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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기숙사비 왜 비싼가 봤더니…14년동안 백억 챙긴 경희대

사회 일반

    [단독]기숙사비 왜 비싼가 봤더니…14년동안 백억 챙긴 경희대

    경희대 "전체 학생들을 위해 쓰이는 돈, 문제 안돼"

    경희대 전경. (사진=경희대 제공)

     

    경희대학교가 비싼 기숙사비로 14년동안 백억 원이 넘는 '잇속'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기숙사비를 비싸게 받아 자기 배만 채웠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7일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경희대 우정원 관리 운영 계약서'에 따르면 경희대 수원캠퍼스는 지난 1998년 기숙사 '우정원'을 민간 투자 방식으로 건립한 뒤, GS건설에 운영을 맡기면서 매년 수익금 일부를 학교발전기금으로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비싼 기숙사비와 관련 여러 의혹들이 제기돼 왔지만 학교와 업체간의 '검은 커넥션'의 실체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자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 전국 사립대학들의 비싼 기숙사비가 적정한지에 대한 당국 차원의 점검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 낡은 기숙사가 새 기숙사보다 2배 '비싼' 이유…학교발전기금

    경희대 행복기숙사. (사진=경희대 행복기숙사 홈페이지 캡처)

     

    경희대 수원캠퍼스의 기숙사 우정원은 내년 9월이면 만 20년이 된다. 시설은 낡을 대로 낡았지만 기숙사비는 1인실 기준 연간 420만 원. 한 달에 35만 원에 달한다. 최근 지어진 경희대 서울캠퍼스 행복기숙사 비용(월 18만 원 정도)의 두 배에 가깝다.

    이렇게 같은 학교에서 기숙사비가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기숙사 건물에 대한 투자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정원의 경우 민간업체인 GS건설이 기숙사 건축비를 선투자한 뒤, 20년에 걸쳐 수익금으로 매년 투자비용을 환수해 가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이와는 달리 행복기숙사는 사학진흥재단이 9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저금리로 건축비를 지원해 건립됐다.

    이런 이유로 학교측은 민자 기숙사의 경우 사학진흥기금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기숙사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고 항변해 왔다.

    ◇ "대학은 돈 한 푼 안들이고 '폭리' 취하는 임대사업자"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하지만 운영 계약서를 보면, 경희대측의 항변은 근거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운영 계약서 7조 1항에 GS건설은 운영기간 5년차인 2003년부터 운영기간 종료시(2019년 2월 말일)까지 매년 학교발전기금으로 7억2천만 원을 내도록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 따라 GS건설은 학교측에 14년동안 100억8천만 원을 기부금 형태로 지급했다.

    우정원의 1년 수익금 규모는 40억 원 정도. 단순 계산으로도 학교가 학교발전기금 7억2천만 원을 받지 않으면 학생들이 부담해야 할 기숙사비를 18%(월 6만3천 원) 가량 낮출 수 있다.

    그렇다고 GS건설로부터 받은 학교발전기금이 기숙사 환경개선 등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들을 위해 사용되지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숙사 관련 학교 한 핵심 관계자는 "기숙사 수리 비용으로 1년에 5천만원 정도만 쓰였고, 나머지는 학교가 다른 용도로 썼다"며 "기숙사비는 원래 남기면 안된다. 등록금 충분히 받는데 기숙사로 또 장사를 해먹는 게 말이 되냐. 학생들이 알았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놨 다.

    학생들에게 기숙사비를 비싸게 받아서 극히 일부만 기숙사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학교가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쓰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경희대측은 "기숙사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을 전부 업체가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부분 학교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받고 있는 것"이라며 "이 기금은 경희대 전체 학생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기숙사를 이용하는 일부 학생들이 낸 돈이 전체 학생들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질문에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민자 기숙사비가 어떻게 책정되는지를 알 수 있도록 재무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민자 기숙사 비용이 비싼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는 것.

    청년 주거 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의 임경지 위원장은 "대학은 돈 한 푼 안들이고 발전기금도 받고 자산을 취득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모든 비용은 학생들이 제공하는 것이며, 민간 시장에서 봤을 때는 (대학은)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폭리를 취하는 임대사업자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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