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 체포된 뒤 한국 귀국을 거부하며 150일간 버티어왔던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3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수갑을 찬 채 포토라인에서 5분 동안 섰지만, 정유라씨는 자신에게 불리한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투의 틀에 박힌 발언은 아니었지만, 예상 질문에 설계된 답변으로 비칠 발언들만 이따금 얼굴을 찌푸리거나 때론 밝은 표정을 지으며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체포 상태로 강제송환돼 31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정 씨는 "어머니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하나도 모른다"며 "저는 좀 억울하다"고 말했다.
어머니 최 씨를 거쳐 박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 스스로 차단막을 친 셈이다.
삼성 승마 지원에 대해서도 "어머니한테 들은 게 '삼성이 승마를 지원하는 6명 중 한 명'이라고 해서 난 그런 줄로만 알았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덴마크 법원에서 국내 취재진에게 했던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혜가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도중 "딱히 그렇게 생각은 안했는데 일이 끝나고 돌이켜보니…"라며 무언가 말을 꺼내다 멈추기도 했다.
최 씨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사실상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물음에는 "내가 특혜를 받았다고 하는데, 아는 사실이 없어서 퍼즐을 맞추고 있는데도 잘 연결되는 게 없을 때도 있다"고 교묘히 질문을 피해갔다.
이화여대 학사비리에 대해서만 "학교를 안 갔기 때문에 입학 취소는 당연히 인정한다"며 "나는 전공도 모른다. 한 번도 대학에 가고 싶어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다만, 입학 심사 과정에서 금메달을 들고 간 것에 대해선 "다른 대학에도 들고 갔다. 어머니가 입학사정관에게 물어보라고 해서 물어보고 된다고 해 가져갔다"며 역시 최씨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입학 취소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입시 비리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발언 뿐이다.
독일과 덴마크 체류 비용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말만 정 씨는 반복했다.
압송된 정 씨를 상대로 검찰은 삼성 승마 지원의 사실상 유일한 수혜자였던 만큼 뇌물수수 의혹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정 씨에 대한 주된 조사를 특수1부가 맡기로 한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대 학사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첨단범죄수사1부가 조사를 맡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에 비유돼 온 정 씨가 입국 직후 문답에서 실소를 자아낼만한 말들을 쏟아내긴 했지만, 혐의는 검찰에서도 적극 부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