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공개한 이유미, 이준서 씨의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민의당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5월9일 대통령 선거 전에 조작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국민의당 지도부도 관련 사실을 알았을 공산이 커지면서 사태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SBS는 29일 미공개된 이 전 최고위원과 당원 이유미(구속) 씨 간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 씨는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달 8일 이 전 최고위원에게 "사실대로 모든 걸 말하면, 국민의당은 망하는 것이라고 하셔서 아무 말도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너무나 후회되고 힘들어서 거의 잠을 못 잤습니다. 지금이라도 밝히고 사과드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백번도 넘게 생각하는데 안 된다 하시니 미치겠네요"라며 "오죽하면 문 후보가 당선돼서 고소(를) 취하하고 선처해주시기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마지막 하루 무사히 보내시기 바랍니다"라고 힘든 심정을 토로했다.
이에 이 전 최고위원은 "사실대로라면 무엇을 말하는 거지?"라고 되묻는다. 이 전 최고위원이 이 씨의 제보에 의문점을 갖기 시작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이 씨는 "개인 간에 가볍게 나눈 대화 중 일부일 뿐이지 증언이나 폭로가 아니라는 거요… 그게 사실이고"라며 "저는 그 기사 났을 때 이렇게까지 크게 될 것이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 했던 건데"라고 답했다.
이 씨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이 관련 내용을 되물으며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아 추후에 통화 혹은 직접 대면을 통해 조작 사실을 알아챘을 가능성이 추정된다.
'문준용 의혹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씨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여기에 이 씨가 다음에 보낸 메시지는 삭제했던 것도 두 사람 간의 대화에 뭔가 감추고 싶었던 것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이 전 최고위원이 최소한 이 씨가 고통스러운 심경을 전한 지난달 8일 조작 사실을 알았다면, 문 대통령의 아들 취업 특혜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이용주 의원과 김성욱 전 의원, 김인원 변호사 등 안철수 캠프 공명선거추진단 임원들도 관련 사실을 인지했을 의혹도 제기된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 씨의 조작된 제보를 주로 공명선거추진단 단원들과 상의해가며 언론에 배포했기 때문이다.
또 박지원 전 대표도 이런 사실을 보고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1일 박 전 대표의 휴대전화로 이 씨의 제보내용을 보고하며 자문을 구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박 전 대표는 사용하는 휴대전화가 두 개였는데, 이 전 최고위원이 메시지를 보낸 휴대전화는 박 전 대표의 비서관이 관리하던 휴대전화여서, 박 전 대표는 몰랐다는 게 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해당 비서관이 당시 대선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민감한 정보의 내용을 박 전 대표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당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현재 이 전 최고위원과 이용주 의원, 박 전 대표 등은 모두 조작 사실을 최근까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이 조작 사실을 대선 전에 알았다면, 관련 사실은 안철수 전 대표에게도 전달됐을 개연성이 높다.
이 전 최고위원이 지난 24일 안 전 대표를 만난 것은 이러한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지난 24일은 이유미 씨가 서울 남부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되는 날이자,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이틀 전이다.
다만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증거가 조작됐다는 얘기는 하지 않고, 고소·고발을 당 차원에서 취하해달라는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