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농민 백남기(당시 69세) 씨를 물대포로 쏴 숨지게 한 경찰관이 백 씨가 쓰러진 이유를 음주로 추정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8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사고직후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 보고서'에 따르면, 살수차 조장이자 당시 물대포 세기조절을 담당한 한모 경장은 경찰 조사에서 "백 씨가 넘어진 것은 아마도 나이가 많아 견디는 데 힘이 부족했을 것으로 생각되고 야간 음주로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막말'은 규정을 위반하고 3000rpm 이상의 수압으로 물대포를 쏜 게 아니냐는 조사관의 질문에 한 경장이 "절대 2800rpm 이상 넘긴 적이 없다"고 답하면서 나왔다.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 보고서 캡처)
한 경장은 이어 "시위자들 중에 나이가 많으신 농민분들은 특히 막걸리나 소주 등을 드시고 집회에 참가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백 씨도 음주를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백 씨가 술을 마셨다는 추정을 입증할 구체적인 근거는 들지 못했다.
한 경장은 사고 당시 최모 경장과 2인 1조를 이뤄 살수차 '충남 9호'를 운용하다 백 씨 주변을 15초간 직사살수해 그를 쓰러뜨렸다. 중태에 빠진 백 씨는 지난해 9월 숨을 거뒀다.
한 경장은 사고경위에 대해 백 씨를 구조하려던 사람들을 이른바 '불법행위자'로 오해하면서 그쪽을 계속 쏘게 됐다고 밝혔다.
조서에는 "시위대들이 밧줄을 당기려고 합세하려고 하는 줄 알고 이격시키기 위해 그 방향으로 살수를 하게 된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만 "조준 살수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 보고서 캡처)
이같은 발언 내용이 담긴 보고서에 대해 경찰은 법원의 잇따른 요구에도 내지 않고 버티다 최근 뒤늦게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또 한 경장은 실전배치 경험이 1차례 밖에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4분할된 내부 모니터를 확대하는 방법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대포의 방향을 조작했던 최 경장의 경우 4~5차례 실습을 거친 뒤 이날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됐다. 살수차 운용지침도 사건 전날처음 봤다고 최 경장은 진술했다.
해당 물대포는 수압이 3000rpm(15bar)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제한 장치조차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경장은 수리 과정에서 시연해 보니 3700~3800rpm까지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RELNEWS:right}
경찰은 이들 실무자 2명에 대해 질의 응답 형식의 조사만 벌인 채 목격자 조사 등은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조사가 시작돼 감찰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지 부실 감찰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