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처리를 위해 대기 중인 차량들. (사진=강정마을 반대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를 이용하는 외국함정이 제주에 오물을 버려도 이를 통제할 제도나 주체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정주민들은 "제주해군기지가 외국군의 쓰레기하차장이 됐다"며 항의하고 나섰다.
지난 22일 캐나다 해군은 제주 해상에서 연합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호위함 두 척과 함께 입항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회는 "22일 오전 8시부터 캐나다 해군이 이틀 동안 정화조차 4대 분량의 오물과 10톤 분량의 생활쓰레기를 제주에 반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캐나다 해군은 에이전트를 통해 폐기물 관리 업체와 계약을 맺었고, 입항 당시 쓰레기를 업체에 넘겼다.
이에 대해 제주해군기지 관계자는 "급수나 급전 등은 항무지원에 속해 해군이 돈을 받고 유료로 지원하고 있지만, 폐기물 처리는 캐나다 에이전트가 폐기물 업체랑 계약해 처리했다"며 "무단 투기가 아니라 환경업체를 통해 합법적으로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 해군기지 인근에서 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는 폐기물 업체 차량. (사진=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회)
하지만 CBS 노컷뉴스 취재결과 해당 폐기물 처리업체는 배출자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귀포시 생활환경과 관계자는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와 현장을 점검한 결과 폐기물 처리 업체인 A업체가 배출자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처리 업체에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과태료 처분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현장 확인결과 음식물은 없었고 종이류와 캔류 등 가연성 쓰레기들이 있었다"며 "하지만 오물 부분은 폐기물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오물 처리 부분이다.
이번 캐나다 군함에서 오물을 처리한 정화조 업체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 업체인 A업체가 제주도상하수도본부 하수과에 허가를 받았다고 했고, 우리는 그들의 지시에 따라 오물을 수거해준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오물은 10톤 정도 나왔다"며 "(허가를 받았다는)문서는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주도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선박에서 나오는 오물을 신고하거나 허가해주는 절차는 없다"고 말했다.
A업체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배출자 미신고에 대해 "해결이 다 됐다"고 말했지만, 분뇨 처리절차를 어떻게 했는지 묻자 답을 회피했다.
제주도청 해운항만물류과 관계자는 "제주항의 경우 선박대리점이 폐기물 반출 등을 관리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오물을 제주로 반출한 예가 없다"고 말했다.
해운항만물류과 서귀포항 담당자는 "군함에 대해서는 해군기지에서 입항 등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들어왔는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해군과 상하수도본부, 제주도청 등 관련 부서에서 외국군함(선박)의 오물 반출을 관리하는 주체가 없는 것이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 위원회는 "제주도는 매번 외국군이 한국에 올 때마다 정화조를 청소해주고 무엇이 있는지도 모를 생활폐기물을 대신 버려주고 폐유 처리까지 해 줄 작정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