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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윤후명 시집 '강릉 별빛'

     

    윤후명 시인이 등단 50주년을 기념하는 신작 시집 '강릉 별빛'을 펴냈다. 시와 그림을 하나로 묶은 이미지 시집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화가이기도 한 저자가 화가로서 특징을 살려 시집에 그림을 함께 실었다.

    '강릉 별빛'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강릉 바닷가에서 별을 바라보는 것은/지금 살아 있음을 되새기며/ 이 삶의 사랑을 물어보는 것"이라고 노래한다.

    '사랑의 길'

    먼 길을 가야만 한다
    말하자면 어젯밤에도
    은하수를 건너온 것이다
    갈 길은 늘 아득하다
    몸에 별똥별을 맞으며 우주를 건너야 한다
    그게 사랑이다
    언젠가 사라질 때까지
    그게 사랑이다

    '비밀'

    그대에게 들려줄 말
    있네
    들려줌으로써 비밀이 되는
    한마디 말
    있네
    무엇인지 나도 모를
    한마디 말
    그대에게 들려줌으로써
    내가 지킬 비밀
    가슴속 깊이
    있네

    시인이자 작가로서 내면적 성숙을 다룬 '시인의 비망록'은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모래시계로 알려진 정동진에서 아래쪽으로 고갯길을 넘어가면 그 길이 헌화로였다. 꽃을 바친다는 그 뜻이 신라시대부터 그 바닷가 길에 있어왔다는 것부터가 내게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일이었다. 이것이 향가 '헌화가'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내려온다는 사실!
    서정주 시인도 이 이야기를 가장 아름답다고 꼽고 있었다. 그 길을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나는 옛 향가의 세계로 빠져드는 감동을 맛본다. 바닷가 길에 이와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 있는 나라가 지구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남편을 따라 강릉 땅으로 오던 수로부인이 용에게 잡혀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는 것은 그렇다 치고 그 몸에서 향내가 났다 하니 그 향내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때 나타나 부인에게 꽃을 꺾어 바치겠다는 노인의 정체는?
    몇 해 전에 와보고는 이런 곳에 와서 글을 쓰며 마지막 한 철을 지날 수 있다면! 하고, 옛 향가와 같은 시를 쓰는 나의 시간이 내게도 있을 수 있다면! 하고 원했었고, 오늘, 그 마음이 조금이라도 내 시에 담겨 별빛의 향내처럼 맡아지기를 빌어본다.
    -'시인의 비망록'에서

    윤후명 지음 | 서정시학 | 210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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