 숨겨진 역사적 사실을 경제사의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사를 전공한 성균관대 송병건 교수가 중앙선데이에 연재 중인 '비주얼 경제사' 칼럼들을 다듬고 확장해 펴낸 책이다.

    이 책에서는 고대 로마 제국에서 시작해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약 2,000년의 역사 속에서 꼽은 24개의 세계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어느 시대에 세계화가 가속·감속·후퇴했는지, 또 세계화 추세에 변화를 가져온 지리적·기술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정치적 요인들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본다.

    책의 각 장은 한 장의 그림과 그에 관련한 수수께끼로 시작된다. 제시된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각 장에서 다루는 세계화 순간에 관한 역사적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어디까지나 역사와 경제를 바라보는 도구로서 그림 자료들이기 때문에 미술사적 중요성이나 작품의 질 같은 것은 고려사항이 아니다. 다만 시각 자료가 만들어진 시대와 제작자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층위의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책 속으로

    루이 14세 아래에서 오래 재정총감으로 일하면서 프랑스의 중상주의를 이끌었던 장바티스트 콜베르는 위그노 탄압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줄 거라고 경고한 바 있었다. 그의 경고는 적중했다. …… 실제로 비단 제조, 보석 가공, 시계 제조, 가구 제작에 정통한 위그노 장인들이 외국에서 새롭게 산업 발달의 기틀을 마련해갔다. 프랑스는 이미 네덜란드와 영국에 비해 국제무역에서 뒤쳐져 있었는데, 이제 숙련기술과 전문지식을 가진 인력을 경쟁국들에 빼앗겼으니 국가가 입은 타격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산업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프랑스의 국가 재정은 더욱 궁핍해져 갔다. 훗날 프랑스대혁명으로 이어지게 되는 고난의 길이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_「09. 종교박해와 경제 쇠퇴」에서(p.135)

    사회주의가 러시아혁명을 통해 역사적 실체가 된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자본주의의 토대 역시 혁명을 통해 마련되었다는 사실은 간과하기 쉽다. 영국, 프랑스, 미국은 나름의 방식으로 시민혁명을 경험했다. …… 이제 개인은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재산을 부당하게 침해받을 염려 없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에 나서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 권력을 쥔 부르주아지는 법치주의로 무장하고서 경제제도와 정책을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갔다. 시민혁명은 이로써 자본주의적 경제발전이 가속화될 기반을 탄탄하게 마련하게 되었다. _「11. 시민혁명과 자본주의」에서(p.166)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전례 없는 속도의 기술진보를 목격한 사람들에게 인류의 미래는 장밋빛으로 보였을까? …… 과연 산업혁명에 불을 댕긴 근대의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이 시작한 기술진보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궁극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은 영국을 뒤이어 19세기와 20세기에 공업화에 들어선 서구와 아시아의 모든 후발 공업국에서 재등장했다. 그리고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조차도 아직 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과연 ‘4차 산업혁명’이 완료되는 시점이 오면 인간은 애초에 자신이 기대했던 종류의 삶을 누리게 될 것인가? _「14. 선택교배와 종두법」에서(p.202)

    미국은 점차 이민자의 관점이 아니라 이민 통제자의 관점을 갖게 됐다. 한편으로는 경제 발전에 노동력이 필요했으므로 이민에 개방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부류의 이민자만을 받기 바랐다. 이미 건국 때부터 흑인 노예들은 시민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자유 백인’만이 온전한 시민이 될 수 있다는 인종적?신분적 장벽이 구축됐다. _「18. 이민자 수용과 배제의 역사」(pp.249~50)

    송병건 지음 | 아트북스 | 368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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